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원책 변호사(이회창캠프 자문교수)

각종 시사토론에 자주 출연, 거침없는 언변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전원책 변호사를 만나 봤다. 논리와 더불어 대중적 호소력까지 갖춰 만화주인공 이름을 딴 '전거성'으로도 불리는 전 변호사는 최근 이회창 무소속 대선 후보 캠프에 '자문교수'로 투신했다. 똑 부러지는 전 변호사가 보수분열의 원흉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이 후보를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 후보가 어떤 변화된 모습으로 전 변호사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들어봤다. 전 변호사가 생각하는 진정한 보수의 모습은 무엇이고, 여기에 '이회창 카드'는 과연 100% 부합하는 것일까?

-기성정치인에 대한 실망에서 정치에 투신한 것인가? 그렇다면 기성정치인들의 어떤 점이 문제라고 생각했는지?

▲우리 나라 정치인들이 무식하거나 게으른 경우가 많다. 책도 안 읽고 현장도 안 나가고 이합집산에, 그저 하는 것이라고는 밥 먹고 술 먹는 게 정치활동의 전부인 경우가 많다. 자기 정당의 정강정책도 한 번 안 읽어 본 국회의원도 수두룩하다. 토론에 나가보면 방금 내가 그 당의 정강을 읽어보고 왔는데, 전혀 다른 소리를 하는 국회의원들도 있다.

-그럼 우리 나라 정당 문화의 문제점은 뭐라고 보는가?

▲일단 한 정당 안에 몸담은 사람끼리 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다. 한 정당 안에 담겨 있는 이념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는 것이다. 지금은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바뀐 열린우리당 같은 경우 상향식 민주주의 등 좋은 실험을 많이 시도했다. 그런데 왜 실패했나? 바로 당의 구심점이 약하고 너무 스펙트럼이 넓어서 그런 것 아닌가?

한나라당 같은 경우도 스펙트럼이 넓게 퍼져 있다. 생각의 폭이 어느 정도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 핵이 있고, 그 핵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뭉쳐 있는 상태에서 어느 정도 조금 다른 정치인들이 한 정당을 이루고 있는 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를 들려달라.

▲옛말에 "항산자는 항심이며 무항산자는 무항심"이라고 했다. 여기서 항산자는 뭘 말하나? 나는 이걸 기본적인 먹을 것으로 본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항심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의 기본이 안 갖춰진 상태에서 정치발전을 논할 수 없다는 소리다. 내가 법학자지만,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권을 논하는 게 소용이 없다.

그런 차원에서 참여정부는 경제에 쏟아부을 힘을 정권 초반기 4대 개혁입법 논쟁에 너무 소모해 버렸다. 386 출신 보좌진에 둘러싸여 포퓰리즘에 매몰된 채 임기초반의 가장 힘있고 가장 의욕적으로 일할 기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권위주의를 혁파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 다만 권위 자체까지 무너뜨렸다는 점에서는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권위주의를 무너뜨린 게 가장 큰 공로이며, 권위를 무너뜨린 게 가장 큰 실수라는 연결문제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보수파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우리 나라의 보수층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언젠가부터 웰빙정당이 돼 버렸다. 진정한 보수 정당이 아닌, 표심에 영합하는 기회주의 정당이 돼 버렸다. 신대북정책 같은 경우,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다. 보수주의를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보수주의에 기대고 있는 가진 자들 중에 사회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제에 대한 견해는?

▲가진 만큼 사회에 의무를 다하라는 것이다. 사회지도층, 부자들 중에 서민들이 당연히 지키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세금 내고, 병역 이행하는 것조차 안 하는 가진 자들이 얼마나 많나? 그러면서 사회지도층입네, 보수입네 하는 자체가 모순이다. 그런 사람들은 외국으로 떠나야 한다.

삼성그룹만 해도 지금 상속 과정에서의 문제가 얼마나 많나? 고 이병철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상속시킬 때 이미 160억원대 세금을 냈는데, 지금 몇 배 커진 상황에 이건희 회장이 아들 이재용에게 상속시키면서 세금 16억원만 내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해 줄곧 비판을 가해 온 것도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다. 부자, 보수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깨끗한 것이 보수의 특성이어야 한다.

-이명박 후보가 보수를 대변할 후보가 아닌가?

▲이명박 후보가 나오면 보수가 진보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왜 그런 정치인을 대선후보로 세우나? 보수의 미덕인 도덕성을 진보가 의심하게 하는 상황을 왜 연출하느냐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의문이 얼마나 많이 제기되고 있나? 도곡동 땅 사건, 상암 DMB 사건, 서초동 고도제한 해제 사건, 건강보험료 사건 등에 이어 이번엔 BBK가 문제다. 그 와중에 또 아들딸의 위장취업 문제가 나왔다.

지난 1월부터 검증을 거치면서 수많은 의혹이 나왔고, 또 그만큼 해명할 기회 내지는 사과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 해명이나 사과가 없이 "나는 깨끗하다"며 의혹들을 누르고 넘어온 것이다.

대통령을 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국회의원이 될 때 혹은 서울시장이 될 때 이전의 잘못은 그렇다 치고, 이후부터 철저히 자기관리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자기관리가 안 된 문제이기도 하지만, 공인의식이 없는 것이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이명박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 "건설회사 사장을 해서 그렇다. 이해해 줘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문제다. 속된 말로 '노가다판이 원래 그래서 그렇다'고 하자. 그렇다고 하면, 그냥 대통령 할 생각하지 말고 하던 건설사 사장 계속하면 되는 것 아니냐?

-그렇다면 이런 모든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이회창 후보가 장점이 있나?

▲이회창 후보가 많이 달라졌더라. 이전까지 그가 말하던 '법과 원칙'이 문언적 의미에서의 법과 원칙이었다면, 지금의 법과 원칙은 내용 자체가 다르다. 가슴이 따뜻한 법과 원칙을 추구하고 있다. 소수자, 자진 것이 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에 대한 생각을 이 후보가 많이 하고 있다. 이를 테면, 제대 군인, 소방관, 환경미화원 등에 대한 배려, 이들이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좌파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후보가 넓은 시각에서 열린 생각을 많이 내놨다.이를 놓고 우리 캠프 내부 사람들끼리는 "사람은 역시 고생을 해 봐야 한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이 후보가 많이 달라졌다. 고생을 해 봐서 그런지, 시각이 많이 넓어졌고, 보수적이면서도 서민적인 후보로 거듭났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의 선거전략에 대해서 가식이 아니냐고 백안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이 후보가 예전과 달리 서민적으로 바뀌었다. 새벽에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고, 길에서 노점상 음식을 사 먹고 하는 모습을 보고, 지난 두 번의 대선과 이미지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 것이다. 그리고 더러는 가식이 아닐까 의심도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것이다. 내가 조금 전에 식사를 같이 하고 들어왔는데, 서민적인 메뉴를 제안하더라. 그리고 우리 캠프 관계자들끼리 있는 상황에도 절대로 무게를 잡거나 하는 모습이 없다.

-이회창 후보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고는 해도 아들들의 병역 면제 문제가 있고, 더욱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시절 '차떼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 후보가 다른 후보들보다 더 깨끗하다고 생각하나?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이 군에 안 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언제까지 발목을 잡혀야 하나?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차떼기라고 불리는 불법 기업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이회창 당시 후보가 대선자금을 받았다고 하는데, 과연 직접 불법자금을 수수한다는 생각으로 삼성과 만나 돈을 받은 것인가? 거대한 정당이다 보니 관행적으로 자금 실무자가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 더욱이, 당시에 이회창 후보측만 이런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정치자금 문제에서 자유로웠던 정치인, 대한민국에 몇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지난 대선 무렵 당시 열린우리당의 당내경선에서 김근태 당시 경선후보는 정치자금을 수수했다고 자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고작해야 여당에서는 한화갑 한 사람만 처벌받는 것으로 어물쩍 넘어가지 않았나?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자금의 1/10 이야기를 했지만, 그나마 1/10 선도 넘겼다는 게 기정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회창 후보가 당시 대선에서 두 번 졌다고 해서, 이 후보만 죄인으로 만들고 속죄양으로 삼은 게 아닌가? 정치인들이 양심이 있어야지.

-그럼 이회창 후보는 당선되면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정부의 역할을 많이 줄일 것이다. 우리 선본을 보면 다른 선본보다 훨씬 슬림하지 않나? 이런 기조를 집권 후에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 정부는 규제가 많고, 무엇보다 정부 자체가 너무 비대하다. 각종 위원회가 200여개에 이른다는 소리도 있다. 이런 조직이 대체 왜 필요한가? (이회창 후보의) 집권시 대폭 정리해야 할 것이다. 여성가족부 이런 조직이 왜 있어야 하나? 교육부가 왜 부총리급이어야 하나? 불필요한 조직을 모두 줄이고, 규제를 풀고, 정부는 '이런 일을 하지 말라'고 규제하는 역할이 아니라 '이런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방향만 잡아주는 역할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까지의 정부 형태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기본이해가 잘못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회창 후보가 당선된다면 정치를 할 생각인가?

▲정치를 할 생각은 없다. 지금 선거대책위에 들어와서 하는 것도 매일 늦게 들어가고 못 버티겠는데, 이걸 직업으로 어떻게 하나. 이회창 후보가 집권하는 것만 보고 하던 일로 돌아갈 것이다. 일단 선거 끝나면 여행도 좀 하고 싶고......

-현재 언론은 1강 2중 구도로 보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승산이 있다고 보는가? 근거가 뭔가?

▲1강 2중이라니 정동영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동급인가? 서운하다. 지금 정동영 후보는 이회창 후보와 격차가 나기도 하지만, 참여정부와 인연을 끊을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한 한계가 있다. 12월 10일을 기준으로 판세는 결국 보수 대 보수의 대결로 정리된다. 이명박, 정동영 후보 등 기성정치인에게 실망한 부동층 30%가 중요하다. 이 표를 끌어안을 정책적 제안을 국민들 앞에 쏟아내면 이명박 후보를 꺾고 승리할 수 있다.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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