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박대호 기자] 최근 한 달 새 원화의 약세 속도가 주요국 통화 중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서울 외환시장과 외환은행에 따르면 28일 오후 3시 기준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164.9원으로, 지난달 29일과 비교할 때 4.1% 상승했다.

국내 수출기업을 힘들게 했던 원화의 나홀로 강세가 이제야 완화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은행이 고시하는 주요 43개국 통화 가운데 러시아 루블(-7.2%), 브라질 레알(-7.0%), 칠레 페소(-6.3%), 캐나다 달러(-5.3%), 호주 달러(-4.4%) 등 5개국 통화에 이어 여섯 번째로 높은 하락률이다.

이들 5개국은 주요 원자재 수출국으로, 최근 달러화 강세가 가져온 원자재 가격 폭락이 통화 가치의 하락을 가져왔다.

'원자재 통화'를 제외하면 원화는 전세계 통화 가운데 미 달러화 대비 가치가 가장 가파르게 추락한 것이다.

그 배경도 일시적인 투기적 거래보다는 외국인의 증시 이탈에 따른 역외 송금 증가와 원화의 추가 약세를 기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패턴 변화와 같은 실제 자금 흐름에 기인했다.

그러나 2012년 7월 27일 이후 이달 28일까지 3년간 주요 통화의 미 달러화 대비 등락률을 보면 원화는 오히려 가치 하락이 적은 통화에 속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경제가 위기를 겪었던 러시아와 브라질의 경우 이 기간 미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 하락률이 각각 45.6%, 39.9%에 달했고, 2012년말부터 아베노믹스를 본격화했던 일본도 엔화 가치가 36.7%나 하락했다.

반면 이 기간 달러화에 견준 원화의 통화가치는 2.2% 떨어지는데 그쳤다. 이는 스위스프랑(1.9% 절상), 중국 위안화(2.6% 절상) 등 자유로운 변동환율제를 채택하지 않은 일부 통화 등을 제외하면 하락률이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

세계 각국이 통화전쟁을 벌이면서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기 시작하던 시기에 원화는 상대적인 강세를 견뎌왔던 셈이다.

이진우 NH농협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외환시장에서 중요한 분수령으로 여겨져 온 달러당 1140∼1150원 구간이 단숨에 돌파됐다는 점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을 가볍게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최근 몇년간 이이져온‘원화의 일방적 강세’는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임박한 데다 내년 이후 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 고갈과 미국으로의 자금 환수 가능성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중장기적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사진=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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