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 도용 신경전, 기지국 로밍이 근본 원인

일선 대리점의 기업이미지(CI) 도용을 둘러싼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신경전이 갈수록 도를 더해 이제는 서로간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현재 양측은 서로 상대방 업체가 자사의 CI를 도용했다며 형사고발로 맞대응하고 있다.

SKT-LGT, CI 도용 형사고소 '맞대응'

LG텔레콤은 28일 대전, 경북 경산 등에 위치한 SK텔레콤 대리점 4곳이 자사 CI를 무단으로 도용한 것을 적발, 해당 관할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SK텔레콤이 지난 21일 LG텔레콤 대리점 12곳에서 자사의 CI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형사 고소한데 대해 정면으로 맞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일부 LG텔레콤 대리점이 자사 CI를 도용했다며 LG텔레콤 측에 시정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LG텔레콤은 현장 모니터링 등을 통해 CI를 무단 도용한 해당 대리점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LG텔레콤은 당시 이러한 사실을 SK텔레콤에 통보했고, 추가로 CI 무단 도용이 발생하면 위반 대리점에 대해 영업정지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실무 부서장간의 합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이 이를 무시하고 형사고발을 했다는 것.

때문에 LG텔레콤도 최근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SK텔레콤 대리점 중 LG텔레콤 CI를 무단 사용, 기업이미지에 피해를 입힌 대리점에 대해 형사 고소로 맞대응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그간 너나 할 것 없이 각 사 대리점간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개별적 차원에서 CI 무단 도용이 암암리에 이뤄졌고 이를 사업자가 인지하고 있었는데 SK텔레콤은 LG텔레콤 대리점만이 SK텔레콤 CI를 도용한 것처럼 호도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우리(SK텔레콤) 브랜드 인지도가 훨씬 높은데 대리점에서 LG텔레콤 CI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며 맞서는 한편 "LG텔레콤이 고소한 해당 대리점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텔레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향후 전국의 자사 대리점의 CI 도용 사례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 SK텔레콤 대리점의 CI 도용이 적발되면 즉각적으로 강력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결국 800㎒ 로밍이 핵심

이동통신업계에서는 이번 양사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데 대해 CI 도용 문제보다는 800㎒ 로밍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LG텔레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LG텔레콤은 지금까지 전국 지방에서 KTF의 기지국을 빌려 쓰고 있었는데 KTF가 오는 2010년까지 3G(3세대 이동통신망)로의 전면 전환을 선언하자 다른 2세대 망을 가진 사업자가 필요하게 된 것.

LG텔레콤이 SK텔레콤의 800㎒ 주파수를 사용하면 통화량이 많지 않은 지방에 기지국 등을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돼 시설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LG텔레콤은 SK텔레콤에 800㎒ 로밍을 요청했으나 반응은 신통치 않은 상태다.

지난 20일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LG텔레콤의 800㎒ 로밍에 대해 '점입가경'이라는 발언을 했다. 김 사장의 답변은 LG텔레콤의 로밍 요청을 거부한다는 즉답은 아니었으나 지난해 5월 LG텔레콤의 로밍 요청에 대해 '무임승차'라며 비난한 것에 비춰보면 거부의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LG텔레콤 대리점이 내년부터 SK텔레콤과 같은 기지국을 사용한다며 영업행위를 하자 SK텔레콤이 CI 문제를 들고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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