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환급 등의 조치 미진…제도적인 개선 필요

[투데이코리아=김영훈 기자] 폴크스바겐 악재 후폭풍으로 국내 인기 수입차 시장이 나란히 휘청거리고 있다.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후 디젤 차량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수입차 고객층 신뢰는 한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미지로 먹고사는 이들 브랜드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배출가스 조작 뿐만 아니라 시동꺼짐, 화재까지 줄줄이 이어지며 독일 명차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이번 사건으로 1100만대의 리콜사태를 몰고 올 경제적 기술적 파장, 수입국 정부의 벌금부과 및 소송사태가 초래할 법률적 과장, 그리고 신뢰추락으로 인한 연관 산업의 연쇄파장을 생각한다면 독일차 업계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폭스바겐 사태 일파만파…수입車 시장 '쪽박'


지난 9월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의 디젤차량 배출가스 배출량 조작사건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미국 환경청이 폭스바겐 디젤 차량 48만2000대의 리콜과 함께 180억달러(약 21조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린 이후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까지 휘말리게 됐다. 폭스바겐은 전세계에서 1100만대의 차량이 관련됐다고 시인했고, 우리나라와 많은 국가들 또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마르틴 빈터코른 CEO도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폭스바겐 브랜드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회사 존립마저 장담하기 어려운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이에 디젤차의 판매 비중이 높은 수입차 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폭스바겐 사태가 불러온 수입차, 특히 독일차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하락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의 올 1~10월 신규 등록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19만6543대를 기록했다. 지난달까지 누적 시장 점유율은 15.7%로 지난해 연간 점유율 13.9%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수입차 점유율은 연말까지 더 오르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이 수입차 시장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지난달 폭스바겐 브랜드가 9월보다 70%가까이 판매량이 줄면서 10월 수입차 신규등록(1만7423대)은 지난 2월(1만6759대)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BMW는 오히려 하향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 6월 무려 5,744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던 BMW는 이후 3,926대, 3,642대, 3,506대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더니 10월엔 3,156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월 3,004대 이후 최저 수치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입차 점유율이 15% 선을 넘진 않을 것"이라며 "폭스바겐 리콜 사태 등으로 판매량이 늘어나는 데 변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BMW 주행 중 화재·시동꺼짐·사고차량 신차로 둔갑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외관순환고속도로에서 BMW 승용차에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차량은 BMW 최고급 세단인 7시리즈로 소방당국은 트렁크 부근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주행 중 화재사고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것이다. 지난달부터 이달 8일까지 발생한 화재만 총 7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중 차량을 구입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는 차량도 있었다.


화재에 이어 시동꺼짐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시동 꺼짐 사례 702건을 분석한 결과, 세부모델별로는 수입 제조사의 경우 BMW 15건, 폭스바겐 14건, 벤츠 9건이었다.


수리 후에도 계속 시동이 꺼진 경우가 46%에 달했지만, 차량을 교환하거나 환불받은 운전자는 4.7%에 불과했다.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에도 1년 안에 4번 이상 결함이 발생해야 교환 및 환불 조건이 충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제조업체들이 결함을 인정하고 교환이나 환불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 또한 차를 구매한 지 1년이 넘으면 아무 보상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자동차 운행 중 시동이 꺼지면 조향장치나 제동장치의 기능이 저하돼 운전자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시동 꺼짐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교환이나 환급 등의 조치가 미진해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에는 사고 차량을 수리한 뒤 새 차로 속여 판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차를 구입한 A씨는 1년 전 BMW 새 차를 샀다가 차안에서 깨진 유리 조각과 수리 흔적을 발견했다. 이는 탁송 과정에서 사고난 차량이었던 것이다.


이같은 악재 속에서 수입차 시장은 과거와 같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매년 1% 이상의 점유율 상승세를 기록하던 수입차의 다음 목표였던 점유율 20% 시대는 당분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갈수록 대중화되고 차종도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수입차 업체들이 이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과 기여, 그리고 고객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어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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