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관계 발전·한반도 정세 관리 의미 있어…지나친 中 다가서기에 우려도

[투데이코리아=김용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일부터 4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뒤 귀국했다.

박 대통령의 방중 문제는 외교가에서 큰 관심사였다. 방중 일정에 중국의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행사 참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에도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고 열병식 장면도 지켜봤다. 외교계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 진행된 박 대통령의 방중은 어떤 득과 실을 가져왔을까.

먼저, 박 대통령은 한중 관계 발전, 한반도 정세 관리, 그리고 동북아 외교 차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가 노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발전한 한중 양국관계가 확인되는 자리였다.

특별대우 받은 朴대통령
한중 관계 발전·한반도 정세 관리 차원 효과

우선 중국은 박 대통령이 다자 행사 계기에 다른 30여개국 정상과 함께 방문한 박 대통령을 특별 예우했다.

지난 2일 박 대통령의 베이징(北京) 도착과 동시에 중국 공식 서열 1·2위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연쇄회담이 진행됐다.

뿐만 아니라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 특별 단독 오찬 자리도 마련했다.

행사 참관을 위해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나란히 선 모습은 달라진 한중 관계의 위상을 보여줬다. 북한 대표로 전승절 행사에 온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시 주석 오른쪽 두 번째 위치한 박 대통령과 달리 시 주석 오른쪽 끝에 서고 시 주석을 접견하지 못한 채 사실상 빈손 귀국한 것과 비교되기도 했다.

또한 박 대통령의 방중은 한반도 정세 관리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남북 8·25 합의로 어렵게 조성된 대화 분위기가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 계기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로 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 한중 양국이 “북한에 핵실험이나 탄도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로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해서는 안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북중 양국이 이전보다 불편한 관계이기는 하지만 중국은 북한에 여전히 영향력이 있다는 점에서 한중간 이런 공감은 북한에 압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구체적인 합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한중 양국 정상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의미있는 비핵화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도 한반도 정세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시 주석 주최 환영 만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한반도 정세 문제와 관련해 대화했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와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연쇄 협의가 이뤄지면서 북한을 압박한 것이다.

韓中日 정상회의 개최 합의, 막혀있던 한일관계, 뚫릴 계기?

이와 함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합의한 것도 성과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 한중일 정상회의를 10월말~11월초에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뜻을 모았다.

과거사 문제와 한중일 3국 협력 문제를 분리한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일본 과거사 문제 등의 이유로 3국 정상회의 재개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중국이 이번에 10월말에서 11월초에 한국에서 3국 정상회의 개최에 합의하면서 중일 외교 갈등 등의 이유로 2012년 5월 이후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사실상 재개되게 됐다. 지난해 10월 3국 정상회의 재가동을 제안하는 등 우리 정부는 의장국으로 3국 협력 복원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진행되면 이를 통해 꽉 막혀있던 한일관계도 뚫릴 수 있다. 한일간 양자 정상회담도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방중 효과로 朴대통령 지지율, 세월호 참사 이후 최고치 기록
역대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 효과도 ‘톡톡’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통해 지지율 상승 추세를 이어가게 됐다. 한반도 긴장 상황 해소로 지지율이 오르던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 이후 세월호 참사 이후 최고 지지율인 54%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천3명을 대상으로 지난 1~3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응답률 20%)에서 전주 대비 5%포인트 상승한 5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 최초로 50%를 넘긴 수치다. 부정률은 지난 주 대비 6% 포인트 하락한 38%였고 8%는 의견을 유보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남북 군사적 긴장 해소와 한중 관계 진전에 있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한 8.25 합의 후 2주간 긍정률 상승폭은 40대 32%포인트, 50대 25%포인트, 20대/30대/60세 이상에서는 15%포인트 내외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의 방중은 경제적인 성과도 가져왔다. 박 대통령은 리커창 총리와의 면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발효시키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키로 하는 한편 국가간 공동 벤처펀드로는 역대 최대인 2천억원 규모의 ‘문화 콘텐츠 개발’ 벤처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또한 이와 관련해 한중 양국간 모두 33건의 관련 양해각서(MOU)도 체결됐다.

박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에는 역대 최대 규모(156명)의 경제사절단도 참여했다. 이들은 한중 비즈니스 포럼과 중국 현지 기업들과의 1대1 비즈니스 상담회를 통해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과 관련해 열린 1대 1 비즈니스상담회를 통해 약 2억8000만달러(약 3100억원) 상당의 수출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박 대통은 귀국길 전용기 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승절 휴가기간인데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이 1대 1 비즈니스상담회에 많이 참여한 점을 언급하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상담회의)성과가 난 것만 해도 한 2억8000만달러, 3000억원 정도가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워터테크놀로지의 경우 친환경고효율 제품 개발로 중국 측 하수처리 프로젝트 참여가 추진돼 약 5000만달러에 해당하는 계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분홍돌고래는 자체 기획한 ‘고스트월드’를 중국 배급사 씽러영화TV와 공동제작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넥타이 대용 액세서리인 ‘버튼커버’를 개발한 MIK미크는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제품을 많이 구매하는 것을 보고 상담회에 참여하면서 지난해 중국 1위 캐주얼 의류브랜드인 매터스 본위(Meters Bonwe)가 테스트 물량 구매를 결정하기도 했다.

美, 朴대통령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日 여론전도 우려

이처럼 득이 있었다면 실도 있었다.

먼저 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불참한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것은 한미 관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동북아 지역의 패권을 놓고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이 한미일 3각 공조를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뤄진 방문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을 놓고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세력 충돌을 헤쳐 나가겠다는 대한민국의 ‘신(新)외교’ 선언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즉, 한국이 과거 냉전시대 ‘진영 외교’의 잔재를 탈피하겠다는 공개적 선언이라는 것이다.

미국 보수진영은 한국의 이 같은 모습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국가의 제재를 받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중국 인민해방군의 무력시위를 지켜보는 장면에 대해 미국이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 일본은 이 틈새를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을 빌미로 ‘한미일 협력이 제대로 안 되는 건 한국 때문이다’는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다음 달 워싱턴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박 대통령은 방미를 통해 미국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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