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측 "직원들 모두 컴퓨터로 자동 배정 받아. 인사성 보복 아냐"


▲사진=인사성 보복논란에 휩싸인 대한항공 박창진 사무장

[투데이코리아=선다혜 기자] '땅콩회항'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3년 형이 구형된 가운데, 박창진 사무장의 비행 스케쥴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있다.

대한한공 박창진 사무장(44)이 업무 복귀 이후 과중한 비행 스케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박창진 사무장은 "18년 근무하면서 이런 '지옥의 스케쥴'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항공 측이 박창진 사무장에 대해서 인사성 보복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 2일 서울 서부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창진 사무장은 "대한항공이 나를 '관심사원'으로 분류하려는 시도를 느꼈다"며 "대한항공 측이 업무복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회사 측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매체 측이 압수한 박 사무장의 비행 스케쥴 대부분은 국내선이나 일본·중국·동남아 단거리 국제선으로 짜여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달 3번 이상 편성되는 장거리 노선은 인천~이탈리아 로마 1번 뿐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박 사무장은 오는 4일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김포~여수를 4번 왕복하는 일정이 잡혀있다. 이어 5일에는 10시 5분에 출발하는 인천~중국 칭타오 비행이 예정돼 있다. 기본적으로 승무원들은 비행기 출발이 오전 7시면 오전 4시 30분께 출근한다. 더불어 새벽 1시에 비행이 끝나더라도 뒷정리를 하느라 1시간 정도 더 근무한다. 이를 감안하면 박창진 사무장의 경우 4~5일 근무에 잠을 2~3시간 밖에 못잔다는 것이다.

13일에는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김포~제주~원주~제주~부산~김포를 오가는 일정이 잡혀있다. 항공업계 관계자 측은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노선은 대부분 현지에서 체류하지 않고 바로 승객을 받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승무원들은 비행 수당도 많고 체류비도 나오는 장거리 노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스케쥴에 대해 승무원들은 "힘들고 돈 안되는 노선을 중심으로 시간표를 편성하면서 꼬투리를 잡기 위해 시측 인사들과 함께 비행시키는 것이다. 노조 활동을 열심히 했던 직원들의 징계 수순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박창진 사무장이 인사성 보복을 당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자 대한항공 측이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대한항공 측은 "박창진 사무장의 스케쥴은 업무복귀 승인이 난 지난 1월 30일 이전인 21일 이미 컴퓨터에 의해 자동 배정되 본인에게 통보된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이어 "승무원 스케쥴은 전체 6천 명이 넘는 승무원을 대상으로 컴퓨터에 의해 자동 편성되므로, 인위적인 '가혹한 스케쥴'편성은 발생할 수 없다. 박 사무장의 2월 79시간 비행 시간은 다른 팀장과 동일한 수준이고 이전 근무시간과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박창진 사무장의 비행이 한 번만 편성된 것에 대해서도 "2월에 다른 팀장과 같은 수준인 장거리 2회 비행 (뉴욕·로마)이 편성돼 있었으나, 10일 뉴욕 비행 스케쥴의 경우 회사 내 승격시험으로 인해 4명의 열원이 생겨, 박 사무장이 장거리 팀장 요건에 충족되지 않아 중·단거리 노선으로 대체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1월 30일에 열린 조현아 전 부사장의 두 번째 공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박 사무장이 이번 일로 업무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창진 사무장은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여객기의 사무장이었으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지시에 의해 이륙 직전이었던 여객기에 하기했고, 이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 사건 무마를 위해 대한항공 측 위증 지시·회유 등을 밝힌 바 있다. [출처=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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