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사에 지급하는 연간 수수료 약 8600억원 집계

[투데이코리아=이규남 기자]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카드업계가 밴(VAN) 수수료를 내리려는 움직임에 나섰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와 BC카드가 최근 밴사들과 수수료 책정 방식 변경 협상에 돌입했다. 이에 다른 카드사도 연내 밴 수수료 재협상을 위해 나설 계획이다.

카드사들은 이번 협상을 통해 밴 수수료 체계를 기존 정액제(승인 한 건당 수수료 책정)에서 정률제(결제 금액에 비례해 수수료 책정)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신용·체크카드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소액다건화 영향으로 되려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카드사는 지난 2일 정부와 새누리당의 방침에 따라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를 최대 0.7%p 낮춰 연 6700억원의 수익이 감소하게 됐다. 이에 카드사가 다른 거래 상대방인 밴사에 주는 수수료 비용을 낮추기 위해 나선 것이다.

물론 아직 밴사와의 재협상에 착수하지 않은 카드사들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들도 유사한 기준을 적용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3년 삼일회계법인의 밴시장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연간 수수료는 약 860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는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밴 수수료를 30% 낮출 경우 카드사는 약 3600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특히, 금융당국이 밴사의 대형가맹점 대상 리베이트를 금지한 만큼, 밴사도 여력이 생긴 것 아니냐는 주장도 카드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조치도 영세사업자들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인 만큼 밴사들도 어느 정도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밴 수수료가 줄어들 경우 밴사들 역시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영세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무료 단말기 보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박성원 밴협회 사무국장은 "카드사들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처한 위험을 밴업계로 전가시키려는 것"이라며 "10%의 수익을 줄여도 회사가 휘청하는데, 내년에 갑자기 30%까지 인하하려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사진=방송화면]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