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5년만에 한 번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대선에 대한 각종 이슈가 정가 뿐 아니라 각종 언론 매체,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를 휩쓸고 있다.

특히나 금년은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자"며 정권 탈환을 벼르고 있고, 범여권은 범여권대로 "이제 한나라당이 초래한 IMF 위기를 극복했다. 앞으로 집권할 정권은 이 기반 위에 탄탄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같이 꽃피워 나갈 것"이라며 진보 제 3 기 정권 창출의 당위성을 목청껏 외치고 있다. 어느 쪽이든 정권을 잡기 위한 나름대로의 당위성과 절실함이 강하고, 이 와중에 각종 의혹에 대한 갑론을박까지 겹치면서 치열한 진검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아마도 6.29 선언의 기반 위에 대통령 직선제로 전환하던 1987년 이래 가장 뜨거운 대선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런 정치인들의 간절함에도 불구, 간과해선 안 될 문제가 있다. 바로 선거전이 국민들의 일상사를 방해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선거전에 나선 각당 대선 후보들은 모두 목소리를 높여 "국민경제를 살리겠다"거나 "평범한 갑남을녀의 삶이 왜 폭폭한지 귀기울여 듣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외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또 국민들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을 강조라도 하려는 듯,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 기차역이나 전철역을 방문하거나, 연탄을 나르는가 하면 새벽 시장을 누빈다.

그러나 이런 강조에도 불구하고, 이런 후보들의 유세 현장을 따라 다니다 보면 눈에 띄는 장면이 있다. 바로 유권자들을 만나러 간 행사이면서도, 막상 유권자인 일반 국민의 편의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거나, 불편을 감수하도록 강요하는 진행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경우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이다. 그런 만큼 가는 곳마다 많은 지지자들을 몰고 다니며, 수행하는 의원들이나 당 관계자들도 상당히 많다. 이런 후보가 대전역이나 부산역에 나타난다고 생각해 보자. 실제로 이 후보의 대전 유세나 부산 방문의 경우 운집한 유세 참여자들로 인해, 기차를 타려던 많은 필부들이 불편을 겪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경우는 또 어떤가. 정 후보가 여의도역 출구에서 악수를 하겠다고 나서자, 이를 취재하러 나선 기자들 때문에 전철역 출구 공간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더욱이 정 후보의 여의도역 악수 행사는 출근시간인 아침 9시 무렵이어서 혼잡을 더했다.

물론 이런 삶의 현장에 정치인들이 나타나 공약을 목소리 높여 전달하면 국민들로서도 지지 후보를 정함에 있어 한결 편하고 좋은 게 사실이다. 또 악수라도 한 번 나누거나, 핸드폰에 붙은 카메라로 평소 맘에 두고 있던 후보의 사진이라도 담아둔다면 출근길에 의외의 횡재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 기차를 혹은 전철을 타야 하는 일반인들에게 역 앞 광장을 지나치기 어려운 상황이나, 전철역 출구를 꽉 메우고 손을 내미는 행사는 반가움보다는 불편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혹시나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이 바로 이런 작은 문제부터 오는 것은 아닐까. 평범한 사람들의 먹고 사는

길을 막고 지지를 호소하는 정치인들이 "모두 그 놈이 그 놈"으로 보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자기 홍보를 하자고 일반인들의 고단한 길목을 막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손을 내밀고 있는 그 대선주자가 과연 반가울까?"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정말 국민들의 어려움을 아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조금쯤 길목을 틔워놓고 '진'을 펴는 정도의 배려는 있어야 할 것이다. 한 표가 절실하고,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표'로 보이겠지만, 좀 여유롭게, 국민들의 기본 편의 정도는 반영하는 유세 마당을 짜는 후보가 최종적으로는 더욱 표심에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억측일까?

임혜현 기자/투데이코리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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