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답보 상태와 소극적인 당 구성원들의 태도에 시달리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공식선거전 첫날인 27일 큰 선물을 받았다. 중진들의 대거 지원과 촌철살인 비유로 유세에 천군만마와도 같은 효과를 얻은 것.

정 후보는 27일 오후 대전을 찾아 대전역 앞 광장에서 대전시민들을 상대로 유세활동을 폈다.

이 자리에는 정 후보와 당내 경선에서 용호상박의 경쟁을 벌였던 맞수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해찬 전 총리가 공동선대위원장 후보 자격으로 참석했다.

정 후보 지지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에 대한 공격으로 "가짜를 연달아 발음하면 '짜가'가 된다. 이명박 후보는 모든 게 가짜다. 가짜인 게 연이어 드러나다 보니 그야말로 '짜가' 대통령감이 됐다. '짜가 대통령'을 뽑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민주당과의 합당 추진과 이의 무산 과정에서 정 후보측을 향해, "이런 통합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일갈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도 무색하게 이 공동선대위원장은 정 후보에 대한 아낌없는 지지를 호소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의 주역 김근태 의원 역시 현장을 찾아 정 후보를 지원했다. 김 의원은 평소 말이 별로 없는 편이나, 비유를 사용, 정 후보의 맞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에게 비수를 날렸다.

김 의원은 "김근태는 많이 외치지 말고, 정동영을 외쳐 달라"고 주문,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 낸 뒤, "이명박 후보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고 있다. 까도 까도 나온다. 이 정도 되면 그냥 양파도 아니고, 유전자 조작 불량 양파 후보다"라고 지적했다.

공동 선대위원장인 한명숙 전 총리는 크게 눈에 띄는 활동은 없었으나, 27일 아침 도라산역 일정부터 후보를 줄곧 동행하는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전역 유세에서 "쑥 중에 가장 좋은 쑥은 한명숙"이라는 찬사를 받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정 후보 역시 이런 지원사격에 부응이라도 하듯, 강한 어조로 자신의 비전을 대전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정 후보는 이 후보를 비리 후보로 몰아세우고, "이명박의 시대로 가야만 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좋은 대통령이 되겠다. 이명박 후보는 새 시대를 열 수 없다"고 말해 자신이 미래지향적인 후보임

정 후보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가족같은 대통령이 되겠다. 나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 출신이고 기자 생활을 했다. 국민들이 말하는 것, 어려운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 훈련이 돼 있다. 여러분의 장남같은 대통령의 시대를 만들겠다. 일어서서 전진하자"고 지지를 호소했다.

줄지어 이어진 촌철살인의 지원유세에 대전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대전역 광장을 가득 메운 채 유세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시민들은 정 후보 지지를 선뜻 결정짓지는 않았지만, 신당 중진들의 지원 유세와 정 후보의 지지 호소에 귀를 기울이며 타후보의 공약과 비교하는 모습이었다. 또, 청년 당원들의 무대 공연, 쉬운 트로트 음악을 개사한 응원가 등을 따라 노래와 율동을 따라하는 등 추운 날씨에도 불구,큰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