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최소화 하고 흑자폭 늘리는데 주력

[투데이코리아=김영훈 기자] 올해 한 가구당 한 달에 벌어들이는 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쥐꼬리만큼 증가한 소득으로 소비심리는 오히려 위축된 모습이다. 지난 3분기 평균소비성향이 역대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평균소비성향이 감소한 것은 즉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계의 소비성향은 71.5%로 전년대비 1%포인트가 하락하며 역대 최저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면서 돈을 쓰지 않고 지갑을 닫는 가구들이 많이 늘어난 결과다. 집집마다 소비를 억지로 줄이고 있는 것이다.

◇장기 불황 여파…소비자 불안 확대

최근 들어 갑자기 수출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실물경제 회복기미도 보이지 않자 소비자들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3분기 월평균 가계지출은 339만7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5% 감소했다. 유락하락에 따른 휘발유 가격하락 및 자동차 구입비용(-28.3%) 감소 등으로 교통비(-12.5%)가 줄어든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월평균 소비지출은 256만3000원으로,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 소비지출도 1.2% 줄었다.

소비자들은 장기 불황의 여파로 소득 증가폭이 예년에 비해 줄었지만 그마저도 지출을 최소화 하고 흑자폭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여유가 생겨 저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린고비 식으로 저축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의 불안으로 지갑에서 돈을 선뜻 거내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디플레이션 조짐이 불거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일자리 불안과 소득 감소로 서로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형편이 이르렀다.

◇소비자 심리 압박…가계부채·전셋값 폭등·양육·교육비

이처럼 무엇이 소비자들을 압박하는 요인이 무엇일까? 가장 시급한 문제는 가계부채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6000만원 가량의 빚을 떠안고 있으며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1.5%로 전년보다 2.4% 포인트나 높아졌다.

또한 전셋값 폭등도 심각한 문제다. 지난 2009년 4월 시작된 전셋값 오름세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6년 6개월 연속 상승으로 역대 최장기 상승기다. 이 기간동안 대통령이 바뀌고, 4명의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나갔지만 전세난 해소는 기미가 없었다.

현 정부 집권 2년 10개월 동안 전국 전셋값은 17.6% 올랐다. MB정부 초기 2년 10개월 12.0%보다 오름세가 크다. 현 정부 들어서만 전국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4085만원, 서울은 9819만원 올랐다. 서울 한강이남 11개구는 평균 1억1577만원이나 올랐다.

지난 2009년 7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0㎡의 당시 전셋값은 5억원~5억500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최근 시세는 12억원~13억원에 달한다. 6년 동안 7억원 가까이 폭등했다.

특히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 59.5㎡는 최근 전세 시세는 2억6000만원~2억7500만원이다. 2008년 1억3000만원~1억4000만원이었던 전셋값이 두배나 올랐다. 개포주공1단지는 1982년 입주한 노후 아파트로, 세입자들의 선호도가 낮아 전셋값이 변화가 크게 없는 아파트다.

서울에 중간 가격 전세 아파트를 구하려면 약 30년이 걸린다고 한다. 평생을 벌어야 서울에 전셋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소비자들은 정부의 주거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양육비로 인해 소비자들의 등골이 휘어지고 있다. 자녀 한 명을 낳아서 대학 졸업시킬 때까지 키우는 돈이 3억 원을 넘는다는 보건사회연구원 조사가 있었기 때문. 더군다나 더구나 양육비의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2009년 조사 때에는 2억6204만 원이었는데, 그 사이에 4692만 원이나 더 들어가게 된 것이다. 매년 1564만 원씩 부담이 늘어난 셈이었다.

이런 추세라면,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양육비가 4억 원 넘는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자녀가 2명이면 8억 원이다. 서울 강남 지역의 '좋은 집' 한 채 값을 자녀 양육하는 데 들여야 할 판이다.

이처럼 무거운 가계부채, 교육비,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요인들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의 얼어붙은 지갑들은 결코 열리지 않을 것이다.

소비 불씨를 살리려면 단기 처방은 물론 치밀하고 적극적인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이런 때일수록 소비를 적극 유도하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가계지출이 늘어날 수 있도록 각종 세제감면 방안을 마련해 실시해야 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 확산 가능성이 곧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소비 위축이 생산감소를 부르는 악순환에 들어설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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