[투데이코리아=김용환 기자] 17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국회가 집중할 수 있도록 제66주년 제헌절을 맞아 축사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헌정회장님과 역대 국회의장님, 국회의원 여러분,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정홍원 국무총리,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외교사절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우리 헌법이 제정된 1948년에 태어난 제헌둥이입니다.
제헌둥이가 국회의장이 될 만큼 우리 헌정사에는 연륜이 쌓였습니다.
개인적인 감회도 크고, 참으로 무거운 사명감을 느낍니다.

우리는 오늘 대한민국헌법을 준수할 것을 다짐하고, 헌법을 제정하신 앞선 세대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드리기 위해 이렇게 모였습니다.

직접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도 제헌의원님들은 모두 세상을 뜨셨습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물질만능주의에 젖어있는 우리의 잘못된 가치관을 참회의 심정으로 뒤돌아보았습니다.

세월호의 아픔은 앞으로 오랫동안 우리들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지워져서도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특별법을 제정해서 대한민국을 바꿀 것입니다. 또 추모공원을 세워서 세월호 참사를 영원히 우리 가슴 속에 간직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한편으로 우리는 이제 일어서야 합니다. 일어서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새로운 가치관과 새로운 기풍의 건강한 나라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수많은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이며, 그 넋을 진정으로 달래는 길일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 모두가 얼마나 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회의장으로서, 국회가 대한민국 개혁의 중심이 되어 정의롭고 화합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고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헌법 제46조의 정신으로, 다시 옷깃을 여미어 직무에 임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국회에는 잘못된 문화와 관행이 남아 있었습니다. 당리당략 때문에 공전되기도 했고, 폭력이 자행되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지도 권위주의 시대의 잘못된 풍토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이러고 있을 수 없습니다. 국회도 절박한 심정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국회의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서 국회개혁을 추진할 것입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통해 일하는 국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겠습니다.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조정과 타협에 나설 것입니다. 여야 지도부, 그리고 전직 국회의장님을 비롯한 원로중진들과 부단히 대화하고 그 지혜와 경륜을 결집하겠습니다.

국회개혁 핵심의 하나는 깨끗하고 투명한 국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노력 없이는 국회는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시대에 걸맞지 않는 국회의 특권은 모두 내려놓고, 의원 겸직도 국민들이 양해하실 수 있는 최소한에 그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이 기대하시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소위 김영란법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안에 국회가 지혜를 모아 공직사회에 일대 혁신의 계기로 만들어 주실 것을 여야 의원 여러분에게 당부 드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저는 국민에게 더욱 활짝 열린 국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에는 국회 경내를 전면 개방할 것을 선포합니다.
국민 여러분이 오고 싶어 하시는 국민의 공원으로 만들겠습니다. 앞으로 국회는 국민의 휴식처가 되고, 공연장이 되고 야외미술관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과 국회의 마음의 거리는 훨씬 좁아질 것입니다. 앞으로 국회 경내에서 기대와 희망이 담긴 웃음과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국민 여러분,

평화통일은 우리의 소명이자 원대한 국가발전 전략입니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서 국회는 마땅히 앞장서야 합니다.
이러한 충정에서 저는 남북국회회담을 가능한 한 조속히 성사시켜서 꽉 막힌 남북의 물꼬를 트도록 계속 노력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야 의원 여러분,

이제 저는 우리 정치가 풀어야 할 보다 근본적인 과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정치의 틀을 결정짓는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시행된 지 26년이 되었습니다. 현행 선거 제도는 대한민국의 대전환과 미래를 주도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는 정치의 틀을 근원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 틀은 지역주의와 진영논리를 벗어던지고 국민화합을 이룰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국익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초당적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틀이 되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우리사회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담고,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계정세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틀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틀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선거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승자 독식의 현행 선거제도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하는지, 우리의 미래에 과연 합당한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논의를 시작하는 시기는 차기 총선을 실질적으로 1년 반 남짓 앞둔 지금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당리당략을 떠나야 논의가 가능합니다. 여야 각 정당에 선거제도 개혁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야 국회의원 여러분,
제헌절은 해마다 맞이합니다. 그러나 올해 제헌절은 특별한 제헌절이 되어야 합니다. 세월호의 아픔을 가슴에 안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체로서 정치와 국회의 나아갈 길을 다 함께 깊이 생각하는 제헌절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국회에 기대와 성원을 보내 주실 것을 국민 여러분께 거듭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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