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금융지원 시스템 크나큰 구멍 뚫린셈…재발방지 대책 세워야

[투데이코리아=김영훈 기자] 세계가 인정한 종합가전기업 모뉴엘이 1조 원대 매출 조작을 통해 사기대출을 받아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모뉴엘은 로봇청소기와 홈시어 PC를 개발해 주목받은 기업이다. 또한 창사 10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해 MS사 빌 게이츠로부터 창의적인 제품으로 극찬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이후 매출이 17배나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중견기업으로 초고속 성장한 모뉴엘이 갑작스럽게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모뉴엘은 매출의 80% 이상인 해외시장의 수출 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자금난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법정관리를 신청한 모뉴엘 위장 수출 규모가 3조원 상당이었고, 일부인 446억 원을 해외로 빼돌리기까지 했다.

사기로 대출을 받기 위해 수출가격을 조작하고 실물 이동 없이 허위로 수출입을 반복해 실적을 부풀린 것이다. 이런 수법으로 모뉴엘은 허위수출 실적을 근거로 최근 6년 동안 시중은행 등 10여 곳에서 3조2000억원대 천문학적 액수의 사기대출을 받았고 이 가운데 6700여억원을 갚지 않은 상태다.

이에 검찰은 지난 26일 모뉴엘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 허모 부장을 체포한 것을 비롯해 일부 전·현직 간부 등을 출국금지했다. 검찰은 또 현 수출입은행장 비서실장인 서모(54)씨를 이날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했다. 허 씨는 모뉴엘에 지급보증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설마 했는데 역시 검은돈의 뒷거래가 있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들은 대당 2만 원 정도인 저가 HTPC를 대당 250만원으로 속여 수출한 뒤 관련 서류를 제시해 무역보험공사 보증 및 은행 대출을 이끌어 냈다. 2010년부터는 국내 당국의 추적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해외에서만 물품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 이 때문에 허위 수출금액 중 해외 거래분이 76%(2조4000억 원)에 달한다.

기발한 제품을 앞세워 매년 초고속 성장을 해왔던 모뉴엘의 성공신화가 모두 조작이었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시중 은행들과 무역보험공사는 물론 국세청, 관세청, 금융당국까지 모두 6년간에 걸친 모뉴엘의 서류 조작을 어떻게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인지 의문이다.

눈에 띄게 성장 중인 기업의 외형과 형식적인 서류만 보고 판단한 결과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닐까? 조금이라도 신중했으면 지금과 같은 대형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게 금융권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번 모뉴엘 사태를 넓게 보면 우리나라 수출금융지원 시스템에 크나큰 구멍이 뚫린 셈이다. 몇 사람이 마음만 먹고 서류를 조작하면 조 단위의 대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면 허점투정인 금융거래 행태를 볼 수 있다.

현재 무역보험공사와 각 시중은행들은 '네 탓 공방'으로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금융체계에 어떤 구멍이 나 있는지를 제대로 점검해야 할 것이며, 당국은 진상을 철저하게 파헤쳐 책임질 사람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묻고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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