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과 박근혜가 결혼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를 돕고 있는 가운데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자 여의도 주변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은 정몽준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가 정말 결혼한다는 게 아니라 둘이 힘을 합치면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엄청난 힘이 된다는 의미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세론'에 불씨를 당겼다면 정몽준 의원은 이명박 대세론에 쐐기를 박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충분히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의원을 좌우에 둔 이명박 후보는 너무 좋아 화장실에 가서 혼자 웃을 것이다.

만일 이명박 후보가 이회창 후보마저 끌어들일 수 있다면 청와대 입성하는 날만 잡으면 될지도 모른다. 정통 보수를 끌어안고 있는 이회창 후보가 돌아온다면 이명박 후보가 더 이상 할 것은 없다고 봐야 한다. 단지 국민들만 편안하게, 앞으로 잘 살 수 있다는 희망만 주면 충분할 것 같다.

이회창 후보는 본래 이명박 후보를 물 먹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내준 정권을 어떻게든 다시 찾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서면 이명박 후보를 도울 가능성이 아주 많다.

이명박 후보는 이회창 후보를 잡으면 충청도에서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다. 국민중심당의 심대평 후보가 이회창 후보와 연대했기 때문이다. 이회창 후보 자신도 충청도에 연고를 두고 있다. 이명박 후보로서는 이래저래 재미를 보는 셈이다.

한번 보자. 좌우에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의원이 버티고 있고, 만일 뒤에서 이회창 후보가 밀어준다면 (가능성은 두고 봐야 알지만) 이명박 후보를 넘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들 모습을 건물에 비유한다면 이명박 후보가 가운데 있고 박근혜, 정몽준, 이회창이 삼각 기둥으로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건물 중에서 가장 단단하고 안전한 형태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많은 지지자를 가지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지난번 대선에서 큰 영향을 미쳤던 인물이다. 두 사람은 어릴적부터 아주 가까운 관계에 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서로 위로도 할 수 있는 사이다. 그래서 그들 둘이 합치면 힘이 2배가 아니라 5배, 10배로 상승작용이 있을 것이다.

BBK의 김경준도 이명박 후보에게 어려움을 주었지만 크게 보면 실보다 득이 되는 사람이다. 범여권에서 BBK를 이용해 이명박 후보를 날려버리려고 하지만 김경준이 오히려 처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경준을 활용하려던 여권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결국 국민들로부터 정치공세를 편다는 소리만 들을 뿐이다.

여권은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가 단일화 하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지지자로 나섰다. 정동영 후보에게 힘이 될 것이다. 범여권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파괴력이 얼마나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명박 후보를 상대하기 위해 모든 후보들이 합친다며 문제는 달라진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 하나를 죽이기 위해 모든 후보들이 뭉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빠르면 오늘 BBK 사건에 대한 검찰의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검찰의 발표를 기해 모든 게 담판난다고 보면 된다. 이명박 후보가 큰 죄과가 없으면 그게 바로 대선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의원의 지원에 이어 BBK 문제까지 매듭지어진다면 싸움의 결과는 이미 결정되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지난 대선처럼 갑자기 황색 바람이 분다든지, 최악의 경우 정치테러가 일어나지 않는 한 이명박 대세론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요즘의 정치판을 보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정치는 마음과 행동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19일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서 하는 얘기다. 다된 죽에 코를 빠뜨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코는 본인이 실수로 빠뜨릴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일부러 빠뜨릴 수도 있다.

정우택 논설위원 chungwootae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