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불감증’ 만연 불구 개혁불모지대, 국민적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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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고속도로 통행료가 오는 29일부터 4.7% 오른다. 2011년 2.9% 인상된 이후 4년만이다.

요금인상안에 대해 국토교통부(국토부)는 “4년 만에 처음 요금을 인상하는 것으로 물가 인상 수준으로 최소한의 금액만 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9년간 물가가 2% 상승한데 반해 통행료는 2.9%만 인상돼 연간 3조5000억원의 통행료 수입으로 이자(1.1조원)와 유지 관리비(1.8조원)만 충당하는 수준이었기에 이번에는 불가피하게 통행료 인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의 통행료로는 유지·관리만 할 수밖에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설명에도 불구,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국민들은 왜 정부의 요금인상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불만을 드러내는 것일까. 이에 ‘투데이코리아’는 “국민들은 왜 수긍 못할까?”, “고속도로 관리 0점” 등의 기사를 통해 국민들의 반발 이유와 고속도로에 대한 관리 부실 실태를 파헤쳤다.

본지는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시리즈 마지막 기사로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의 문제점 등을 생각해보는 장을 마련했다.

도덕적 해이 만연된 ‘한국도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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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한국도로공사법 시행령에 의해 설립된 도로공사는 도로의 신설, 개축 및 유지 등의 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건립된 국토교통부 산하의 정부투자기업체다.

주요 업무는 ▲유료도로의 신설·개축·유지·보수 등 공사의 시행과 관리 ▲유료도로의 이용증진에 필요한 도로공사의 시행 및 관리 ▲장차 유료화할 고속도로의 개축·유짚보수 등 공사의 시행 ▲유료도로상의 휴게소·주유소·유료주차장의 설치·운영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타인의 위탁에 의한 유료도로·유료자동차주차장 및 이에 관련된 시설의 관리 ▲해외에서의 도로 공사와 도로 유지관리·조사설계 및 시공관리 등이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약 4,500km의 고속도로가 건설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고속국도 제1호선인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하여 31개의 고속도로 노선이 있다. 이중 논산천안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등 10개 노선은 민간 기업체의 컨소시엄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민자고속도로이고, 동해고속도로(일부구간, 제65호선)는 한국도로공사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민자고속도로다.

민자고속도로를 제외한 ‘재정고속도로’를 관리하는 곳이 도로공사다. 도로공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민국은 고속도로를 대동맥으로 삼아 세계의 중심국가가 되었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를 통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국민행복시대가 더욱 앞당겨질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한국도로공사가 맡은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그렇지만 도로공사가 본연의 역할과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본지는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①] 국민들은 왜 수긍 못할까?’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②] “고속도로 관리 0점”’ 기사 등을 통해 고속도로의 실태를 낱낱이 밝힌 바 있다.

분명한 것은 도로공사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어버린 지 오래라는 사실이다. 나아가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에 대해 국민들이 거부감을 갖는 것은 도로공사의 신뢰성 상실과 분명 연결되어 있다는 분석이 많다.

매해 국정감사 때마다 드러나는 도로공사의 비리에 대해 국민들은 별다른 반응조차 하지 않는다. 그간 너무나도 흔하게 터져 나오는 것이 비리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실국감이라는 비판이 거세도 도로공사의 비리문제는 굴비 엮듯 너무나도 많이 쏟아져 나왔다.

혐의는 뇌물·향응 수수를 비롯, 공문서 위조, 음주운전 등 다양했으며 이 가운데는 형사처분을 받은 직원들도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 도로공사는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민적인 공분을 사기도 했다.

도로공사는 퇴작자에게도 인심이 후하다. 지난달 경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 전직 고위 간부들이 운영하는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에서 운영 비리 혐의가 포착됐다. 인건비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모두 2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다. 경찰은 서울요금소 말고 도로공사 출신 직원들이 운영하는 전국 263개 요금소에서도 비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부 조사키로 했다.

운영 비리 실태를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특가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권모(60)씨 등은 2009년 2월부터 올 초까지 서울요금소 통행료 업무를 대행하면서 퇴직한 직원들이 계속 일하는 것처럼 꾸며 17억5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퇴직자들의 자리는 아르바이트 탈북자로 채웠다. 그러면서 급여 차액과 탈북자에 대한 정부 지원 임금 50% 등을 챙겼다.

권씨 등은 또 하이패스 카드 판매 수수료 등 부대수입 3억원을 가져갔다. 계약할 때 아예 이 부분을 계약 내용에 넣지 않고 그냥 자신들 몫으로 했다. 이렇게 권씨 등이 챙긴 돈은 총 20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도로공사의 관리 부실도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서울요금소를 비롯해 퇴직 직원들이 수의계약을 통해 운영하는 전국 264개 요금소에 대해 한 번도 현장 점검을 하지 않았다.

반면, 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일반 업체가 운영하는 요금소에 대해서는 경비 처리를 제대로 하는지 분기마다 현장 점검을 했다.

게다가 도로공사가 전직 직원들의 친목단체인 사단법인 도성회에 일감을 몰아준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결과 도로공사는 지난 2010∼2014년 체결한 2천만원 미만의 소액 인쇄계약 509건 가운데 60.5%인 308건에 대해 도성회와 수의계약을 체결했을 뿐만 아니라 도성회가 전액 출자한 업체와 편법으로 3개 휴게소와 2개 주유소 임시 운영 계약을 체결하는 등 특혜를 줬다.

김학송 사장, 취임 때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
총선 출마설도 나와 직원들 근무태도에 영향 미쳤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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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도로공사내 만연된 도덕적 헤이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단, 도로공사의 수장 내정부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도로공사 수장은 김학송 사장이다. 김 사장의 도로공사 사장 취임 당시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김 사장이 친박근혜(친박)계 인사로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경남 진해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캠프의 유세지원단장을 맡아 현장 유세를 총괄 지휘했다.

도로공사는 25조원의 빚을 지고 있는 대표적인 적자 공기업인데 이를 혁신하고 바꿔 나가야 할 수장 자리에 개국공신을 앉힌 것이다.

물론, 중앙무대에서 쌓아온 김 사장의 정치력이 도로공사를 이끄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 사장은 16, 17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공기업 개혁을 주장한 인물이다. 도로공사 사장이 된 뒤 복장 자율화를 추진, 직원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려는 행보도 보였다.

그렇지만 김 사장은 과거 국회의원 시절인 2006년 이른바 ‘평일 군부대 골프’ 논란에 중심에 선 바 있다. 국회 회기 중 평일에 동료 의원들과 함께 군부대에서 골프를 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 사장은 당시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국감도 앞두고 있었는데 피감기관인 군부대에서 골프를 쳐 구설수에 올랐었다.

골프 논란에 휩싸였던 김 사장이 도로공사 내부에 만연된 도덕성 결여를 바꿔나가야 할 수장에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정권 창출의 공신이라는 이유로 도로공사 사장에 발탁된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거대규모 부채축소를 골격으로 한 공기업 개혁을 강력 추진했지만 도로공사의 방만경영은 여전했다. 일각에선 김학송 사장 체제로는 도로공사의 혁신, 개혁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질타가 나왔다.

감사원 조사 결과 도로공사는 여전히 방만경영을 일삼고 있었다. 도로공사는 4대강 사업에 따른 차입금 증가와 도로 사용 수입 감소 등으로 부채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도 고속도로 휴게소를 특정업체에 할인 임대해 주는 등의 방만한 경영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또 도로공사는 26조가 넘는 빚더미에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700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 김학송 사장은 내년에 치러지는 4.13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를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정감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에 따르면 도로공사 등 지방이전 공공기관이 서울에 별도의 업무시설을 만들었다. 도로공사의 경우 여의도에 김학송 사장과 대관업무 담당 직원의 사무실을 임차해 운영했다.

도로공사는 또 이사회를 경북 본사에서 열어야 하는데도 여의도에서 개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선 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두는 경우에 대해 정치적인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곤 한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의 내년 총선 출마설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김 사장은 최근 내년 선거 불출마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간 총선 출마 대상자로 거론됐던 김 사장은 얼마 전까지 출마 혹은 불출마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던 것은 직원들의 근무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은 분명하다. 김 사장의 출마설이 나돌던 시기, 도로공사 직원들의 근무태도 등은 허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로공사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김학송 사장 뿐만이 아니다. 올해 도로공사는 김항술 새누리당 전북도당위원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도 일었다.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 부대변인 출신으로 도로공사 이사로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전공해 남북을 잇는 통일 도로에 관심이 많다”는 자기소개서로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 비상임이사로 임명됐다.

또 함께 선임된 유영준 이사도 대통령 경호실 근무와 경호안전센터 연구위원이 공개된 이력의 전부였다.

비상임이사는 인맥과 경력 관리를 원하는 정치권 주변 인사들에게 매력적인 자리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고 더 높은 자리로 옮기기 위한 징검다리로 작용하기도 한다.

비상임이사 자리는 기관장만큼 화려하지는 않아도 하는 일에 비하면 급여 수준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사례들을 볼 때 국민들은 현재의 도로공사에 대한 불만이 팽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에 불만을 갖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작용한다.

결국, 도로공사의 과감한 개혁과 운영이 바탕이 되어야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를 위해선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공공기관의 자체적인 행동이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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