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삼성 특검법 문제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재의를 요구하지 않기로 27일 청와대에서 입장을 밝혔다.

이는 기존에 청와대가 '삼성특검법' 사안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입장을 뒤엎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에서 요구하는 특검법이 가지는 문제점을 설명하면서 “국민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특검법은 사실 국회의원들에게 편리한 제도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특검법'을 수용하기는 하되, 이 법이 가지는 문제점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다는 게 노 대통령의 의지였다.

노 대통령은 “삼성특검법이 법리상으로나 정치적으로 굉장히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법이라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의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고,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재의 요구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특검법 수용 이유를 밝혔다.

덧붙여 노 대통령은 “청와대가 재의요구를 하면 그 기간 동안 검찰수사가 이중으로 진행되는 번거로움, 정치적 논란 야기와 비용지불의 문제, 그리고 특검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다퉈 얻을 만한 정치적 이익이 없다고 판단해 특검을 수용하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국회가 요구하는 특검법은 국회의원들의 횡포이자 지위의 남용이라고 생각한다”며 “(강을 건널)다리가 있으면 다리로 다니면 되지, 왜 굳이 나룻배를 띄워야 하느냐”고 비유, 정부부처 차원의 '공직부패특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실제 공수처 관련 사안은 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지난 2002년 대선 때 각 당이 모두 공약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노 대통령은 “공약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의 이의에도 불구하고 조정을 거쳐 청와대 차원에서 공수처법을 2004년 11월 국회에 넘겼는데, 국회가 그 법을 통과시켜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원인을 공직, 즉 국회의원들의 부패나 비리를 조사하고자 하는 정부부처 인가를 국회가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노무현 대통령은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특검법은 다수당이 아니면 통과시킬 수 없는 법안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앞으로 다수당의 필요에 따라 '시도때도' 없이 제기될 특검법에 우려를 표했고 “사건을 담당할 정부부처는 특검법 말고는 나올 가능성이 없다. 결국 특검법은 다수당의 무기다”며 “국회가 이번처럼 결탁해 대통령을 흔들기 위한 무기로 특검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법은) 국회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끄집어 내 쓸 수 있는 정치적 남용의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며 “공수처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 대통령은 “특검이 참 좋은 제도인 줄 알고 있는 국민들에게 특검이 참 좋은 제도가 아니고 국회의원들에게만 편리한 제도라는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며 “국회가 진정으로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있고, 공정한 수사를 바란다면 공수처법을 통과시켜 줘야한다”고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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