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비용은 하락했으나, 물류·생산 비용은 상승?"


▲사진=소주값 인상

[투데이코리아=선다혜 기자] 몇 년 동안 동결됐던 주류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호기롭게 총대를 맨 것은 하이트 진로(대표 김인규)다. 하이트 진로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소주값 인상 이유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제조·판매미용 증가에 따른 원가 상승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소주시장에서 '순한 술이' 붐을 이뤘던 만큼 주정(酒精)비용이 낮아졌으며, 실질적인 소주 주재료 비용은 인상되지 않았다는 업계의 주장과는 반하는 설득력있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하이트 진로는 3년 만에 소주 출고가를 5.62%로 인상했다. 당시 하이트 진로는 "지난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을 비록해 원료비, 포장재료비, 물류비 등 누적된 인상요인이 12.5%에 달했지만 원가절감과 내부흡수 등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했다"며 "소주가격 인상분은 이물저감 시설과 생산설비 보강 등 주류 안전관리에 투자할 예정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이트 진로의 대표 브랜드인 '참이슬' 후레쉬·클랙식 이하 360㎖ 용량 기준) 출고 가격을 기존 병당 961.7원에서 1015.7원으로 54원(5.62%) 올랐다. 이 같은 하이트 진로의 행보에 다른 업계들도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하이트 진로를 따라 가장 먼저 주류값을 올릴 것으로 보이는 곳은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다.

롯데주류 측은 "아직까지 정확한 시기와 인상 폭은 정해진 게 없다"고 밝힌 바 있지만, 두 업체는 가격 인상 시기가 항상 비슷했다. 지난 2008년과 2012년 모두 한 달 간격 으로 가격을 인상했었다. 만일 소주업계의 1,2위를 다투고 있는 두 업체 모두 가격을 인상할 경우 다른 업체들도 가격을 올릴 가능성은 농후한 상황이다.

이러게 소주값 인상으로 인한 피해(?)는 소주를 즐겨마시는 서민들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소주값 인상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하이트 진로 측이 소주값 인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3년 동안 실질적인 원재료값 상승은 없었다는 불만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또하나의 경우로 에탄올 원액인 주정에 물과 각종 첨가물을 넣어 만드는 것으로 말그대로 물장사라는 주장인 것이다.

실제로 주정업체 시장 점유율 1위인 진로발효에 따르면 주정값은 3년째 가격이 거의 똑같다. 주정의 원재료인 쌀·보리, 겉보리, 현미 가격도 모두 하락했다. 유일하게 오른 원재료는 타피오카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1t당 3만 3000원 올라 영향력은 미미한 편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순한 소주'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소주 업계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순한 소주를 발매했다. 때문에 기존의 소주보다 3~4도 이상 내려갔기 때문에 제조 단가가 떨어졌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주값' 인상의 남다른 사정?
울쌍짓는 건 소비자들 뿐?

봉이 김선달 물장사라 주장도?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번 하이트 진로 소주값 인상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빈병 보조금 취급수수료 인상'과 관련있는 조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9월 정부는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인상을 골자로 한 '자원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입법예고안의 핵심 내용은 소주병의 보증금은 현행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 50원에서 130으로 늘어나고, 기존 주류업체가 도매상에게 주던 빈병 취급 수수료도 소주 16원, 맥주 19원에서 각각 33원으로 오르는 것이다.

하이트 진로가 빈병 보증금 취급수수료 인상이 원안대로 통과할 경우를 가정해 소주값을 인상해 원가부담을 상쇄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병보증금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으로 주류업체의 평균판매단가(ASP)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따라서 공병 보증금 증가는 주류업체의 손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소비자가 이 금액을 회수할 때까지 주류사가 자산으로 이 보증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금액 인상은 단기적인 현금흐름 개선 요인이다"며 "문제는 취급수수료다. 소주와 맥주의 병당 취급수수료 증가분은 병당 ASP의 각각 3.7%, 3.0%이며, 각 주종 내 병의 비중을 감안한 비용 증가부담은 다시 순서대로 3.4%, 1.5%정도 된다. 만약 정부 말대로 회수율이 현재 85%에서 95%까지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이와 연동해 빈병 취급수수료를 지불해야하는 수가 많아지는 것이므로 최소 10% 이상 비용이 더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취급 수수료를 올리는 것에 따라 주류 업체가 소주 가격을 5~6% 정도 인상하면, 이후 소주업체의 이익 증가 규모는 50억원에서 1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주류값을 인상하기 위해서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소주업체의 원가 인상은 5.62% 54원에 불가해보이지만 실상 서민들에게는 영향이 많이 미친다는 것은 시각이 지배적이다. 해당 소주들이 주점이나 음식점으로 납품되면 소매 가격 역시 높아질 수 있다. 이렇다보니 소주가격이 인상될 경우 서민들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이트 진로 측은 관계자는 "주정비용이 이번 인상에 큰 이유가 된 것은 아니다"며 "주정비용 보다는 제조비용과 물류비용이 인상됐다. 특히 3년 전에 비하여 신병을 사용하는 횟수가 늘었다. 동일한 수량 소주를 제조해 판매한다면 3년 전에 비해서 신병을 사용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또한 소주를 포장하는 재료비 등이 인상됐으며 공장을 가동하는 생산비용 역시 3년 전에 비해 상승하는 등 공공비용 인상도 있었다. 또한소주를 출하할 수 있도록 하는 물류비 역시 증가하면서 소주값을 인상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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