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삼성저격수' 심상정의원

삼성 비자금 및 로비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이 진통 끝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제 삼성특검법은 전체회의에 회부돼 23일 통과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권영길, 문국현, 정동영 3자 회동이 가능했던 특수한 대선정국의 정치적 지형 덕을 보긴 했지만, 민주노동당 및 소속 의원들로서는 삼성 특검법 현실화를 목전에 두고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다. 원내 9석 밖에 안 되는 민노당이 세계 굴지의 그룹에 막강한 로비 능력을 갖췄다고 회자되는 삼성을 상대로 하는 특검법을 성사시킨 것은 기적에 가깝기 때문. 평소 삼성 저격수로 불렸던 심상정 의원을 만나 삼성특검법 통과에 대한 소회와 삼성으로 대표되는 한국 기업의 로비문화 척결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삼성 특검의 수사기간이 당초안보다 대폭 줄어들게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첫 법안은 수사기간을 200일로 하고 있었고, 대선 당선축하금 등을 범위로 포함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22일 법사위 소위를 통과하면서 수사기간은 특검 임명 후 20일간 준비기간을 거친 후 60일간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됐고, 1차 30일, 2차 15일 이내에 연장할 수 있도록 조정됐다. 당선축하금이라는 표현도 빠졌다.)

▲X파일 사건 특별검사도 180일간 수사했다. 우리 역사상 어느 특검법에 비춰봐도 200일간 수사가 유난히 긴 것은 아니다. 삼성 비자금 사건은 워낙에 장기간, 그리고 광범위하게 일어난 사건이라 기간이 길 수 밖에 없다. 긴 수사기간은 당연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과정부터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부분을 포함시키는가 여부를 놓고 설전도 치열했는데?

▲수사, 재판 중인 사안을 빼자는 소리도 나왔는데, 이는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부분을 빼자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제안에 청와대의 대선 당선축하금 부분과 공직자비리수사처 논의까지 엮였다. 이들을 서로 교환하는 딜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만약, 삼성 경영권 승계 부분과 청와대 대선축하금을 둘 다 빼기로 막판 딜(deal)이 이뤄졌다면 청와대, 신당, 한나라당간의 '삼성 대연정'이 현실화될 뻔 했다.

-김 전 법무실장 폭로에 이은 이용철 전 청와대 비서관 폭로 등 삼성 로비가 전방위에 걸쳐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당선축하금 의혹에 말려 들어 있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 남아날 지도층 인사가 없을 것,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이 부분은 어떻게 털고 가야 할까?

▲병이 너무 깊고 넓긴 하지만, 옛말에 '병을 고쳐 사람을 살리라'고 했다. 삼성공화국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오는 것은 일개 기업이 국가권력만큼이나 커졌기 때문이다. 정, 관, 법조, 언론, 학계 등 전방위에 걸쳐 삼성 불법을 보호하기 위한 성벽이 마련돼 있다. 이건 경제민주화라든지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삼성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왜 이번 삼성 비자금 특검을 추진하는가? 이건희 개인 비리를 넘어서서 이 사건 처리의 향배가 우리 민주주의 발전의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삼성과 관련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실체, 책임을 전부 드러냄으로써, 잘못된 역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

우리가 반민특위 실패로 친일청산을 하지 못해 아직도 우리 사회의 공정한 발전이 저해되고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다만, 삼성 비자금 로비의 철저한 조사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데 핵심이 있지 특정인의 단죄가 아니다. 선의의 피해자는 '양심고백'을 통해 재평가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삼성에 연루됐던 지도층들을 해방시키는 예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삼성 특검법이 현살화될 경우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제인들의 반발이 있는데?

▲그건 그저 '협박'이지(웃음). 삼성 특검 때문에 어려워지는 게 아니다. 부패척결을 못 하면 더 어려워진다. 부패 때문에 소모되는 천문학적 비용을 생각해 보라. 그 로비 비자금을 차라리 경제발전에 투자하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건희 회장 일가와 기업 삼성을 분리해 생각하지 않는 풍조에 대해서도 평가해 달라.

▲삼성그룹이 초일류로 성장하는 것을 칭송하고 삼성 같은 기업 몇 개만 있으면 한국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널리 퍼져 있는 게 사실이다. 즉, '삼성의 성공이 곧 국민 전체의 성공'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막연한 생각일 분, 실상 삼성은 이건희 왕국의 절대권력화 아래 있고, 삼성의 성공은 국민의 성공이 아니라 이건희의 성공이 되는 상황이다.

(민노당이) 삼성공화국을 해체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삼성의 성공이 이건희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진정한 국민의 성공으로 연결되도록 하자는 데 핵심이 있다.

물론 이건희 왕국과 삼성을 현실적으로 분리하기 어려운 점이 현실적으로는 있다. 그러나 민주화란 게 무엇인가? 권력의 분점 아닌가? 우리가 지난 세월 반독재 민주화를 한 것은 권력을 분점하는 과정이었다.
양극화 해소도 바로 경제권력의 분점으로만이 해결할 수 있다. 삼성 같은 절대권력을 분점해야 한다. 그 방법이 무엇인가? 소유구조를 민주화하고, 불법 비자금을 근절하자는 것 아닌가?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