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서는 그가 정치공작을 하러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범여권에서는 그가 구세주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이런 엇갈린 분위기처럼, 그의 귀국일정은 상당히 엇갈리는 반응 속에 이뤄졌다.

처음 그가 귀국길로 택할 것으로 알려진 LA 공항은 한국에서 건너간 취재진이 장사진을 펼치면서 서성댔다. 이런 취재진 외에도 주가조작으로 손해를 끼친“BBK 김경준을 처벌하라”는 등 강하게 성토하는 사건 피해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런 열기를 의식한 듯, 검찰 호송팀은 비행기 예약을 취소했다가 다시 잡는 등 '빼돌리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더군다나 한국언론 및 교민상대 언론사들이 대거 취재를 나선 노력도 무색하게, 비행기를 정식 계류장이 아닌 활주로에 대기시켜 취재진의 시선을 분산시킨 다음, 막판에 호송팀이 김 씨를 차량으로 급히 이동시켜 비행기에 태움으로써 노출을 막았다.

이런 분위기는 인천 국제공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6일 저녁 6시 8분께. 김경준 씨는 3년만에 고국 땅을 다시 밟았다. 김 씨를 향한 관심은 폭발적이었으나, 법무부와 검찰은 그를 잠깐 사진을 찍게 허용했을 뿐, 기자들의 질문은 허용하지 않았다. 김 씨는 금융계에 화제를 뿌렸던 주가조작사기풍운아답게 미소를 짓는 등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자신을 누르고 있는 '진실의 무게'는 어쩔 수 없는 듯, 피로감은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마도 이면거래 등 정치공작 끝에 돌연 귀국한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과 BBK 사건으로 고통받은 5천명의 원망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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