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강정욱 기자]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던 수사기관이 이번에는 업무 내적인 부분에서 치명적인 허점을 노출했다.

이로써 업무적인 부분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던 '사실상의 하위 기관'과의 기싸움도 판세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면목이 서지 않게 됐다. 이미 죽은 사람을 40일동안 쫓은 검찰 얘기다.

검찰은 경찰의 유병언 변사체 관련 발표 전까지 관련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경찰의 관련 발표 하루 전인 지난 21일 검찰은 유 전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꼬리를 잡고 있다." 라고 말했다. 구속영장의 만기도 6개월로 법조계도 강력한 검거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봤다.

이같은 검찰의 태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소적이지만은 않았다. 언론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구원파 신도들의 격렬한 저항과 9인방이라 불리는 막강한 조력자와 호위무사들이 유 전 회장의 황제도피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탓이다. 뿐만 아니라 신출귀몰한 행보가 이어지면서 '검찰과 경찰 수뇌부에서 정보가 새나가는 것 같다'는 추측도 제기된 탓에 검찰이 헛고생을 하고 있다는 동정론도 일부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 22일 경찰의 발표 이후 당당했던 검찰의 태도와 이를 바라보던 여론은'180도' 변했다. 경찰의 발표로 검찰은 수사능력의 무능과 경찰과의 공조능력에서 치부를 드러낸 셈이 됐다.

이번 사건은 세계적 망신 사례임이 분명하지만 검찰은 이번 사건을 적절히 '꼬리자르기'로 마무리할 모양새다 일선 수사조직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하며 실무자들에 대한 감찰에만 들어갔을 뿐 수뇌부 수준에서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지금까지 없다.

검찰이 한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린 막강한 수사기관인 탓일까. 바쁜 일상을 사는 탓에 한가지 일을 오래 기억하기 힘든 국민적 특성을 악용하는 것일까. 검찰 수뇌부의 행보는 국민에게 비판의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으로써는 검찰 수뇌부가 공식적인 대국민 사과를 할지 도미노 사퇴를 할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미 드러난 사안만으로도 후자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으나 검찰은 '제식구 감싸기'와 '모르쇠' 전략에 매우 익숙한 조직이다.

최근 벌어진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파동에서도 이미 이러한 면은 드러난 바 있다. 조선일보 보도로 드러난 사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채 전 총장은 결국 자연인 상태에서 명예가 조용히 추락하는 수혜(?)를 입었다. 단지 자신의 딸에게만 '부끄러운 아버지'로 남게 됐다.

심지어 이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자연인은 건들지 말라'는 '제식구 감싸기' 성 발언을 해 국민의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이미 이러한 전례를 보였기에 검찰에게는 이번 사건에서 확실히 책임을 지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전향적 태도가 어느때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과연 검찰 수뇌부의 '모르쇠' 작전이 채동욱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적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