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영훈 기자]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주목받은 가운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결의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며 경영참여 의사까지 밝혔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삼성이 의도하는 각본대로 흘러가는 듯 했지만 엘리엇 등장으로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를 사들여 3대 주주가 됐다.

이밖에도 삼성SDI와 삼성화재는 각각 7.39, 4.7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이 현재로선 외국인 주주를 중심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는 세력을 집중적으로 결집한다면 삼성그룹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수도 있다.

엘리엇의 이 같은 행보에 최악의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경영에 참여하는 척하다가 일순간에 지분을 정리하고 나간다는 것이다.

국내에 들어왔던 다른 펀드들 처럼 문제를 일으켜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해 빠져나가는 소위 '먹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조건이 불리하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합병 발표 후 삼성물산 지분을 늘리는 찝찝한 행보를 보였다.

또한 엘리엇의 궁극적인 목표는 삼성물산이 아니라 삼성전자라는 업계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에서의 경영권 분쟁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을 빌미로 엘리엇 측이 삼성전자 지분을 일정 부분 취득한 후에 다른 외국인과 연계해 배당확대, 이사진 교체, 회계장부 열람, 임시주총 소집 등 다양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취약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국내 상장사 모두의 문제점이다. 외국인 지분이 갈수록 많아지는 상황에서 헤지펀드 공격을 받으면 기업이 위태로워진다. 헤지펀드들은 분쟁을 일으키고 나서 주가가 급등하면 지분을 팔아치워 막대한 차익을 챙기곤 했다.

엘리엇 사태 말고도 2003년 소버린, 2006년 칼 아이칸의 KT&G 공격 등 헤지펀드들의 무차별 약탈에 국내 간판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거듭될 게 분명한데도 이에 대한 대책을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했다.

이번 계기로 금융감독당국은 국제 투기자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국내 기업들이 헤지펀드이 위협에 휘둘리지 않도록 기업경영권 보호수단을 도입해 기업들이 본연의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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