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5월 29일과 30일에 진행되는 정동 야행(貞洞 夜行) 축제


[투데이코리아=이나영 기자] 도심 한복판에 세월따라 변하지 않고 과거와 현재가 녹아 있는 공간, 5월의 꽃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공간, 정동에 5월 마지막 주 29일, 30일 주말 여행을 떠나 보자.

■ 정동의 유래

정동은 1396년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의 능인 정릉이 도성안인 지금의 정동에 조성되면서 생겨났다. 그러나 정작 정릉은 태종 이방원에 의해 도성밖인 지금의 정릉동으로 옮겨지고, 정동은 정릉의 기억을 새긴 이름만 간직하고 있다.

1883년 미국공사관이 처음 들어선 이후 영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각국의 공관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정동은 서양의 외교가로 변모하였다.
서양식 교육기관과 종료, 의료시설 등도 잇달아 들어서자 정동은 자연스럽게 근대 서양 문물이 유입되고 수용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정동은 근대시기 제국주의의 세력 다툼 속에 자주 독립국의 위치를 지켜 나가기가 매우 어려웠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관파천의 현장이자 조선왕조가 대한제국을 선포한 뜻깊은 역사의 공간이다.

지금도 근대 역사를 전하는 유산이 많이 남아있는 정동은 서울 도심 속 ‘근대유산 1번지’로 불리고 있다. 유서깊은 근대유산들이 각자의 내력을 소개하고 전해주는 박물관, 전시관 또는 미술관으로 단장되어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정동 야행(貞洞 夜行)축제’는 낮의 모습만 익숙했던 정동을 밤 늦게까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를 위해 정동 일대의 덕수궁과 성공회서울대성당, 시립미술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경찰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조선일보미술관, 농업박물관 등 20곳의 기관들이 참여해 밤 늦게까지 문을 활짝 연다. 특히 굳게 문이 닫혀있던 주한미국대사관저도 축제 기간 동안 일부 개방한다.

축제는 크게 ‘중구의 역사를 보다’와 ‘정동의 밤을 거닐다’라는 테마로 야사(夜史), 야설(夜設), 야로(夜路), 야화(夜花) 등 4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 야사(夜史) : 중구의 동 유래를 바탕으로 한 체험 행사

조선시대 장안에 약을 공급하는‘가운뎃 말’에서 유래한 중림동은 약초를 재배하는 밭이 많았다고 한다. 야광물질을 묻힌 한지재료에 한약재료를 포장하여 묶고 야광물감으로 향첩을 칠하는‘야광 향첩만들기’행사는 중림동에서 본따 만든 체험행사이다.

3D프린터기까지 등장한 요즈음, 활자를 조합해 원하는 문구를 만들어 보는 ‘활자도판체험’은 과거로 거슬러가 옛분들의 지혜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 될 듯하다. 조선시대에 활자를 만들던 관아인 주자소가 자리잡은 주자동에는 효자, 열녀가 많았던 곳으로 전해온다.

무기의 제조관리를 맡아보던 군기시라는 관청이 있어 전다리 부근에 있던 모교동(毛橋洞)과 구별하기 위해서 불리우게 된 무교동(武橋洞). 이를 본 따 무기를 제조할 때 문자나 숫자를 새기는 타각 기법을 이용한 대장간 체험과 함께 나무를 이용해 칼도 만들어 본다.

신당을 모신 동네라는 뜻을 갖고 있는 신당동에는 신당이 많았다고 한다. 이 의미를 살려 야광 분장을 한 무당이 방문객을 상대로 신통방통한 점쾌를 봐준다.

조선 선조시대에 설치된 선혜청의 창고가 있던 남쪽이라 해서 유래된 남창동(南倉洞)의 유래에 따라 서울에서 보기 힘든 됫박 등을 이용해 쌀, 튀밥, 뻥튀기로 홉, 되, 말 등의 양을 재는 단위인 조선시대 도량형도 체험해 본다.


■ 야화(夜話), 야설(夜說) :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문화시설을 둘러보다

독립선언문이 비밀리에 등사되었던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거점 정동제일교회와 덕수궁 등을 비롯한 문화시설 20개소가 밤 10시까지 문을 활짝 연다. 문화시설과 정동길 곳곳에서는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도 펼쳐진다.

1897년 12월 현재의 자리에 최초의 서양식 개신교회로 건립된 정동제일교회는 민족대표 33인에 포함된 이필주 담임목사와 박동완 전도사가 옥고를 치르기도 한 곳이다. 이 곳에서 29~30일 6시30분에 파이프오르간과 성악·국악의 만남을 감상해보자.
정동제일교회를 끼고 안쪽길로 들어서면 우리나라 최초의 신식 교육기관이자 서양식 벽돌양옥인 빨간벽돌의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이 보인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소설가 나도향, 시인 김소월, 독립운동가 지청천 등이 배출된 학교로 현재 당시의 교실과 교복 등을 재현해 박물관으로 공개되고 있다.

가슴아픈 역사만큼 갖은 고초를 겪어온 궁 덕수궁. 1905년 을사늑약, 1907년 헤이그특사파견의 현장으로 대한제국의 좌절과 궁궐수호의 의지가 담긴 이곳에서 30일 오후7시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음악회가 열린다.

덕수궁을 둘러싸고 있는 돌담길을 걷다보면 경찰이 길목을 지키고 서있는 미국대사관을 만나게 된다. 평소 개방되지 않았던 주한미국공사관도 특별히 29일 저녁6시~8시, 30일 오후2시~6시까지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처음으로 개방되는 주한미국공사관은 사대문 안에 최초로 개설한 외국 공사관으로 2001년 4월 서울시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정동길 깊숙이 자리잡은 정동근린공원 뒤에는 옛 러시아공사관의 마지막 흔적인 하얀 건물이 우뚝 서있다. 르네상스식 3층 벽돌구조로 1890년 완공된 구 러시아공사관은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시해되자 고종이 세자와 1년간 피신해 머물렀던 아관파천의 현장으로 역사의 아픔이 묻어 있는 곳이다.

서울시의회 골목으로 들어서면 마치 외국에 온 듯 착각마저 일으킨다. 국내 유일의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인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은 1996년 축성식 이후 지금 모습으로 완공된 건물로 영국 렉싱턴 박물관에서 설계도 원본이 발견되었다.
성안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곳에서 29일과 30일 파이프오르간과 해금, 미사와 재즈의 만남, 오르간으로 듣는 명작 등 공연에 흠뻑 빠져보자.


■ 야로(夜路) : 정동의 아름다운 밤길을 즐기다

정동의 돌담길을 해설사와 함께 걸으며 근대문화역사현장을 느낄 수 있는 ‘다같이 돌자 정동 한바퀴’가 5월29일 저녁7시, 5월30일 오후1시30분, 저녁7시 등 3회 운영된다.

이 외에도 덕수궁을 시작으로 덕수궁을 시작으로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구세군역사박물관, 성공회서울대성당, NH아트홀, 시청별관 정동전망대 등이 종점인 5개 코스를 선보인다. 예약없이 나에게 맞는 코스를 선택하여 야밤에 산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출처=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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