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에서 법제연구원이 여강사 성추행…자체 징계 성추행사실 제외



[투데이코리아=구재열 기자] 한국법제연구원(원장 이원)이 법조계 안팎의 비난을 받고 있다. 그동안 잇따른 성추문 사건으로 법조계가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연구원이‘성추문 사건’과 관련된 소송에 휘말려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소송은 ‘제 식구 감싸기’ 의혹까지 받고 있어 재판부가 한국법제연구원(이하 법제원)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법조계에서는 또 한 번 ’성추문‘ 파문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법제원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법제원에 출강하던 여강사 A씨가 한 연구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판결이 가볍다며 항소를 제기하면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제연구원에 출강하던 여강사 A씨가 서울의 한 찜질방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법제연구원 직원 B씨를 상대로 지난해 5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강제추행 사실이 인정된 법제연구원 소속 연구원은 자체 징계에서 ‘성추행사실을 제외’한 사실이 알려져 더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본 연구원은 감봉처리 됐지만 여전히 부서만 바꿔 정상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기업 출강 전문 강사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011년 2월, 평소 친분이 있는 법제연구원 소속 연구원 여러 명과 회식자리를 갖게 됐다.

술자리가 마무리된 후 B씨는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A씨와 함께 찜질방에 가자고 했고, 업무상 출강 대상 기업 직원들의 요구를 쉽사리 뿌리칠 수 없었던 그녀는 어쩔 수 없이 B씨와 찜질방에 갔다가 성희롱을 당했다.

A씨는 1심 재판에서 “해마다 강의를 해오던 한국법제연구원의 직원이었던 만큼 무시하고 갈 수 없었다”며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찜질방 내 사람들 대부분이 잠들어 있었고 그사이 B씨는 자신의 가슴을 도둑질 했다”고 진술했다.

20년간 기업에서 강의를 해온 A씨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기업과 강사 사이의 ‘갑·을’ 관계도 얽혀있는데다 누군가 알게 될까 두려워 곧바로 형사고소를 하지 못했다. 이미 경찰청에서도 강의를 해온 터라 처음에는 ‘피해자’로 알려지는 게 더욱 두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제연구원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것으로 합의하에 형사고소를 하지 않았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자 A씨는 법제연구원 원장에게 B씨의 징계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올리는 한편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1심 재판부는 죄목이 인정된다며 B씨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이에 승복하지 않고 항소를 제기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로부터 사과는커녕 상대방 변호사의 명예훼손적 발언으로 정신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이 고작 300만원이라는 점을 수용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B씨는 강제추행 사실을 여전히 부인하며 항소를 제기해 맞불을 놓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소송은 법조계 안팎의 이목을 끌게 됐다. 특히 현재 법조계는 잇따른 성추문 사건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어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번 A씨의 소송 과정에서는 한국법제연구원의 ‘제 식구 감싸기’ 의혹도 제기됐다.

A씨가 법제연구원장에게 올린 진정서를 근거로 징계위원회를 열었지만 성추행이 사실을 제외한 ‘단순 연구원 이미지 훼손’에 따른 감봉조치만 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A씨는 “연구원장에게 올린 진정서에는 평소 B씨로부터 전해들은 연구원 내의 부도덕적인 일들을 상세히 첨부했으나 법제연구원은 그 대상자들에 대한 어떠한 조사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녀는 “믿었던 법제연구원의 ‘제식구 감싸기식’ 처벌에 더욱 분노와 정신적인 고통이 뒤따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의혹이 쟁점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한국법제연구원은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공무원 징계절차와 달리 자체 징계절차의 적법성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재산성 손실보다 위자료를 더 크게 인정해주는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위자료인정에 인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A씨가 성폭력 등에 대한 강의를 하는 강사라는 점, 강제추행 사실로 자체 징계를 받는 것을 전제로 형사고소를 하지 않았던 점, 강제추행을 당할 당시에는 친고죄 폐지 전으로 더 이상 형사처벌이 불가한 점 등이 위자료 산정에 참작되어야 할 것”이라며 1심 판결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일단 한국법제연구원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침묵하고 있는 상태다. 본지 기자가 지난 7월부터 수차례 입장을 들으려고 사건 당사자들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회신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 항소 첫 공판은 24일 오후 3시 10분 서울중앙지법 1별관에서 열린다.

한편, 한국법제연구원은 국가입법정책 지원과 법률문화 향상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1990년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설립된 국내 유일의 법제전문 국책연구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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