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관계 유력인사들에게 그린피 면제해 줘"


▲사진=정·관계 인사들에게 '공짜골프' 로비를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건국대 김경희 이사장

[투데이코리아=신동욱 기자] 업무상 배임과 횡령,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건국대 김경희 이사장이 정·관계 및 언론계 유력 인사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 2014년 7월 서울동부지검의 공소장과 관련 수사 보고 자료에는 김 이사장의 각종 비리 혐의가 담겨 있다. 그 가운데 업무상 배임 항목에는 '그린피(골프장 입장료) 면제 관련 업무상 배임'이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지난 2012년 1월경 건국대 산하 파빌리온 골프장 사장 유모씨에게 자신의 그린피를 면제하도록 지시했고, 다시 지난 2012년 3월경 김 이사의 동반자들 그린피까지 면제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김 이사장과 동행한 이들은 2012년 1월 5일부터 2013년 11월 30일까지 69회에 걸쳐 6100만원 상당의 그린피, 카트 대여료 등을 면제받아 재산상에 손해를 끼쳤다고 공소를 제기했다.

검찰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알림표는 이사장의 '동반자'인 정관계 및 언론계 유력 인사의 명단이 있다. 이 시기는 수익 사업 실패 등을 이유로 학내에서 이사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나온 때고, 재단 비리를 덮기 위해 무리한 홍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던 시점이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인사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다. 그는 지난 2013년 4월 20일 '동반자'로 기재돼 있다. 그는 김 이사장, 송희영 현 총장 등과 함께 친 것으로 표기 돼 있는데 면제 금액이 75만원이다. 심지어 안 전 대법관은 지난 2013년 2월 건국대 석좌교수로 임용됐다가 지난 2014년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범죄일람표에 기재돼 있다. 그는 2013년 4월 24일 김 이사장, 이범래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 등과 함께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골프장에 지급한 금액은 없었고 면제금액은 59만원이다. 박희태라는 이름은 2013년 10월 30일 한 차례 더 등장한다.

심지어 박 전 의장은 지난 3014년 9월 강원 원주 지역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여성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으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건국대는 지난 2013년 박 전 의장을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임명했다. 지난 3월 그를 재위촉 했다가 교수와 학생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징계는 고사하고 재임용 결정을 내렸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건국대는 재위촉 결정을 철회했다.

범죄일람표에는 김학용, 김도읍, 주호영 등 현직 새누리당 의원 이름과 이범래, 이해구, 박계동 등 전직 의원들 이름도 쓰여 있다. 명단에는 야당 의원 출신도 있다. 제18대 국회의원이었던 전혜숙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2년 4월 30일 김 이사장을 포함한 건대 관계자들과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표기돼 있다. 면제 금액은 59만 원이다.

기업인 이름도 눈에 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2012년 5월 6일 김 이사장 등과 함께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골프장에 지급한 금액은 없었고 75만 원을 면제받았다. 건국대와 KT는 2011년 12월 차세대 스마트 캠퍼스 구축과 서비스 이용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연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언론인들도 범죄알림표에 동반자로 기재돼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이다. 방 사장은 지난 2012년 4월 김 이사장 등과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지급한 금액은 0원이다. 면제 금액은 75만원이다.

최병묵 월간조선 편집장과 김창기 조선일보 뉴스프레스 사장 등은 2012년 5월 19일 김 이사장과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나온다. 이날은 신문언론사 관계자들이 모인 날이었다.

SBS와 중앙일보, 연합뉴스 등 언론인들도 이 골프장을 드나든 것으로 나온다. 양모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모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팀장, 박모 대기자와 김 이사장은 지난 2012년 3월 31일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나 비용은 지급되지 않았다. 중앙일보 기자들은 2013년 9월 7일에도 등장한다. 박 대기자와 고모 전 논설위원, 김모 논설위원은 60만여 원을 면제받은 것으로 나오고, 고모 전 연합뉴스TV 정치부장과 정모 전 연합뉴스 문화부장도 2012년 5월 12일 김 이사장과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표시돼 있다.

시사저널 권대우 대표 이름도 쓰여 있다. 그는 시사저널 기자 및 관계자 등과 2013년 11월 30일 골프를 친 것으로 나온다. 면제 금액은 60만 원이다. 권 대표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확히 날짜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한 번 쳤던 적이 있다”며 “동행한 이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광고, 기사 문제와는 전혀 무관했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SBS 사장 출신으로 MB정부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지낸 하금열 SK 이사와 김진원 SBS 미디어홀딩스 대표,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 10월 19일 골프장에서 회동한 것으로 나온다. 면제 금액은 60만여 원이다.

이 밖에도 2012년 11월 24일에는 당시 강모 헌법재판소장 비서관, 정모 헤럴드경제논설실장, 고 전 연합뉴스TV 정치부장, 이모 전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심의관, 박모 이상민의원(새정치) 보좌관, 박모 김한길의원(새정치) 비서관 등을 불러 초청 라운딩을 열었다. 이들은 건국대 동문으로 알려져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김 이사장이 골프장에 올 때는 그린피 및 카트대여료는 무조건 면제됐고 대부분의 일행들도 그린피 및 카트대여료를 면제받았다”는 골프장 관계자 진술을 확인했다. 김 이사장 역시 지난해 5월 검찰 조사에서 “무료쿠폰을 이용한 것”이라며 6000여 만 원을 면제받은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한편, 송희영 건국대 총장은 안대희 전 대법관과 박희태 전 의장과 골프를 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송 총장은 “재단과 관련된 일이라 난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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