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카우트'의 줄거리는 광주항쟁을 다루고 있다. 1980년, 화려한 휴가를 꿈꾸던 명문사학 연세대 야구부 직원 호창(임창정 분)에게 참으로 억지스러운 미션이 떨어진다. 라이벌인 고려대에 들어가기로 계약 진행 중인 광주일고 3학년 선동열을 스카우트 해오라고 명받은 것!그런데 이 스카우트 일정 중에 7년 전 헤어진 연인 세영(박진희 분)을 만나게 된다. 이소룡이 죽던 날 갑자기 이별을 선고하고 사라졌던 세영, 아직도 이별의 이유를 모르는 호창은 그런 세영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러나 마침내 광주 항쟁의 당일인 5월 18일, 꿈에도 그리던 선동렬 스카우트가 목전에 다가온 순간에, 호창은 세영이 왜 자신을 떠났는지 알게 된다. 학교선배들의 명에 따라, 야구부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한 운동권 학생들을 구타해 끌어낸 일에 호창도 연루된 적이 있고, 세영이 이 일을 목격하고 실망, 이별을 통보했던 것. 그리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호창은 세영 앞에 오래 전 그 일에 대해 “미안하다”며 울며 '조건없이' 사과한다.

선배들의 명령에 따라, 그리고 몸싸움 중에 다친 야구부 후배를 구하기 위해 휘두른 야구방망이였으니, 호창으로서는 '변명'을 할 법도 했다.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고, 조건없는 사과가 돋보일 수 밖에 없다.

6일 TV 토론회에서 보인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보면서, 기자는 이 영화와 영화 속 호창의 사과와 눈물을 떠올렸다. 예상대로 이 토론회는 이미 검찰에 의해 결백으로 결론지어진 BBK 사건에 대한 재공격으로 이어졌다. 반이명박 연합군이 이 후보를 난타했다고나 할까? 이 후보 역시 화가 났는지, “그럼 검찰을 못 믿는 것이냐? 북조선 검찰이었다면 믿었겠나”라고 일갈했다. 물론 사람이므로, 이명박 후보 역시 정적들에게 치떨릴 수도 있고, 이미 결론난 사건을 다시 파헤치려는 공세가 짜증날 수도 있을 것이다.또 1년만에 막 무거운 짐을 벗었는데 이게 무슨 억화심정인지 '울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울컥함'은 이 방송토론회가 단지 그와 정적들 간의 자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수많은 일반국민들에게 보여지는 것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참으로 어려운 주문이겠으나, 이 후보 역시 저 영화 속 호창처럼 조건없이 미안하다고 했어야 했다. 정적들에게 숙일 게 아니라, “BBK 사건으로 대체 누구말이 맞는 건지, 우리는 누구를 찍어야 하는 건지?”라며 이명박 자신보다 더 상처받았을 국민들에게, 그런 식으로 토를 달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앞으로도 BBK에 대해 많은 공세를 받을 터이나, 이 후보는 그때마다 한없이 낮은 자세로 조건없이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한다. 설사 자기 잘못이 아니라 해도, 그런 의혹에 연루된 자체가 부덕이다. 국민은 이명박 후보와 여타 다른 대선주자들에게 '그만큼이나 가혹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한없이 여린 마음의 연인'이다. 조건없이 사과할 때, 더 많은 표심을 스카우트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임혜현 /투데이코리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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