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영훈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10일 개최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금통위는 미국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 인상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목전에 두고 열리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그동안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한은이 곧바로 따라올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사정에 맞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에 걸쳐 밝혀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국내 경기 흐름은 아직 회복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분기에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로 5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수출은 여전히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경제성장을 깎아먹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 방향을 인상 쪽으로 잡기가 어려운 환경인 셈이다.


하지만 미국 연준이 오는 15∼16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 금리 인상에 착수하면 신흥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과 세계 경기 흐름에 상당한 파문을 불러올 것으로 보여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이 자금유출로 타격을 받고 세계 금융시장에도 충격이 전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금융시장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미국 FOMC를 앞둔 9일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 예정이다.


한은도 FOMC 결과가 발표되면 통화금융대책회의 등을 열어 국내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충격이 나타나면 대응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로 수준을 유지해 온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한은도 결국엔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순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더 내릴 수 있나, 아니면 그냥 머물러야 하나'하는 고민에서 '언제쯤 올리지'하는 고민이 더 늘 수 있겠다"라고 말해 그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한은은 당장 이번 금통위에선 국내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의 동향을 봐가면서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번에도 동결되면 작년 8월·10월, 올 3월·6월에 0.25%포인트씩 내린 뒤 6개월째 한은 기준금리는 연 1.5% 수준에 머물게 된다.


내년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어떤 방향으로 가져갈지는 미국 금리 인상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의 규모와 향후 국내 경기 흐름에 달렸다.


이와 관련해 해외 투자은행(IB)들은 국내 경기의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면 내년에 한은이 외려 추가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노무라의 권영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표한 리포트에서 수출 둔화 등의 영향으로 올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5%로 급락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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