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테두리 안에서 정치적으로 할 수 있는 것 다 해야” 주장 나와

[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진전이 없다. 세월호 정국 얘기다. 최근 여야 원내대표가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하면서 정치권은 한순간이나마 막힌 정국이 뚫릴 것이라는 희망이 나왔으나 유가족의 재합의안 거부, 새정치민주연합 의총에서의 추인 보류로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여야 협상 결과에 유가족이 반발하면서 기류가 변했다. 새정치연합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전면에 나서달라고 나섰기 때문이다. 재합의안을 유족들에게 설득하는 데 실패하자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그간 새정치연합은 유족들의 대변인, 또는 접촉 창구를 자처해왔다. 그렇지만 두 번이나 협상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더 이상은 대여 협상에 나설 명분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공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해 박 대통령이 단식 농성을 벌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만나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제 박 대통령도 유민 아빠를 만나 세월호 참사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은 유민아빠를 꼭 만나달라.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이 같은 입장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꼼수정치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이 같은 요구에 당초 합의한 특별법안이 내부 반발로 무산될 듯하자 청와대를 도피처로 삼으려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여야 합의에 대한 유가족 동의와 대통령의 유가족 면담은 주고받을 사안이 아니다”라며 “여야 합의가 두 차례 연속 무산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자 위기를 벗어나려 청와대를 도피처로 삼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또 “대통령을 정쟁의 한복판에 끌어들여서 궁지에 몰린 처지에서 탈출하려는 꼼수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역시 부정적인 반응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김씨의 대통령 면담 요청에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세월호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가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새누리당 내부에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새정치연합의 협상 자세를 비판하면서도 정부여당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정부가 구조할 시간에 구조를 못해서 사망자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라며 “정부의 무능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이 정부의 책임이 이 정부를 탄생시킨 집권당인 새누리당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사과하고, 진상규명에 성의를 다 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의원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정부를 탄생시킨 당에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열린 자세로 다음 협상에 임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다음날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을 벌이고 있는 김씨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김씨가 여야 유가족의 3자 협의체를 통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자 “당에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 역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유가족의 요구에 대해 “헌법에 위배된다”면서도 “박근혜 대통령께서 (단식을 하고 있는) 유민 아빠를 한번이 아니라 두번이라도 만나 어루만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국정 수반이기도 하지만 최고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새누리당과 청와대 등 여권이 헌법 테두리 안에서 정치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야한다”며 여권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물론, 김 의원은 유가족의 요구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고 여야 원내대표 간의 합의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을 하면서도 “현재 바닥에 있는 자영업자, 일용직 이런 분들의 삶은 말이 아니다. 경제가 엉망이다. 이분들을 위해서 정치권이 못할 것이 없다는 각오로 나서야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김 의원은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까지도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외에도 정말 청와대와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 나가려는 전향적 자세를 보일 때”라며 “김 대표를 포함해 청와대까지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하길 강력히 당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차명진 전 의원 역시 한 방송에 출연, 대통령이 조만간 세월호 유가족 면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차 전 의원은 “대통령은 유가족을 만나 한을 풀어줘야 한다”며 “유가족은 해경이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는 것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이다. 여기에 궁극적 책임 있는 대통령이 유가족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차 전 의원은 “유족들은 정부가 해경을 해체하는 등 엉뚱한 해법만 내놓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최고 책임자로서 유가족을 만나 ‘여기까지는 할 수 있고 여기까지는 못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현재의 입장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력을 발휘하는 등 본격적인 역할에 나설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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