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화·타협 정치 모범…‘콩가루 정당’ 표본 野

[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무엇을 해도 잘 풀리는 집과 안 되는 집안의 차이인가. 내년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얘기다.

양당 모두 계파가 있고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있지만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모습에서 전혀 다른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차이의 본질은 ‘대화’와 ‘타협’의 유무다. 한쪽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타협하고 있지만 반대로 다른 쪽은 대화도 하지 않으려 하기에 타협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대화와 타협 정치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친박계와 비박계가 공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종종 공개석상에서 감정적인 공방을 벌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면서 타협점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공천 특별기구 구성 문제다. 새누리당은 두 달 넘게 공천 특별기구를 발족시키지 못했다. 공천 룰에 대한 친박·비박계간 갈등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공천 룰에 한발씩 양보하면서 결국 기구 발족에 성공했다. 전날(6일) 새누리당 최고위원간 비공개 만찬에서 내년 총선 공천 룰에 대해 의견을 접근시키면서 급물살을 탔다.

만찬은 서청원 최고위원의 제안으로 원유철 원내대표가 연락을 돌려 성사됐고 회동에는 김무성 대표, 서 최고위원, 원 원내대표, 김태호·이인제·김을동·이정현 최고위원,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 8명이 참석했다.

정기국회가 폐회되면 공천 룰을 두고 계파 간 정면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천 룰 갈등에 대한 해법 찾기에 나선 것이다.

서 최고위원 등 친박계 위원들은 공천특별기구에 황진하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에 대해 양보했다. 김 대표는 황 사무총장을 위원장에 밀었지만 친박계는 황 사무총장이 김 대표 측 인사라는 이유로 반대의사를 표해왔다.

친박계가 양보를 한 것처럼 김 대표도 친박계가 요구하는 총선 후보 경선에서의 결선투표제 도입 문제에 대해 한 발 물러섰다.

결선투표제는 한 지역구에 후보가 난립할 경우 1차 경선을 거쳐 1·2위 득표자에 한해 마지막 경선을 한 번 더 실시하는 제도인데 이는 조직세가 강한 친박계 후보들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경선 시 당원 의견과 일반 유권자 여론에 대한 반영 비율에 대해선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되 경선에서 대의원(당원) 비율은 상황에 따라 조율한다”는 절충점을 마련했다.

물론, 특별기구 구성은 공천이라는 먼 길의 첫 행보일 뿐이기에 본격적인 양측의 갈등은 이제부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분명, 양측은 물러설 수 없는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측이 ‘공멸은 안 된다’는 인식을 하고 양보를 하는 모습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기본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김 대표의 발언을 보면 양측이 대화·타협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김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표가 많이 양보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당 대표가 양보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은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또 “합리적으로 합의를 봤다”고도 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른바, ‘콩가루 정당’의 표본으로 삼을 만하다는 평가다. 특히,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속설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지도 체제 문제를 두고 당내 계파 갈등으로 인해 당이 깨질 판국에 처해있는 것이다.

대화가 단절된 새정치연합의 모습은 지난 3일 오전 내년도 예산안 처리 직후 여의도의 모습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날 예산안 처리 직후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최재천 정책위의장,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 등 당내 비주류 인사들은 여의도의 한 실내포장마차에 모였다.

이들은 소주를 마시면서 문재인 대표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이 시간 다른 식당에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계파 불문하고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기 속에서 예산안과 법안 처리에 자축하는 것과 비교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문 대표는 사석에서 종종 “싸우다가도 어려울 때 뭉치는 새누리당이 부럽다”고 말하곤 했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계파가 다른 의원들끼리는 식사도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다. 당내 대화가 그만큼 단절됐다는 것이다.

대화를 하지 않기에 갈등이 해결될 리가 없다. 새정치연합은 지도 체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데 이들은 만나서 문제 해결을 하려 하지 않고 기자회견 형식으로 자신의 입장만을 밝히면서 공을 주고받고 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결국 당이 깨질 수도 있는 상황에 몰렸다. 비주류는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제시한 ‘혁신전당대회’를 주장하고 있지만 문 대표는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에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를 비롯한 비주류의 집단 탈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패했다. 이후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지방선거에서도 패배는 면했지만 과거만큼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재·보궐선거에선 패하면서 당이 타격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선 새누리당 지지율의 절반을 기록하기도 한다.

뭉쳐도 모자랄 상황에 서로 갈등과 반목의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인 이노근 의원은 이날 “마치 두 마리 황소가 서로 힘겨루기 하는 양상인데 명분은 혁신 전당대회지만 속내는 권력 투쟁”이라면서 “참 볼썽사나운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 과정에서 결과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두 마리 개가 진흙탕에서 싸우면 결과는 뻔하다”면서 “둘 다 피해를 보는데 이성을 잃은 싸움 같다”고도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의 전망이 어둡다는 분위기가 대다수다. 또 비주류의 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야권은 분열로 패배할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새정치연합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지만 비관론이 우세하다. 문제는 새정치연합의 실태가 대한민국의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하는 제1야당이 제 구실을 못 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을 수밖에 없다.

이노근 의원은 “정작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자 민생, 경제인데 그걸 누가 책임지겠느냐”며 “문 대표, 안 의원, 박 시장은 권력 투쟁을 그만두고 정상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새정치연합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깨닫는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중론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정치연합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본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새정치연합의 자멸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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