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호화스러운 육아 생활만 보여줘"

▲사진=인기를 끌었던 육아 예능프로그램들 [온라인커뮤니티]

[투데이코리아=선다혜 기자] 지난 2014년 MBC의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 등의 육아예능프로그램이 붐을 일었다. 세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육아의 주체가 엄마가 아니라 아빠라는 것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아빠와 아이들의 정서적 교감을 보여주며 육아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들은 없었다.


때문에 아이들과 아빠라는 다소 어색하기도 한 조합으로 시작된 육아예능프로그램은 호황기를 맞았고, 공공연하게는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아이와 함께 나가면 뜬다'는 인식도 박히기 시작했다. 이제 육아예능프로그램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가족이 모두 볼 수 있는 프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 같은 육아 예능프로그램의 붐이 몇년 동안 지속되면서 이와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육아 예능이 아니라 금수저 예능이다'라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육아 예능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인가?
맞벌이에 치이고 육아에 치이고

'아빠와 아이가 함께 하는' 라는 취지로 시작된 육아 예능 프로그램 초반엔 반응이 좋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아이를 보는데 다소 익숙하지 않은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공감과 웃음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이러한 모습마저도 씁쓸하게 느껴지게 되고 있다. 현실가 너무나 동떨어진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015 일·가정 양립 지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맞벌이 가구는 지난 2014년 10월 기준 518만 6000가구로 유배우자 가구의 43.9%를 차지하고 있다. 연령대로 따지면 40~49세 맞벌이 가구비율은 51.8%, 50~59세는 51.3%로 절반을 넘었다. 30~39세는 42.1%, 15~29세는 37.4%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의 경우는 육아 등으로 잠시 여성 경력단절 등이 발생해 맞벌이 비율이 낮았지만, 이후 자녀 교육비로 인해서 여성들이 취업전선으로 뛰어들면서 40·50대 가구 절반은 맞벌이를 하고있다. 결국 가정을 꾸리는 대다수의 가정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맞벌이가 꼭 필요한 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부모가 맞벌이 전선에 뛰어들게 되면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보통의 가정에서 베이베시터를 두고 일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조부모의 손으로 혹은 어린이집으로 떠맡겨질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육아 휴직을 신청한다고 해도 기간이 1년 이내, 남·녀 모두 합쳐도 2년 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 육아휴직마저 편히 눈치 안보고 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암묵적으로는 퇴사를 의미하기도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두고 일을 나가야 하는 부모들 중 마음이 편한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한 와중에 TV를 통해 비춰지는 연예인들과 아이들의 모습은 부모에게도 이질감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 아이와 함께 하기 위해서 퇴사까지 생각해야하는 일반인들과 달리 연예인들은 아이와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일'이 돼버리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육아 예능프로그램을 통한 '상대적 박탈감'
금수저 물려주지 못한 부모들은?


육아 예능으로 인한 또다른 문제점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불거졌다. '육아 예능'이라고 해서 매일 같이 아이가 집안에서 울고 떼쓰는 모습만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프로그램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육아 예능에서 보여주는 럭셔리한 체험활동이 한 차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올해 방송됐던 A 육아프로그램에서는 연예연들의 자녀가 동물을 만지고 수영을 하는 등의 모습이 방송을 탔다. 방송이 나간 직 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 심어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육아예능을 통해서 보여지는 활동들은 대부분은 일반인인 부모들이 따라하기엔 엄두가 나지 않는 것들이다.

또한 활동뿐만 아니라 '육아 예능'을 통해서 연예인들의 자녀가 입는 옷이나 쓰는 생활 용품은 대부분이 고가다. 결국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육아 예능의 모습으로 인해서 아이와 부모 모두 이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이에게 남부럽지 않게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하지만 상황이나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럭셔리 그 자체인 육아 예능을 보고있자면 아이 뿐만 아니라 부모 역시도 씁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취업난 등 경제상황 악화로 인해서 'N포세대·금수저·흙수저' 논란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육아 예능이 젊은 청년들이나 부모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만을 심어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심지어 아이에게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물려줄 수 없다면 차라리 낳지 않겠다는 말도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실과 너무나 동 떨어진 '육아 예능'은 외려 시청자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과 패배감을 심어주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육아예능이 어떠한 방향으로 바뀔지는 알 수 없지만 무엇보다 필요로 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