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경영’ 모범 보여야 할 공기업 건설 현장서 일방적 계약해지도




▲사진=대우건설이 중소건설 업체 상대로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정진우 기자] 지난해에 이어 2015년 또다시 대한민국은 갑(甲)의 횡포(?)로 건설업계에서 잘 나가고 건실하던 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갑(甲)질 횡포에 부도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갑(甲)의 횡포에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일명 땅콩 리턴 사태가 대표적 사례로 조 부사장은 기내에서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행한 행동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며 대한항공은 ‘땅콩항공’이라는 비아냥거림을 아직까지 듣고 있다.

대한항공 사태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남양유업 사건’도 소위 갑질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남양유업은 대리점주들에게 이른바 ‘밀어내기’ 횡포를 부린 사실이 드러나 대외 이미지가 추락했고, 이는 실적 부진의 결과로 이어졌다. 남양유업은 지난 1994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갑의 위치에 있다손 치더라도 을에 대한 부당한 압력 행사를 자제할 수밖에 없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대표적인 건설업체가 하청업체를 상대로 소위 갑(甲)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인 대우건설이 중소건설업체를 상대로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한국서부발전에서 발주한 평택복합화력 2단계 건설공사를 수주한 대우건설은 지난 2012년 10월 31일 전문건설업체인 (주)성풍건설과 토공 및 구조물 기초공사를 75억원, 2015년 3월 31일을 최종 준공일로 설정하고 계약을 했다.

계약 이후 설계변경 및 현장여건의 변화 등으로 인해 총 9차례에 걸쳐 변경을 했고 결국 계약금액은 당초 계약에서 121억원이 증액된 196억원이 됐다.

그러나 작업이 한때 중단되기도 하는 등 공사의 진척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대우건설은 지난달 17일 성풍건설 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성풍건설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분쟁이 벌어진 상황이다.

건설현장에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너무나 흔한 사례로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갑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횡포를 부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우건설과 성풍건설이 벌이고 있는 분쟁을 살펴보면 갑의 부당한 횡포로 볼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분쟁의 핵심을 미리 언급하자면 설계 변경 등으로 발생한 추가금액과 간접비에 대한 정산 여부다. 성풍건설은 이를 33억여원으로 책정, 대우건설에 지급을 요청했지만 대우건설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 과투입 반영분에 대한 양측의 이견

그렇다면 추가 설계변경 요청 및 과투입 반영분 33억여원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양측은 당초 75억원에 계약을 했지만 이후 설계변경 등으로 인해 계약금액이 196억원이 됐다. 계약금액은 두 배 이상 늘었지만 대우건설은 낙찰률 및 실행단가를 75억여원에 맞춰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럽게 하청업체인 성풍건설이 적자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성풍건설 측은 대우건설에 계약변경을 할 때마다 과투입 비용을 반영해줄 것의 확인을 받고 진행한 대금지급을 대우건설 측은 약속한 일정이 지나도록 지급하지 않고 이제와 공사 대금의 산정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대금의 지급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왕에 자금난을 겪어 결국 성풍건설은 늘어난 적자폭을 감당할 수 없어 지난해 9월 30일부터 대략 20여 일 동안 작업을 중단하게 된다.

이후 추가 계약변경을 통해 11월 기성으로 약 16억원의 기성금을 대우건설이 지급하면서 공사가 재개됐지만 공사는 계속 삐거덕거린다. 대우건설이 12월 기성으로 7억 2천여만 원을 세금계산서 발부까지 했지만 지급을 하지 않은 것이다.

추가 설계변경 요청 및 과투입 반영분의 실체에 대해선 어떻게 봐야할까. 성풍건설은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대우건설은 금액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측은 해당 금액에 대해 “근거도 없고 지급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급을 해야 할) 잔여금액이라는 것이 없다”면서 “미불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성풍건설 측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성풍건설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지급해야 할 금액”이라면서 “2015년 1월말까지 총 투입비가 231억원으로 기성금 196억원에 기성수입 대비 35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으며 현재 추가 설계 변경 요청 및 과투입 반영분 33억원을 요청해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입장이 철저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한국서부발전 측의 최근 행보가 눈길을 끈다. 지난 3일 발주처인 한국서부발전의 한 관계자가 성풍건설 측에 논쟁이 되고 있는 금액 지급과 관련, 중재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금액 33억원 가운데 18억여원 지급으로 분쟁을 종료하자고 중재한 내용을 보면 대우건설 주장의 신빙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인 것이다.

서부발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성풍건설을 비롯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서부발전의 제안은 실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보면 추가설계 변경 금액과 과 투입 반영분의 실체는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계약해지 책임 주체 공방戰…누구 잘못일까?


▲사진=성풍건설에 대한 대우건설의 계약해지 통보


대우건설은 계약해지를 통보했지만 성풍건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책임의 주체를 성풍건설이라고 지적했는데 성풍건설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예시를 근거로 제기하면서 반박하고 있다.

지난 2월 17일 대우건설이 성풍건설에 ‘하도급 건설공사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근거로 제시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대우건설은 성풍건설에 ‘공사관리능력 부재로 인해 공사 미불금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 2월 6일 공사가 완전히 중단되는 등, 계약불이행 행위로 인해 현장 공정에 막대한 지장과 손해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성풍건설이 수행중인 구내도로 및 배수공사의 준공이 2월 28일로 예정되어 있으나 성풍건설의 공사 미투입으로 인해 발주처로부터 지체상금을 요구받는 등, 대우건설의 신뢰도 추락 및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대우건설이 성풍건설에 즉각적인 미불금 해결 및 공사재개 계약이행을 수차례 촉구를 하였으나 성풍건설은 미불금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공사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등 계약이행을 위한 어떠한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대우건설은 ‘이에 성풍건설이 계약이행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을 수 없어 건설공사하도급계약에서 특수조건 제6조(기한이익의 상실 및 계약해지), 하도급계약서 제25조(계약해제, 해지), 건설표준하도급계약서 제25조(계약해제, 해지) 제1항 등을 근거로 하도급계약을 2월 17일자로 해지했음을 통보하며 당사의 손해에 대한 배상 등 모든 책임은 계약서 각 조항에 의거 성풍건설에 있음을 첨언한다’고 통보했다.

대우건설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성풍건설의 공사관리능력 부재로 인해 현장 공정에 막대한 지장과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의 주장이 맞는다면 계약해지는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대우건설은 자신들의 임무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성풍건설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듯한 정황을 엿볼 수 있다.

만약, 대우건설이 성풍건설에 책임을 전가했다고 볼 때 대우건설 측의 행보는 적반하장식의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성풍건설이 2월 17일 이 같은 계약해지 통보 내용에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계약해지를 인정할 수 없다”고 회신을 한 내용을 보자. 성풍건설은 대우건설의 ‘귀사의 공사관리 능력 부재로 인해 공사 미불금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우건설이 현장 장비대금을 2014년 12월 조치키로 함에도 불구하고 지켜지지 않았고 올해 1월 25일까지 기성지급키로 하였으나 집행되지 않아 현장 장비운영 및 노무자의 출역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2월 6일까지 7억2천6백만원을 지급키로 했지만 아무런 이유없이 지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일단, 성풍건설은 과거 대우건설 측이 공사를 진행하면서 했던 확약서와 각서를 보면 반영분의 실체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확약서는 평택복합 2단계 건설공사 가운데 옹벽 보강 케미컬앙카 공사의 내용을 담고 있다. 수급인은 해성토건, 지급인은 성풍건설, 확인인은 대우건설 등으로 되어 있다. ‘상기 예정금액을 지급일에 지급을 확약하고 이에 확약서를 작성합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성풍건설 측은 “대우건설에서 아직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우건설이 구내도로 및 배수공사의 준공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선 “8차에 걸친 설계도면 변경 이후 수차례에 걸친 구두지시로 인한 도면 변경에 따른 재시공, 종합사무동 주변 도로 및 주차장 도면 변경으로 현재와 같은 여건에 이르게 된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미불금 문제와 관련해선 “과투입에 대한 실정을 정당한 사유에 의거 공사금액 변경 요청을 했음에도 공사금액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미불금의 변제 및 잔여공사 마무리에 극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대우건설의 계약해지 통보에 대해선 “갑의 지위를 이용, 영세한 중소기업을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가고 있는 것으로 더 이상의 공사 진행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우건설이 당연히 이행해야 할 것을 하지 않으면서 모든 책임을 성풍건설에 전가하는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갑’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공사의 진척을 막은 주체가 어느 쪽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공사의 원활한 진행을 막은 책임은 대우건설 측에도 있어 보인다.

◆ 공기업 발주 ‘건설현장’서 상생경영 물 건너가나?


▲사진=대우건설에 대해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 신고를 한 성풍건설

이처럼 해당 사업에 대한 대우건설의 계약해지 통보와 성풍건설의 수용 불가 입장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재 대우건설은 계약해지 통보 이후 성풍건설의 입장에 어떠한 답변이나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성풍건설은 민원 신청 등을 통해 다각도로 탈출구 모색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작금에 공기업이 발주한 건설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우건설과 성풍건설의 분쟁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업을 발주한 한국서부발전은 2001년 한국전력공사에서 분사, 설립된 발전 전문 공기업이다. 공기업이 발주한 건설 현장일수록 상생경영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데 되레 역행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 분쟁은 쉽사리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측은 자신들은 최선을 다 했고 문제는 성풍건설에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2년 이상 공사를 진행하면서 상생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다른 업체는 다 문제가 없는데 성풍건설만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성풍건설에 만나서 얘기를 하자고 해도 만나지도 않고 있다”며 “최소한 신뢰는 지켜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공사를 잘하면 다른 프로젝트에 (해당 업체를) 같이 끌고 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다른 업체들은 잘만 하는데 (성풍건설은) 입성이 안 되면서 더 시끄러워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9차례의 계약변경에 대해선 “(성풍건설의) 이윤을 보장해주려고 했던 것”이라면서 “공사금액이 늘어나면 이윤이 늘어나기에 적자를 보존해주기 위해 증액을 시켜준 것”이라고 말했다.

성풍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과의 분쟁에 대해 “건설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봤지만 이런 갑질은 처음 겪어본다”며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우건설 앞에 가서 분신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까지 했다.

상생경영에서 보통 갑(甲)의 위치에 서 있는 대기업의 역할과 대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기업이 을(乙)의 지위에 있는 기업을 옥죄거나 부당한 거래를 할 때 산업계는 온기를 잃을 수밖에 없고 해당 기업의 경쟁력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

또한 분쟁의 소요시간이 길어질수록 중소기업 입장에선 생사의 갈림길로 몰릴 수밖에 없다. 해당 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