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문제의 해결책이 희망퇴직 뿐인가?"

[투데이코리아=선다혜 기자] 쟁쟁했던 기업들을 물리치고 지난달 시내 면세점 입찰권을 따낸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이 '희망퇴직 논란'에 휩싸였다. 심지어 희망퇴직 대상자에 입사한 지 3년 미만의 신입사원들도 포함돼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사원들에게 비인격적으로 대우한 것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여론이 점점 두산에게 안 좋은 쪽으로 흐르자 지난 16일 박용만 회장이 일을 수습하기 위해 나섰다. 이날 박용만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희망퇴직 관련해 신입사원에 대한 보호조치를 계열사에 지시했다"며 "캐타필라사가 3만명의 감원을 실시할 정도로 건설기계업이 불황에 빠져 희망퇴직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았다. 절박한 위기감은 이해하지만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자에 포함하지 않도록 했다. 계열사에 곧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여론을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두산그룹의 이 같은 처우에 대한 비판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장 1~2년차 신입사원은 제외하더라도 한창 일할 나이인 대리급 직원들은 희망대상자에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두산인프라코어가 언제 또다시 '희망퇴직'을 앞세운 퇴직을 강요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미래다' 내세운 두산은 어디갔나?
여론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언제까지?


지난 8일 두산인프라코어는 '경영상 위기'를 내세워 사무직 직원 3000명 전원을 대상으로 18일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앞서도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은 2월, 9월, 11월에도 진행된 바 있다. 당시에는 과장급 인사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 직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난해 1월 1일 이후 입사한 신입사원 88명 가운데 28명(31.5%)이 희망퇴직에 포함됐다.

회사 내부에서는 신입사원 뿐만 아니라 '임신 3개월 여성, 출산휴가 2달 전 여성, 사내 부부 중 여성, 결혼 3주차 사원' 등이 희망 퇴직을 권고 받았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익명 앱 블라인드앱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게시판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측에서 부서장 및 임원들이 '대리와 사원급' 및 휴직 중인 직원들에게 면담을 진행하고 폭언과 협박을 통해 희망퇴직을 종용한다는 증언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도 두산인프라코와 관련한 글들이 공유되고 있다. 해당 글 등에서는 사원 대리급 90% 가 전멸했다", "29살에 명퇴 당하는 경험을 다 해본다", "여사원 23살 최연소 명퇴도 있다고 알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두산이 전 직급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퇴직금·위로금'을 적게 주기 위한 꼼수라는 말도 나왔다.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원과 대리급 인원이 구조조정에 포함되면 회사가 부담해야하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앞서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지난달 희망퇴직을 거부한 기술직 직원 21명을 대상으로 '대기발령'을 내린 후 매일 A4 분량의 '회고록'을 쓰도록 하면서 사실상 퇴직을 강요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울러 해당 직원들에게 '휴대폰을 압수', '회사 출입카드 반납', '잦은 용변으로 화장실 이용 경고장 발부' 등 비인격적인 대우를 일삼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사람이 미래다. 두산' 문구를 패러디한 '부도가 미래다. 도산'이라는 웃지못할 말도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 두산인프라코어는 "강제적인 퇴직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또한 퇴직을 거부하고 있는 21명의 직원들에 대해서는 "이들은 희망퇴직과 상관 없이도 이미 근태불량이나 조직에 해를 끼친 등의 사유로 징계를 받아 대기발령 상태에 있는 것"이라며 "회고록 쓰기는 명상하기, 스트레스 관리, 건강관리 등 하루 일과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어떤 회사에서 '건강관리와 스트레스 관리'라는 명목으로 근무시간에 직원에게 명상하기, 회고록 쓰기, 하루 종일 벽 보고 있기 등을 시키는지다. 결국 이 같은 해명 역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두산그룹의 조악한 변명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로 승승장구하던 '두산 그룹'
'제 식구 챙기지' 못한 무능한 기업 오명
있던 직원은 자르고, 새 직원 채용?



두산그룹이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권을 따냈을 때만해도 어떤 누구도 '희망퇴직 대란'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두산그룹의 앞길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시내 면세점'과 함께 화려한 꽃길만 수놓아져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러한 예상은 채 한 달도 되지 못해 와장창 무너졌다.

서울 시내 면세점을 입차렝 뛰어들 때만 해도 정부가 주도하던 청년 희망펀드 등에 30억을 쾌척하는 등 사회공헌에 활발하던 두산그룹이 왜 제 식구하나 챙기지 못하는 '무능한 기업'으로 전락했을까?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07년으로 돌아간다. 지난 2007년 박용만 회장은 '한국 기업 미국 대기업 인수' 라는 타이틀을 걸고 건설장비 제조업체인 밥캣을 49억 달러(환율 기준 약 5조 7600억원)에 인수했다. 49억 가운데 회사 자본은 10억달러였고, 39억 달라는 미국과 한국인 금융권에서 빚을 냈다.

하지만 채 일년도 가지 못해 미국의 서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졌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이로인해 전세계 부동산 시장이 멈춰버렸고, 건설용 중장비 수요도 급감하게 됐다. 결국 밥캣의 인수는 두산인프라코의 도움이 되기는 커녕 빚더미 위에 오르게 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는 빚을 상환하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빚에 대한 이자가 매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다 내년부터는 이자에 원금까지 내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니만큼 두산그룹의 입장에서는 밥캣의 인수로 인해 생겨난 경영난을 해결하는 것이 일순위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문제해결의 방법이 회사를 위해 일해온 직원들을 가차없이 등 내쫓는 것 뿐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더욱이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가 경영난으로 인해 희망퇴직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면서도, 정작 두산이라는 상호명을 사용하는 댓가로 내야 하는 브랜드 값을 20%나 인상했다.

2012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약 3년 동안 301억원이던 사용료가 2015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3년간 488억원으로 급증했다. 평균 130~160억원 정도가 오른 셈이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그룹 계열사의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브랜드 상호값만 올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두산그룹의 이해가지 않는 행보는 한 가지 더 있다. 두산그룹 한 달 전 면세점 사업 입찰권을 따낸 직후 면세점 탈락한 기업의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려고 노력하겠다는 발언했다. 하지만 정작 희망퇴직의 앞에 놓인 직원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업계에서도 두산그룹이 '면세점'을 비롯해 잘 나가는 계열사를 밀어주고 성과가 나지 않는 계열사를 처분하려는 것이다 라는 말이 나왔을까.

'사람이 미래다'는 문구를 내세웠던 두산은 이제는 '사람을 기회비용'으로만 치부하는 나쁜기업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오명을 벗기 위해서 두산그룹에게 시급한 것은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경영난 해결보다 믿었던 회사에서 쫓겨나게 된 직원들을 위한 다른 방안을 조속하게 찾는 것이다. 때문에 두산그룹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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