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S&C, '통행세' 금지 조항 위반 혐의"



[투데이코리아=이규남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그룹 전산업무를 독점하고 있는 한화에스앤씨(S&C)를 총수 일가에 부당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조사하기로 했다고 한겨례가 보도했다.

한겨례 측은 "지난달 29일 공정위는 전산시스템통합(SI) 업체인 한화에스엔씨를 개정 공정거래법의 이른바 '통행세' 금지 조항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서 통행세란 거래상 실질적 역할이 없는 총수 일가의 소유 회사를 매개로 거래함으로써 중간 수수료를 주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제공하는 행위를 이른다.

공정위는 10월 6일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 때 이를 밝힐 예정이다.

앞서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은 17일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에 대한 질의를 통해 에쓰앤씨와 계열사 간 거래에서 총수 일가에 부당이익을 제공한 혐의를 제기하며 공정위 조사를 요청했다.

에쓰앤씨는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 등 김승연 회장의 아들 3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이전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돼왔다.

에스앤씨는 지난 2014년 국내 매출액 4091억원 가운데 계열사 내부거래액이 2139억원(비중 52.9%)에 이르며, 전체 한화 계열사 51개 중에서 39곳과 거래했다.

현재 에스엔씨의 혐의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고 있다.

첫째는 에스앤씨가 계열사의 전산시스템 관리뿐 아니라 전산장비 구매도 일괄 대행하는 것과 관련된 '통행세' 혐의다.

개정 공정거래법 23조 1항7호에서는 기업이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유리한데도,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공정위 고위 간부는 “에스앤씨가 계열사의 전산시스템 관리 업무를 맡는 것과 직접 생산하지 않는 전산장비 구매까지 일괄적으로 맡는 것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며 ‘통행세’ 혐의를 제기했다.

한화증권의 경우 에스앤씨를 통하여 전산장비를 구매하는 비용이 전산장비 전문업체인 아이비엠(IBM)을 통할 때보다 최소 30억 원 이상 비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한화 계열사의 한 임원은 “에스앤씨가 계열사 전산장비를 일괄 구매하면 구입 비용이 싸져야 하는데 현실은 오히려 더 비싸다”고 말했다.

두번째 혐의는 한화 계열사들이 에스앤씨에 전산 관련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서 일반 시장가격에 견줘 훨씬 더 비싼 값을 치러 부당이익을 제공했을 가능성이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채이배 연구위원은 "개정 공정거래법 23조 2에서 재벌 계열사가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회사와 거래하면서 정상 거래 때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적용하면 부당이익 제공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화증권은 한때 판매관리비 가운데 에스앤씨와의 거래로 발생하는 전산 비용의 비중이 20%를 넘어, 10% 수준인 다른 증권사의 두배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증권은 주진형 사장이 지난 2013년 말 취임한 이후 과도한 전산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통한 에스앤씨와의 내부거래액이 2013년 350억B 원에서 2014년 120억 원으로 줄었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8월 재벌의 대표적 폐해인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총수 일가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했으며, 유예기간 등을 거쳐 올 2월부터 개정법을 본격 시행했으나, 지금까지 조사 실적은 없었다.

법 위반이 드러나면 부당이익을 제공받은 에스앤씨와 총수 일가, 부당이익을 제공한 다른 계열사들이 모두 제재를 받는다.

또 총수 일가가 직접 법 위반 행위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처벌도 할 수 있다.

에스앤씨에 대해서는 이 회사를 키운 뒤 기업공개나 지주회사 격인 한화와의 합병을 통해 3세 경영권 승계 수단 등으로 활용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됐는데, 공정위 조사가 진행될 경우 이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이에 대해 “대기업들이 전산업무를 그룹 계열사인 시스템통합 업체에 일괄로 맡기는 것은 한화뿐만 아니라 다른 재벌들도 다 똑같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서비스 선택제'로 인해서 최근 내홍을 앓고 이는 주진형 사장의 경질설을 두고 그 배경 중 하나가 한화 S&C와의 문제라는 설이 나왔다.

최근 한화증권 주진형 사장의 경질을 둘러싼 배경중 하나로 한화S&C가 거론되고 있다.

한화에스엔씨와 관련된 부분은 주 사장이 최근 몇 년간 한화증권의 IT비용을 대폭 줄이는 과정에서 전산장비 구입처를 한화에스엔씨 에서 'IBM'으로 바꾸는 시도를 했으며, 이 때문에 한화그룹측 오너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물론 한화에스엔씨 건과는 관계없이, 국내 증권사중에서는 유일하게 한화증권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리포트를 내는 등 독특한 행보를 보인것이 한화그룹측을 불편하게했고 결과적으로 주 사장의 입지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증권업계 일각에선 제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퇴임을 6개월이상 남겨둔 시점에서 한화그룹측이 한화증권의 차기 대표 내정자까지 밝힌 것은 증권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룹측에서 주 사장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는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서 주 사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은 애초부터 연임할 의사가 없었다"며 이같은 소문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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