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JPG

내년부터 국내 여성인구가 남성을 처음으로 추월한다. 또 3년 뒤인 2017년에는 고령사회로 진입한단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국가적 아젠다(agenda)로 등장했다.

최근 통계청은 “내년 여성인구가 2531만 명으로, 남성인구 2530만 명을 넘을 것”이라면서 내년 여성인구는 남성을 처음으로 추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초현상은 1960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처음이라고 한다. 얼핏 노총각들에게 희소식처럼 들리지만 그 원인과 파장을 생각하면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저출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꼴찌이며, 세계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문제가 불거진 시점은 2002년. 신생아 수가 처음으로 50만 명 아래로 떨어져 49만 명을 기록했다. 이때부터 합계출산율이 ‘초저출산’이라고 평가하는 1.3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신생아 수가 50만 명을 넘어 본 적이 없다. 이런 추세라면 2060년에는 전체인구가 지금의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

빨라지는 고령화현상도 문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4년 639만 명에서 2017년에는 712만 명으로 700만 명을 돌파하여 전체의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7%)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7년 밖에 걸리지 않는 셈이다. 독일이 77년, 일본은 36년이 걸렸으나, 우리는 불과 17년만에 고령사회를 맞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리스크들을 몰고 온다. 우선 당장 생산인구가 줄어들어 세입이 감소할 것이고, 부양인구는 늘어 각종 공적연금과 사회보험 등 복지 분야의 세출이 증가하여 재정이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생산현장에서는 노동력 감소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진다.

교육현장에도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278만 명이던 초등학생은 2034년에는 230만 명으로 줄어든다. 학생이 줄면 교직원도 줄여야 하고, 교대의 입학정원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대학입시의 판도와 대학가의 풍속도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올해 전국의 모든 대학(179곳)이 평균 87%의 충원율을 기록했지만, 2034년에는 5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들이 입학정원의 절반만 채울 수 있다는 얘기다. 전체 40%에 해당하는 71곳이 폐교해야 한다. 사교육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국방에도 저출산의 그림자가 드리울 전망이다. 2022년은 저출산 문제가 시작된 2002년생들이 만 20세로 군대에 갈 시점에는 국방 인력의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방부가 발간한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르면 군 병력은 2013년 63만3000명에서 10년 뒤인 2022년까지 52만 명으로까지 줄어든다. 현재 병력계획대로면 2034년 20세의 47%가, 21세의 60%가 군대에 있어야 한다.

주택시장도 저출산의 한파를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현재의 아파트 공급량이 계속 이어진다면 2035년 모든 평형의 아파트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파트 값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독거노인문제와 고독사(孤獨死) 등도 사회문제로 등장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최소한 2.1은 되어야한다고 한다. 이른바 2.1법칙. 여성 한명이 2.1명이상을 낳아야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17에 그치고 있음을 볼 때 2.1은 아득한 숫자이기만 하다.

한동안 ‘싱글세’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아이낳을 출산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해주지도 않고 세금부터 걷을 생각을 한다는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자라 목 감추듯 쑥 들어가 버렸다. 정치권에서는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누리과정의 예산편성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마련이다.

정부는 지난 8년 동안 저출산 대책에 무려 100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사정은 나아진 게 없다. 처방이 잘못됐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출산장려 뿐만 아니라 양육과 교육, 노후안전망 등 다양한 정책들을 복합적으로 검토돼야한다.

무엇보다 취업여성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일본의 저출산 극복 모범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기업 등 민간에서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이민정책에 대한 정책도 적극 검토해야할 시점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국가적 재앙 앞에 여야(與野)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실마리를 풀어야한다. 차일피일하며 미적거릴수록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암울한 늪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