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M 정상에 올랐다는 뿌듯함과 가을 단풍을 한 번에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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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빨갛게 물든 지리산 단풍@투데이코리아

[투데이코리아/강효근 기자] 산에는 울긋불긋 색색의 아름다운 단풍이 물들고, 넓은 들녘엔 황금빛 물결이 수놓기 시작해 단풍 구경이 절실한 황금주말이 연이어지는 10월이다.

특히 이번 주 3일 금요일은 개천절이라 3일과 4일, 5일 연이어 3일을 쉴 수 있어 말 그대로 황금 주말을 유용하게 보내려는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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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천왕봉에 선 필자@투데이코리아


이런 사람들에게 강력히 권하고 싶은 곳이 바로 지리산 천왕봉 산행이다. 지리산 천왕봉은 해발 1915m로 남한에서는 1950m인 한라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지리산은 산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도 누구나 한 번쯤은 가봤던 산일 정도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명산이지만, 시원한 계곡 물이 생각나는 여름철이 아닌 가을 단풍 특히 천왕봉의 가을 단풍은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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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천왕봉에서 바라 본 지리산 단풍@투데이코리아


필자도 작년에 봤던 단풍의 추억을 못 잊어 지난 1일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다녀왔다. 이번 산행은 지난해보다 보름 정도 빨라서인지 지난해처럼 화려한 단풍에는 못 미치지만, 천왕봉 정상에서 바라본 가을 풍경은 가슴을 뿌듯하게 했다.

지리산은 어느 방향에서 산행해도 보는 이로 하여금 산의 웅장함과 아름답고 당당한 자연의 모습을 산 사람에게 느끼게 하지만, 너무 힘들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단풍과 천왕봉을 올랐다는 뿌듯함을 한 번에 느끼게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경상남도 산청군 중산리 탐방소로 오르는 코스다.

중산리 탐방소에서 천왕봉까지는 5.4km로 왕복 7~8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그리 녹록지 않은 산행이지만, 산을 자주 오르지 않은 사람들이 지리산 최정상 천왕봉에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는 가장 단거리로 오를 수 있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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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산리 탐방소에서 본격 적인 등산길인 통천길@투데이코리아


천왕봉 중산리 탐방소에서 본격적인 산행은 바로 통천길이란 글이 붙은 통천문을 지나서부터다. 이 길을 지나고 나면 돌과 작은 바위로 된 등산길이 나오면서 지리산이 산사람들을 맞이한다.

통천길에서 시작된 등산로 경사각은 대략 17도 시작해 산을 자주 오르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천왕봉 1km 전방이 31도로 가장 험하지만, 중간 중간 쉬면서 천천히 올라 천왕봉에 다다르면 세상을 다 가긴 뿌듯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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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산목과 어우러진 지리산 단풍@투데이코리아


천왕봉에서 바라본 가을 단풍은 화려한 내장산 단풍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앳된 소녀 같은 순수하면서 은은한 단풍들이 고산목과 어우러진 모습은 이곳 천왕봉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천왕봉은 고산 지대인 만큼 고산목을 볼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높은 지대라 안개에 둘러싸여 있는 날이 많아 안갯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단풍이 천상의 정원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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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석이버섯 군락지@투데이코리아

천왕봉에서 지리산 단풍을 감상하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하산을 하다 로터리대피소 근처에서 바위에 붙어 있는 석이버섯 군락지를 발견하고 채취하고 싶지만, 국립공원이라 풀 한 포기도 채취할 수 없어 카메라에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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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터리 대피소@투데이코리아


석이버섯을 발견한 로터리 대피소는 중산리에서 3.4km에 위치에 있으며 수용인원 35명으로 8개의 지리산 대피소
중 규모가 가장 작은 곳으로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성수기 8000원 비수기 7000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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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산에서 온 여고생들@투데이코리아


산행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오후 3시나 4시경 산행을 시작해 이곳 로터리 대피소에서 하루를 숙박하고 천왕봉을 올라가는 것도 좋은 산행 방법이다. 마치 천왕봉 하산 길에 만난 마산에서 온 사진의 여고생들도 로터리 대피소에서 숙박을 하고 천왕봉에 올라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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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사찰 법계사@투데이코리아


로터리 대피소 30m 바로 위 해발 1450m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찰인 법계사가 있다. 법계사는 서기 544년 신라 진흥왕 때 인도승려 연기 스님이 석가모니의 진시사리를 봉안하면서 창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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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예불을 드리는 법계사 스님@투데이코리아


필자가 법계사에 당도했을 때 마침 예불을 알리는 범종 소리와 함께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법당 안을 살펴보니 승복을 정갈하게 차려 입은 여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면서 청아한 목소리로 염불을 외면서 예불을 올리고 있었다.

법계사는 중국 무협영화에서 나오는 고수들이 수도하는 곳처럼 깍아지른 절벽 아래 세워져 있었다. 안개 속에 서 있는 법계사와 그 주변의 경치가 영화 속 한 장면과 비슷해 필자도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 시대에 내가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했다.

귀한 석이버섯과 신비한 기운이 도는 법계사의 상상을 뒤로 한 채 하산을 시작했다. 이제 남은 거리는 중산리 탐방소까지 3.4km 올라올 때 2시간이 소요됐으므로 내려갈 때도 2시간 이상을 예상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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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천왕봉 아래 계단으로 된 등산로@투데이코리아

지리산 산행뿐 아니라 다른 산행에서도 항상 염려되는 것이 바로 하산하는 길이다. 특히 높은 계단과 험한 돌로 구성된 등산로를 내려오는 것은 곳곳에 도사린 위험을 조심히 피하는 것처럼 항상 조심스럽다.

등산에서 하산 중 한 발을 땅에서 떼는 순간 나머지 한발이 가해지는 무게는 평상시에 4배에 이르므로 발목과 무릎관절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안전한 산행의 지름길은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지 말고 천천히 한 발 한 발을 땅에서 떼면서 올라갈 때의 시간과 비슷하거나 아니면 좀 더 길게 소모된 체력을 잘 분배해서 내려오는 것이 즐거운 산행을 마무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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