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달러당 118엔대 중반…엔화가치 7년3개월만에 최저

[투데이코리아=박한결 기자]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정책으로 인한 ‘엔저 파장’이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을 이끌고 있다.

2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개장 직후 달러당 118엔대 초반에서 거래됐으며, 오후 3시 현재 달러당 118.63∼118.64엔을 기록했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18엔대 중반까지 떨어지며 7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엔화 가치는 지난 2007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아베 총리가 지난 18일 소비세율 인상 연기를 발표하자 일본의 양적완화가 장기간 지속되고 미일 간 금리 차이가 한층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 속에 엔화 약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엔저 현상으로 인해 아시아 주요국의 통화 가치도 동반하락하고 있다. 물론, 엔저로 인한 통화가치가 일시적으로 상승은 하지만 투자자들은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가치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며 아시아 통화 보유량을 줄이고 있다.

실제, 지난달 말부터 현재까지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3.5% 이상 떨어졌다. 또한 싱가포르달러화와 대만달러화는 각각 1.5%대의 낙폭을 보이는 등 아시아 각국 통화 가치는 엔화에 이끌리듯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의 대응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과 수출 경쟁관계에 놓인 국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거으로 꼽히는 국가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최근 선진국들이 서로 다른 방향의 통화정책을 펴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주요 선진국 통화가치의 쏠림 현상은 일부 신흥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의 엔저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또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8일 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에서 “엔화약세의 부정적 효과를 잘 알고 있다”며 “시장안정 차원에서 엔저가 급변동하지 않게 하는 노력은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3일 엔저에 대해 “환율 등 금융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데 그쳤지만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대응을 강조한 것이다.

게다가 이 총재의 엔저 발언에 대한 변화가 박 대통령의 일본 통화정책 비판이 이뤄진 뒤에 나왔는 점에서 조만간 엔저에 대한 대응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의 엔저와 우리나라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추세를 보면 내년에 일본 대비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석유화학과 철강은 물론 자동차·기계·가전 등 일본과의 수출경합도가 높은 제품의 타격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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