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족함은 접어두고 상대방 흠집내기에 정신없는 ...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화 되면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고가 신문의 1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광고를 보면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흠집 내고, 헐뜯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무얼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를 자근자근 씹었다. “군대는 안 갔지만 위장 하나는 자신 있다”는 문구로 이명박 후보의 아픈 데를 쿡쿡 쑤셔댔다.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키울 때는 위장 전입, 키워서는 위장 취업”이라는 표현으로 이명박 후보 자녀의 위장 취업 시비를 걸고 넘어졌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실직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어떻게 행복하게 해줄지에 대한 정책 홍보는 없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좋은 대통령을 필요로 하는데 그게 바로 정동영 후보라는 광고다.

같은 날 이명박 후보는 욕쟁이 할머니를 등장시켜 “쓰잘데 없이 쌈박질 그만하고 경제 좀 꼭 살려라잉”이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그러면서 “청계천 열어놓고 이번엔 또 뭐 할껴? 경제 하나만큼은 꼭 살려라잉. 알긋나”라는 카피로 국민들의 이명박 후보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표시했다.

이명박 후보는 “잃어버린 10년 동안 우리의 힘든 형편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돈 없는 서민도, 힘없는 약자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 성실히 일해 온 거친 손이 보상받는 국민 성공시대를 저 이명박이 만들어 가겠습니다”라고 했다.

정동영 후보의 광고와 이명박 후보의 광고는 하늘과 땅이다. 우선 정동영 후보는 상대방을 욕하고 이명박 후보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갖게 했다. 정동영 후보는 뭘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고, 이명박 후보는 비전을 제시해 표를 얻으려 했다.

이 광고를 보고 “맞아, 이명박은 진짜 나쁜 놈이야”라고 생각한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그보다는 정동영 후보에 대해 “저는 어떻고. 남을 흠집 내기 좋아하는 놈이 무슨 대통령을 한다고”라고 말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정동영 후보는 29일에도 신문의 1면 광고에서 “한 입으로 두 말”이라는 카피로 이명박 후보를 비판했다. 자신의 광고에 이명박 후보의 입 모습 사진을 4장이나 게재하고 “한 개인의 거짓말은 개인의 문제지만 대선 후보의 거짓말은 국민을 불행하게 합니다”라고 했다.

이제 선거운동은 바뀌어야 한다. 상대방을 욕하고, 잘 못을 들추고, 씹어대는 것은 오히려 표를 갉아 먹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설령 상대방에게 약간의 흠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덮어두고,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더 큰 사랑을 받는다.

대선 후보들은 국민들의 수준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누구를 나쁜 놈이라고 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을 나쁜 놈을 보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을 나쁜 놈으로 몰아세운 나를 더 나쁜 놈으로 본다는 것이다.

우리의 가장 나쁜 점은 나의 잘못은 뒷전에 묻어두고 상대방의 잘 못만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다는 것이다. 정치인도 그렇고, 일반 사회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항간에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잘 씹는 것' 이라는 말이 있는지도 모른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특히 성경에 나온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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