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영훈 기자] 연초부터 불어난 가계부채가 1100조원을 넘어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최대 고질병으로 너나 없이 가계부채를 꼽았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을 비롯한 7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8.2% 늘었다고 한다. 이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3조4481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액수다.

가계 빚이 봇물처럼 불어난 것은 기준금리 인하 영향도 있지만 정부가 7·24 대책으로 부동산 대출규제를 완화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증가 내역을 보면 주택담보대출이 62%에 달하기 때문이다. 빚내서 집사라는 식의 정부정책이 잘못된 것이다.

또 최근엔 전셋값 급등을 견디지 못한 세입자들이 저금리로 대출받아 주택 구매에 나서는 것이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계대출의 질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빚이 가계소득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저소득·저신용자의 대출 비중이 커지고,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구입보다는 사업자금이나 생활자금으로 쓰이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가계 빚은 우리 경제에 2중의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안정을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일 뿐만 아니라 소비부진을 초래해 불황 탈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처럼 빚이 산더미 같다면 우리 경제가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부동산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 등 확장적 금융정책을 펴면서 가계의 빚 증가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완화된 후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예년 같은 기간보다 갑절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소득 증가 속도에 맞춰 조절되기는커녕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심각하게 돌아가는 한국경제를 나몰라라하는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 가계부실이 더욱더 심화되면 곧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근본적이고 선제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한국 경제를 위해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부채 총량을 관리해 증가율을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부채 총량 자체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 시점의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그렇다고 가계부채를 무리하게 줄이려고 하면 소비 위축 등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살아야 나라도 살고 국민들도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기에 정부는 한국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노력을 시작해야하고 가계 역시 새 시대에 맞는 전략과 설계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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