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공동취재단) 황재훈 기자 = 28년 만에 모친을 상봉한 김영남(45)씨는 29일 자신의 북한 거주 경위와 관련, 납북 의혹을 부인하면서 우연한 경위로 북한에 건너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날 제14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이뤄진 금강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교 1학년 재학중이던 지난 1978년 8월5일 선유도 해수욕장에 놀러갔다가 일련의 해프닝 속에 잠시 몸을 피하기 위해 해수욕장 인근에 있던 나무쪽배를 탔다가 망망대해로 흘러간 뒤 북측 선박의 구조를 받아 북으로 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함께 놀러갔던 여자친구들에게 빌려준 녹음기를 찾으라며 폭력배 같은 선배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일시적으로 몸을 피하자는 생각에 바닷가의 조그만 나무쪽배에 숨었다"고 사건의 발단을 전했다.

그는 이어 "안심이 되지 않아 배를 약간 (바닷가에서) 뺀 뒤 누웠다가 깜박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섬은 보이지 않고 해수욕장의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면서 "섬으로 가기 위해 판자로 배를 몰았지만 아무리 봐도 섬은 보이지 않았고, 날이 밝아오자 망망대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던 차에 멀지 않은 곳에서 배를 발견, 구원을 요청했다"면서 "그 배에 올라가자 일단 (섬으로) 가기는 힘드니 자기들 있는 데로 가고 나중에 (집으로) 가면 어떻냐는 말에 배를 타고 갔더니 후에 알고 보니 배는 북측 배였고, 도착한 곳은 남포항이었다"고 경위를 전했다.

그는 "당시 겁도 나고 걱정도 앞서 처음 몇 일 간 밥맛도 없었지만 점차 북쪽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굳어진 마음도 풀어지고 공부할 수 있다고 해서 마음에 들었고, 여기서 공부하고 (고향에) 가면 되지 않겠나 생각했던 것이 계기가 돼 28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자신의 직업과 관련, "특수부문, 구체적으로 통일부문 관련 사업을 보고 있다"면서 "당의 품에 안겨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딸 은경양이 김일성종합대학교에 재학 중이며, 아들 철봉군은 소학교를 다니고, 부인 박춘화씨는 당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장인은 평양시인민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hanarmdri@yna.co.kr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