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가? 지금의 성공을 얻어 내기까지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사상이론계를 총동원하여 현대화 개혁개방정책 도입을 위한 이념적, 이론적 장치를 정교하게 마련해 왔고, 고비마다 중대한 정치적 결단을 내렸었다.

돌이켜 보자!

첫째, 사회주의 건설과정에서 중국은 급진주의의 혁명적 세계관을 극복한 이후에야 활로를 찾을 수 있었다. 중국의 지도자 모택동. 그는 혁명과 정치를 가장 가치롭게 여긴 인물이다. 혁명후에도 부단없는 계급투쟁과 무산계급독재로 불평등 요소를 제거함으로서 평등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사상경향은 여지없이 국가발전 모델을 둘러싼 이념논쟁과 노선갈등, 그리고 치열한 권력투쟁으로 투영되어 나타났고 자신을 관념적 영웅주의, 혁명적 낭만주의에 함몰시켰으며 중국대륙을 ‘공산풍’으로 몰아갔다.

그가 발동시켰던 일련의 급진좌파적 사회주의건설운동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대륙을 망가트려 놓았다. 이후 모택동의 극좌적 오류는 계속해서 비극적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졌으며 화국봉을 후계자로 내세우는 잘못을 범했다. ‘모 주석이 친히 선택한 후계자’였다는 화국봉 역시 현대화론자였지만 계급투쟁론자였다. 등소평과 유소기 등을 “자본주의의 길을 가는 수정주의자”라고 공격하면서 정치적 대립을 자초했던 인물이었다.

결국 최고통치자였던 화국봉은 그릇된 현실인식과 맹목적 모택동추종주의로 인해 자신이 신봉했던 모택동사상의 이름으로 심판받게 되는 역설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권력투쟁에서 패하여 중국정치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고, 훗날 ‘모택동 비극의 유산’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정일 위원장은 김일성의 유지와 유훈을 고스란히 이어 받은 권력세습 왕자다. 모택동과 화국봉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아닌지 이제 그가 선택해야 한다.

둘째, 중국은 절대적 권위의 모택동사상을 현실로 끌어 내렸지만 모택동에 대한 추억을 저버리지는 않았다. 중국에서 해방된 프롤레타리아의 영웅들은 한때 그들의 지도자의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모택동의 혁명적 유산은 빈곤과 낙후를 남겨 놓았다. 모 주석 사후 중국 지도자들은 “빈곤을 사회주의로 간주하지 말라”고 외치면서 개혁개방과 경제활성화 등 현대화의 기치를 올렸다. 그들은 ‘금과옥조’로 여겼던 유물론을 한손에 움켜쥐면서도 유심론의 경험주의를 수용하여 실사구시를 전면에 내세웠고 현실과 유리된 사상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였다.

그들은 이윽고 “마르크스주의가 만병 통치약이 아니며, 모택동의 급진주의노선은 대륙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모택동사상은 더 이상 중국을 구원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못 박았다. 자신들을 옭아매어 왔던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대한 재평가와 모택동사상에 대한 재해석이 당 최고지도부의 결단에 의해 정교하게 마련되고 실천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택동의 권위를 전면 부정하거나 배척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모택동 본인의 극좌적 사상오류를 찾아내 이를 모택동사상으로 부터 분리시켰다. 모택동의 위신과 권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어야 한다는 배려였다. 심지어 ‘사상해방’의 기치를 올려 경직된 사상이념의 도그마로부터 탈출하여 생산성을 높이자고 까지 했던 그들이었다. 훗날 모택동은 여전히 중국인들에게 정서적인 것으로 남아 추억되고 있음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김일성의 위신과 주체사상의 권위를 간직하고 싶어 할 김정일 위원장이 경청해야 할 대목이다.

북한은 중국의 역사적 경험을 바라보면서 무언가를 모색하고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북한에서 혁명주의를 대신한 점진적 개혁주의가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지난날 혁명적 주체사상은 김일성절대주의를 가능케 했고, 체제유지와 발전을 위한 메카니즘으로 완벽하게 기능하여 왔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북한에서 주체사상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나 변질은 그들의 신념체계에 혼란을 가져와 체제동요로 이어지고, 언젠가는 북한사회를 ‘자기해체과정’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낳았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적 경험은 절대적 혁명사상도 재평가 해석되어 현실화될 수 있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또한 올바르고 현명하였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 점이야말로 개방에 따른 사회혼란 가능성과 새로운 경제모델을 고민하고 있다는 김 위원장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김일성 없는 주체의 나라”에서 이제 결단은 김정일 위원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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