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대선후보를 그야말로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고 벼르고 있는 BBK 김경준씨가 드디어 한국땅을 밟았다.
아마 김경준을 가장 환영하는 사람들은 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이회창 전 총리 측이 아닐까 싶다.

정동영 후보 측은 그동안 무수히 이명박 후보와 BBK의 연관성을 입증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반응은 별 무덤덤했다. 그래서 김경준씨가 국내에 들어와 BBK 주가조작과 이 후보과 관련이 사실이라는 증명을 해주길 고대해 왔던 것이다.

정 후보 측은 이명박 후보에 대한 무수한 의혹들이 제기됐고 도덕성에 흠집이 날만한 사건들이 이어졌지만 그래도 지지율은 요지부동인 것에 크나큰 현실의 벽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더해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했으나 이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버렸다.

마지막 남은 셈인 하나의 카드는 김경준의 '폭로'이다. 이에 기대를 걸고 의 지지율 격차 해소의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 후보 측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로 상대적으로 정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할 것으로 내심 기대했지만 지지율 하락과 3위 후보로 밀려났다. 이명박 후보의 '주적'의 위치에도 올라서 보지 못한 위기에 봉착했다.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잠식은 소폭에 그쳤지만 정후보를 비롯 나머지 범 여권 후보들의 지지율마저 내려 앉히는 이변이 돌출한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동영 후보 측은 급기야 민주당과 무조건 통합에 들어갔다.
신당 측은 140석의 의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석수 8석인 민주당과 총선공천에서 50:50이라는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지분을 나누기로하고 당대당 통합에 합의했다.

후보 단일화 외에는 다른 계산을 두드릴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재협상 논란 등으로 삐그덕 거리는 상태다.

또 다른 쪽으로는 범여권 전체의 통합을 위해 문국현 권영길 후보 등과 전면에서는 '삼성특검'을 결의하면서 그와 더불어 후보단일화 모색을 위한 탐색전을 펼쳤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신통치 않다.

제 각각 자신들의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저울질하기에 바쁜 시점이라 원포인트 통합은 여전히 머나먼 길로 여겨진 것이다.

이런저런 묘책에도 별다른 희망이 없는 범여권 특히 통합신당은 지지율 1위인 이명박을 따라잡거나 또는 이명박을 낙마시키기 위해서는 김경준의 입이 마지막 희망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은 갖은 비난을 감수하고 뒤 늦게 대권레이스에 뛰어든 이회창 전 총재측은 더한 호재로 작용하기를 기원하고 있을 것이다. 이 전 총재 측은 출마당시 이 후보의 낙마를 거의 기정사실화하다시피 하면서 출마했기 때문이다.

그는 '불안한 후보'라며 만약에 벌어질 이명박 후보의 '낙마' 후 '대체제'로 자신이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나선다는 명분을 계속 흘려왔다. 그래서 대선 출마 후 그를 비난하는 여론과 한나라당의 '모진소리'를 절치부심하며 묵묵히 목숨까지 위협받는 '가시밭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 후보 측이나 이 전 총재 측은 BBK 사건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김경준이 자신들이 원하는 답이 검찰을 통해 밝혀진다면 '이명박 대세론'을 뒤엎을 역전의 기회가 되는 셈법으로 위기 돌파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이후보 측은 “오히려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로 장담하고 단지 검찰이 BBK 사건이 종결되기 전에 수사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안될 일이라며 '네거티브 공작'에 전력을 다해 막겠다는 각오다.

김경준을 제2의 김대업으로 명명하고 한 사기꾼의 농간으로 또 다시 정권탈환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후보의 낙마를 바라는 신당을 비롯 범여권이나 이회창 전 총재 측의 희망은 단지 희망으로 끝날 지 막판 역전극으로 막을 내릴지 온 국민의 눈과 귀가 김경준 BBK 사건에 쏠릴 수 밖에 없다.

이제 공은 완전히 검찰의 손에 넘어갔다.

이은영/투데이코리아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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