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선택 받지 못한 뜻, 겸허하게 받아들여…순탄치 않은 정치역정이었지만 보람있었다"

[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이 31일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손 고문은 7.30 수원병(팔달) 재보선에 출마했지만 낙선, 정치적인 위기에 처했고 결국 은퇴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손 고문은 지난 2011년 4.27 경기 분당을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강재섭 전 대표를 이겼는데 당시 선거에서 패한 강 전 대표는 사실상 정계를 은퇴한 상황으로 이번에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손 고문은 이날 오후 4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정치를 떠난다"면서 "그동안 저와 함께 기쁨과 슬픔을 같이한 동지들, 어려운 상황마다 도움을 준 지지자들, 분에 넘치는 사랑을 주셨던 국민에게 인사를 드리고 떠나는 것이 도리이기에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손 고문은 이어 "정치인은 선거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오랜 신념"이라며 "이번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손 고문은 "정치에 입문한 이래 분에 넘치는 사랑과 기대를 받았다"며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시베리아땅으로 나선 이래 민주당과 함께 한 정치역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보람있는 여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들고 날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라며 "지금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임정치의 자세에서도 그렇고 새정치민주연합과 한국정치의 변화와 혁신이라는 차원에서도 그렇다"고 했다.

손 고문은 "국민여러분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린다는 약속을 못지켜 송구하다"며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는 세상, 모두 함께 일한만큼 소외받지 않고 나누는 세상,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저의 뜻을 접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이시간부터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살아가겠다"며 "저녁이 있는 삶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국민의 한 사람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손 고문은 정치권을 향해서도 조언을 남겼다. 그는 "국민만을 바라보고 진정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민주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정치와 정치인의 기본자세"라며 "혁신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선 "민생을 살리기 위한 정치를 바로 세우는 데 이번 선거는 미흡했고 그 한가운데 제가 있다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당의 책임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경기도 시흥 출신인 손 고문은 1965년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뒤 한일협정 반대투쟁에 참여했고 졸업 후 빈민활동을 하다 1년간 투옥된 바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인하대와 서강대 교수를 지냈다. 정계 입문은 1993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면서 부터. 14대부터 16대까지 내리 국회의원을 지냈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도 지사를 지냈다.

손 고문 정치인생의 변곡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쟁에 뛰어들었던 손 고문은 3월 한나라당을 탈당,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지만 패했다.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대표직을 맡아 당을 재건했으며 2010년 4.27 재보선에선 여당의 대표적인 텃밭인 경기 분당을에서 승리했다.

한편, 이번 7.30 재보선 참패로 야권은 극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일단, 야권의 주요 대선 잠룡 가운데 한명인 손 고문이 정계 은퇴를 하게 됐고 안철수 공동대표 역시 재보선 패배로 위상에 큰 상처를 입었다.

뿐만 아니라 경기 김포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정치 시계 역시 제로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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