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유예 놓고 커지는 계층 간의 갈등"


▲사진=지난 3일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한다고 밝힌 법무부


[투데이코리아=선다혜 기자]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로스쿨 재학생들과 고시생들이 정면 충돌 양상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3일 법무부는 2017년 폐지 예정이었던 사법시험을 2021년 4년까지 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폐지를 유예하는 이유에 대해 법무부는 ▲국민 80% 이상이 로스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고 있고,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내년 2월 사법시험 1차 시험이 현행범에 따른 마지막 1차 시험인 상황에서 4년간 사법시험 폐지 유예 입장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법무부의 입장 발표에 따라 사시수험생들과 로스쿨 재학생들 간의 희비가 엇갈렸다. 사법시험 폐지를 목적에 앞두고 불안해 했던 사시수험생들은 한차례 돌린 셈이지만, 사법시험 폐지를 믿고 로스쿨에 진학한 재학생들은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로스쿨 재학생들 사이에서는 '집단 자퇴' 등 극단적인 행동 강령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발빠르게 행동한 건 서울대 로스쿨 학생회였다. 법무부의 발표 후 서울대 로스쿨 학생회가 긴급총회를 열어 학생 전원 자퇴서를 작성하고 학사일정을 전면 거부했다. 이어 같은 날 저녁 인하대 로스쿨 학생회가 긴급총회를 열어 전원 자퇴하고 남은 학생일정을 거부하는 것에 동참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전국 로스쿨 재학생들 6천여 명은 남은 학사일정과 내년 1월 변호사시험 응시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로스쿨협의회까지 나서 '법무부 주관 시험 출제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 구성된 한국법조인 협회 역시 6일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입장을 즉각 철회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인법조인 협회는 "유예 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법무부 장관의 퇴진 운동을 강력히 진행할 것"이라며 "2017년 사시 폐지는 2007년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적 약속이다. 법무부는 대통령의 약속을 짓밟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로스쿨과 관련한 협회와 재학생들의 '사법시험 유예'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과 서울변협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측은 법원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로스쿨 측의 집단행동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대 로스쿨은 떼법을 쓰는 학생들의 자퇴서를 즉각 수리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서울대 로스쿨 학생협의회가 강압적으로 로스쿨 재학생들에게 자퇴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며 관련자에 대해 업무방해와 강요죄 등으로 형사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성명을 내고 "로스쿨 교수들이 변호사 시험 출제 거부로 법무부를 압박하겠다는 발상은 자신들이 아니면 법조인 선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과 우월감의 표출"이라며 "법조인이 될 학생들의 자퇴와 시험 거부를 손 놓고 방치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보일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사진=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고 나서 수험생들


이 같은 양극화된 반응이 나오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사법시험은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이 통용되기 때문이다.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사법시험은 오로지 본인은 노력을 통해서 계층 간의 이동을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취업난으로 인해 '흙수저·금수저' 등 상대적인 박탈감이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에서 사법시험을 로스쿨제도를 통해 막는 다는 것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로스쿨은 한 학기의 등록금만 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인력 양성소다. 이는 본인의 노력이 아니라 재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어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로스쿨제도는 계층 간의 이동을 근본적으로 막는 것이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물론, 로스쿨 제도에도 장학금 등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아직까지지도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아무리 장학금을 받는다고 해도 그 수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사법시험과 달리 로스쿨의 경우는 법조인을 꿈을 가져도 시도할 엄두조차 못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사법시험 폐해도 여러차례 주장 돼 왔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왔던 것은 젊은 청년들을 고시낭인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현재 로스쿨 출신 재학생들의 경우 3년 학업을 마친 후 평균 합격률이 75%로 높다. 하지만 사법시험의 경우 평균합격기간이 5년이며 1차 시험 기준 합격률은 겨우 3% 밖에 되지 않는다. 3%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사시 합격'을 위한 종마처럼 수년 동안 자신과의 싸움을 반복해야 한다.

또한 평균 시험 공부 기간만 5년이기에 사법시험에 합격하지 않는다면, 잠재적인 실업자로만 머물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시험은 아직도 노력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희망고문 갖게 하며 노량진 등으로 많은 청년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갈등이 심화되는 또다른 이유는 어느쪽이든 '2등 법조인'이라는 낙인을 찍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리고 '2등 법조인'이라는 낙인은 사법시험 출신 법조인이 아니라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이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로스쿨 재학생들은 지금도 사법시험 법조인들과 로스쿨 법조인들 사이에 차별이 만연한 상태에서 로스쿨 제도와 사법시험 제도가 같이 존재할 경우 차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사법시험을 남겨두는 것은 로스쿨 출신 법조인을 영원히 2등 법조인으로 남기겠다는 것과 일상통맥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법시험 폐지' 유예 기간 4년을 두고 사회적인 갈등은 수그러들기는 커녕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직까지 국민적 여론이 사법시험에 대해 우호적이라면 이를 따라야한다는 의견이 대세적이다. 따라서 사법시험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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