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와 5년째 분쟁…중소기업과 상생 요구 목소리와도 어긋나

공사.jpg
▲사진=롯데건설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아하엠텍

[투데이코리아=구재열 기자] 대한민국을 뒤흔든 갑(甲)의 횡포. 국민들은 분노했고 횡포를 부렸던 갑은 수그러든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여전하다. 을(乙)을 향한 갑(甲)의 상상도 할 수 없는 횡포는 여전하다.

시공능력순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한 곳인 롯데건설이 갑을 논쟁의 중심에 섰다.

롯데건설이 5년째 하청업체와 분쟁을 벌이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롯데건설은 현대제철 화성 일관제철소 건설에 착수하면서 아하엠텍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한다. 아하엠텍은 2010년 공사를 마쳤으나 추가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계약사항 외에 추가공사 및 물량증가가 있었는데 아하엠텍은 이 추가공사 대금을 147억 원으로 추산했고, 롯데건설은 53억 원으로 견적을 내자 분쟁이 생긴 것이다. 아하엠텍과 롯데건설이 추가공사비 협상에 돌입했지만 의견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던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충남 당진에 있는 이 회사를 방문해 사연을 듣고 공정위에 직권조사를 지시하게 된다. 공정위 실무자들이 10개월간의 조사를 마치고 이듬해 3월 작성된 공정위 심사보고서에는 ‘부당하도급대금 113억원, 과징금 32억원, 벌점 3점’이라는 심사관 조치의견이 담겼다.

55.jpg

여기까지 보면 롯데건설은 부당하도급대금을 지급해야 하고 과징금도 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바뀐다. 공정위 소회의에서 몇 차례 판단 유보 결정이 내려지더니 결국 그해 9월 ‘경고·무혐의’로 끝났다. 당사자의 주장이 상반돼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므로 법 위반 여부의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물론, 업계에선 심사보고서와 심판실 심의의 판결 내용이 뒤집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반대 판결이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도 있다. 공정위 처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처리결과의 근거가 되는 심사보고서와 처리결과가 아예 정반대로 나왔기 때문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연출된다. 당시 롯데건설 측을 변호했던 로펌 변호인단의 팀장은 공정위 출신이었으며 당시 공정위 소위원회 심판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은 임기를 마친 뒤 그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건설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공정위의 처리결과를 근거로 자신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즉, 얼핏 봐도 문제가 있을 소지가 충분한 처리결과를 근거로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 건설업계를 선도해 나가는 대기업의 행태로는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요구하는 정부의 방침과도 동떨어진 모습이다.

하청업체가 갑의 위치에 있는 원청업체와 각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건설업계의 관행상 문제업체로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갑(甲)의 위치와 싸우기 위해선 회사는 운명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 아하엠텍의 처지에 동정심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아하엠텍의 안동권 대표는 롯데건설의 모습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안 대표는 “롯데건설은 하도급업체를 쥐어짜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뿐만 아니라 제2롯데월드 공사에 참여한 D 기업도 현재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도산 위기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 측은 참여하고 있는 공사만 수백 개고, 하청업체는 수천 개가 되기에 몇몇 업체와 추가공사비에 대한 시각차로 인해 분쟁이 있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