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향한 불신·불만 팽배…부실·방만 경영, 국민에 책임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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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고속도로 통행료가 오는 29일부터 4.7% 오른다. 2011년 2.9% 인상된 이후 4년만이다.

요금인상안에 대해 국토교통부(국토부)는 “4년 만에 처음 요금을 인상하는 것으로 물가 인상 수준으로 최소한의 금액만 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9년간 물가가 2% 상승한데 반해 통행료는 2.9%만 인상돼 연간 3조5000억원의 통행료 수입으로 이자(1.1조원)와 유지 관리비(1.8조원)만 충당하는 수준이었기에 이번에는 불가피하게 통행료 인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의 통행료로는 유지·관리만 할 수밖에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설명에도 불구,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국민들은 왜 정부의 요금인상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불만을 드러내는 것일까. 이에 ‘투데이코리아’는 그 이유를 파헤쳐봤다. 본지는 1편으로 고속도로 요금인상 발표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 이유를 살펴본 뒤 후속기사로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부실관리 및 보수·품질 실태 ▲ 한국도로공사 무엇이 문제인가 등을 다룰 예정이다.

4년 만에 인상되는 고속도로 통행료

국토부는 10일 고속도로 통행료를 4.7% 인상한다고 밝혔는데 승용차 기준 서울∼대전 구간은 7700원에서 8200원으로, 서울∼부산 구간은 1만8800원에서 2만100원으로 오르게 된다.

서울∼강릉은 1만100원에서 1만700원으로 서대전∼익산 구간은 3000원에서 3100원, 북부산∼동창원 2400원에서 2500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민자도로 10곳 가운데 5곳은 고속도로 통행료를 동결하고 나머지 5곳은 고속도로 통행료가 3.4% 오른다.

천안∼논산, 대구∼부산, 인천대교, 부산∼울산, 서울∼춘천 등 5곳이 인상 대상이다. 천안~논산 구간의 경우(승용차 기준) 9100원에서 9400원으로 인상된다. 대구∼부산 1만100원에서 1만500원으로, 부산∼울산 3800원에서 4000원으로, 서울∼춘천 6500원에서 6800원으로, 인천대교는 6000원에서 6200원으로 각각 오른다.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률은 최근 3년간 물가상승률 2012년 2.2%, 2013년 1.3%, 2014년 1.3%인 것을 감안, 4.7%로 결정했다.

국토부는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으로 추가 확보되는 재원은 연 1640억 원 규모로 책정하면서 졸음쉼터 설치 등 안전시설 보강 등에 집중 투자키로 했다.

강희업 국토부 도로정책과장은 “고속도로 안전시설 투자는 국고지원 없이 통행료로만 충당하도록 돼 있다”며 “매년 1300억 원씩 증가하는 안전관리비용에 중점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불신·불만 팽배
통행료가 낮다는 정부 입장, 맞는 말일까?

정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물가는 오르는데 통행료는 그간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은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재정고속도로는 2011년 이후, 민자고속도로는 2012년 이후 통행료를 올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다.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그만큼 팽배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요금인상의 이유로 “고속도로 통행료가 원가의 83%밖에 안 된다”며 관리 비용은 늘어나지만 수입은 그대로이기에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의 적자가 쌓이고 있기에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도로공사의 부채 총액은 26조4천622억원이다. 지난해 이자 비용만 1조1천251억원이 들었으며 이는 한달에 938억원, 하루에만 31억원의 이자를 지급한 셈이다.

그렇다면 적자는 왜 발생했던 것일까. 정부의 설명대로 통행료가 터무니없이 낮았기 때문일까.

신원기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요 예측을 과하게 해서 지금 고속도로를 만들었다가 손해를 보고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며 “너무 많이 만들어서 괜히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것을 가지고 통행료 탓을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덧붙였다.

신 간사는 “2006년 기후 고속도로 예측 대비 실제 교통량을 측정해본 것이 있는데 2013년 말 기준으로 했을 때 41%”라면서 “2014년 평가 자료까지 대충 넣어 보니 40%가 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6년 이후에 만들었던 도로 가운데 절반 정도는 사실 안 지어도 되는 것을 지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고속도로 건설의 필요성이 없지만 수요 예측을 잘못해 강행했고 이 때문에 발생한 적자를 통행료 인상으로 메우려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지금 정부에서는 통행료가 낮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단순비교를 하면 낮다고 볼 수 있겠지만 소득 수준이나 물가, 통행량 등까지 비교를 하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요금 인상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재원에 대해선 안전관리비용에 중점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지만 이 역시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간사는 “경부 고속도로는 45년이 됐고 건설비 회수를 가장 많이 했다”며 “늘어난 통행료 수입은 안전이나 편의시설에 집중투자한다고 하는 것은 (통행료 운용의) 기본인데 새삼스럽게 뭘 한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미 통행료로 건설비 회수까지 다 됐기에 통행료는 안전시설 등에 대해 쓰여야 하는 것인데 굳이 통행료를 인상시켜 유지 보수에 재원을 쓴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통행료 인상으로 발생하는 추가 재원에 대해 안전관리비용에 중점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맞지 않고 도로공사의 적자가 너무 심각한 수준이기에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설명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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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비리·방만경영
너무 자주 터져 나와서 식상할 정도

백 번 양보해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의 늘어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요금 인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매번 드러나는 도로공사의 부실운영 및 비리 실태는 요금 인상안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정부와 공공기업 등의 예산과 정책 등을 총체적으로 검증하는 자리인 국회 국정감사. 해마다 드러나는 도로공사의 비리와 방만경영 등은 사실 너무나도 식상한 소재다. 너무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경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 전직 고위 간부들이 운영하는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에서 운영 비리 혐의가 포착됐다. 인건비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모두 2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다. 경찰은 서울요금소 말고 도로공사 출신 직원들이 운영하는 전국 263개 요금소에서도 비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부 조사키로 했다.

운영 비리 실태를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특가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권모(60)씨 등은 2009년 2월부터 올 초까지 서울요금소 통행료 업무를 대행하면서 퇴직한 직원들이 계속 일하는 것처럼 꾸며 17억5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퇴직자들의 자리는 아르바이트 탈북자로 채웠다. 그러면서 급여 차액과 탈북자에 대한 정부 지원 임금 50% 등을 챙겼다.

권씨 등은 또 하이패스 카드 판매 수수료 등 부대수입 3억원을 가져갔다. 계약할 때 아예 이 부분을 계약 내용에 넣지 않고 그냥 자신들 몫으로 했다. 이렇게 권씨 등이 챙긴 돈은 총 20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도로공사의 관리 부실도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서울요금소를 비롯해 퇴직 직원들이 수의계약을 통해 운영하는 전국 264개 요금소에 대해 한 번도 현장 점검을 하지 않았다.

반면, 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일반 업체가 운영하는 요금소에 대해서는 경비 처리를 제대로 하는지 분기마다 현장 점검을 했다.

게다가 도로공사가 전직 직원들의 친목단체인 사단법인 도성회에 일감을 몰아준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결과 도로공사는 지난 2010∼2014년 체결한 2천만원 미만의 소액 인쇄계약 509건 가운데 60.5%인 308건에 대해 도성회와 수의계약을 체결했을 뿐만 아니라 도성회가 전액 출자한 업체와 편법으로 3개 휴게소와 2개 주유소 임시 운영 계약을 체결하는 등 특혜를 줬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특별한 전문성을 보유하지 않은 도성회에 장기간 일감을 몰아준 것은 도로공사 퇴직자에 대한 전관예우”라면서 “심지어 도성회 정관에 따르면 도로공사 현직자도 준회원으로 가입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도로공사, 적재 해소 방안도 제대로 내놓지 못해
책임은 결국 국민들에게 전가?

도로공사는 적자를 해소할 뚜렷한 방안 역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장.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민홍철 의원은 “2014년 도로공사 부채 총액은 26조4천622억원으로 지난해 이자 비용만 1조1천251억원이 들었다”며 “한 달에 938억원, 하루에 31억원의 이자를 지급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이어 “2019년까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안을 살펴보면 2018년 부채가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료도로 관리권이 총자산의 77%를 차지하는 등 재무상태가 부실해 신규 차입 등을 통해 빚을 갚아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당 박수현 의원도 “도로공사가 투자규모 조정, 고속도로 운영비 절감, 휴게시설 운영권 등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를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자칫 도공 재정상황을 더 어렵게 하는 ‘제 살 깎기’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건설사업 조정은 이미 투자하기로 돼 있는 고속도로 건설 시기를 뒤로 늦추는 것이고 휴게시설 운영권과 유휴부지 매각 등 핵심자산 매각은 도로공사의 미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미래 먹거리를 팔아가면서 국민들에게 통행료를 더 챙겨가겠다는 심산으로 볼 수 있다.

박 의원은 또 “천문학적인 부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매년 줄지 않는 각종 교통사고, 외주 영업소와 안전 순찰업체 비리와 불안한 고용문제 등부터 해결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책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고속도로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다. 고속도로 관리 부실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요금 인상을 하면서 도로 보수 및 품질 개선은 별다른 체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일부 구간의 경우 고속도로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도로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운자자들 사이에선 ‘죽음의 고속도로’라고 불리는 구간도 있다.

뿐만 아니라 연휴나 특정 시간대에는 ‘저속도로’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 “통행료를 왜 내야 하는가”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심각한 정체현상을 보이는데 이는 교통량 증가라는 해명에 앞서, 고속도로의 부실관리도 한 몫하고 있다. 적정 교통량을 초과해 제 속도를 낼 수 없는 ‘무늬만 고속도로’는 9개 노선, 40개 구간 158.6㎞에 달한다.

사실상 고속도로의 기능을 상실한 구간에서도 통행료는 다른 구간과 마찬가지로 징수되기에 운전자들의 불만은 높아만 지고 있다.

이를 보면 고속도로 요금 인상안에 대해 국민들이 수긍하지 못하고 불만을 드러내는 것을 단순하게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로만 볼 수 없다. 도로공사의 부실 방만 경영에 대한 책임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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