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대거 나선 親李계, 공천 따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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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너무나도 추운 듯하다. 날씨 얘기가 아니다. 내년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준비하는 이명박(MB)계 인사들의 현재 상황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요 인사들이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의 이력을 보면 친박계도 있고 비박계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MB계들도 있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번 총선과 관련 자신의 측근들이 많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18일 강남구의 한 음식점에서 대선 캠프 출신 전현직의원들과의 송년회에서 격려사를 통해 “이번 총선에서 도전을 받는 사람도 있고 도전을 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내년 이 모임에서 더 많은 당선자가 나와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진정성을 갖고 바른길로 당당하게 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특히, 참석한 현역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지역구 소식을 묻기도 했다.

이날 송년회에 참석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현역의원으로는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정병국·주호영·이군현·권성동·김영우 의원이 참석했으며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 권택기 전 의원, 이동관 전 수석 등 대선캠프 출신인사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한때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의 주류였던 친이계. 그렇지만 지난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당권을 장악한 친박계가 공천과정에서 친이계 인사들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키면서 몰락하다시피 했다.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벌어진 이른바 ‘친박계 학살’을 주도했던 친이계가 역으로 피해자가 되버린 것이다.

최근 친이계가 꿈틀거리고 있다. 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내년 총선 출마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친이계로 꼽히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서울 서초을에 출마한다. 현재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인 이 전 수석은 임기가 끝나는 12월 말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한다.

이 전 홍보수석은 이명박 정부 5년을 되돌아보는 회고록도 출간했으며 선거 출정식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던 출판기념회도 성황리에 열었다. 이 전 수석은 지난 19대 총선에선 서울 종로에 출마하려고 했지만,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친박계로부터 ‘18대 총선 친박계 공천 학살의 주역’으로 꼽혔던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도 경남 사천·남해·하동에 출마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새누리당 의원은 성남 분당을에 출마하며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 대변인, 춘추관장 등을 지낸 박정하 전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는 강원 원주에서 출마한다.

또한 김효재 천 정와대 정무수석은 서울 성북을, 안경률 전 의원은 부산 해운대기장을, 장광근 전 의원은 서울 동대문갑에 출마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친이계’라는 꼬리표가 도움이 될 것인가. 여러 의견이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최근 이명박 정부 5년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이명박 정부를 대표할 수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올해 극심했던 가뭄으로 긍정적인 재평가가 나왔다. 최근 극심한 가뭄 속에 4대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대법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진행됐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를 인식한 듯 지난 17일 재임 시절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과 함께 4대강 사업에 포함된 경기 여주 강천보를 찾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12년과는 다른 상황도 친이계에는 호재다. 당시에는 이명박 정권 말기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미래권력이었던 ‘박근혜’라는 인물과 친박계라는 대체제가 존재했다.

그렇지만 미래권력이 어느덧 현재권력이 됐고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낮지는 않지만 부정평가가 긍정평가 보다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목소리를 높일 수 없었던 2012년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정해지는 공천룰에 따라 이들의 높은 인지도를 고려하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최근 내년 총선 후보 경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여론조사와 당원투표 방법으로 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MB계라는 꼬리표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는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이지만 친박계는 여전히 당내서 무시할 수 없는 힘을 쥐고 있다. 총선 출마에 나선 이들의 면면을 볼 땐 일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친박계 인사들에게 미움을 사거나 극심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던 인물들도 있다. 친박계가 아직 힘을 갖고 있는데 자신들과 불편한 관계였던 인사들이 공천을 받는 장면을 보기가 싫을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전 대통령은 15일 이동관 전 수석 출판기념회에서 “인재가 어느 곳에 있든 적군에 있든, 아군에 있든, 옆에 있든, 물 건너 있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곳곳에 있는 인재를 정부·정치·기업 등 온갖 분야에서 등용해야 한다”면서 “곳곳에 숨은 인재가 많이 있는데, 많은 인재가 등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선 이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향해 “친이계도 공천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MB계 인사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나올 것인지도 아직은 알 수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친이계인 이동관 전 수석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 전 수석은 서울 서초을(乙) 지역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지역의 현역의원은 친박계인 강석훈 의원. 강 의원에 맞서 김무성계인 정옥임 전 의원도 경선에 뛰어들었다.

서초을 지역은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텃밭으로 당내 경선이 곧, 본선으로 인식되는 곳이다. 따라서 어느 계파든 경선 승리를 위해 조직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친박계 대표 주자인 강석훈 의원은 친박 진영의 대표적 경제통이다. 초선임에도 국회 개획재정위원회 간사를 포함해 당내 주요 경제관련 위원회에서 폭넓게 활약하고 있다. 또한 경제정책과 관련한 당과 청와대의 연결통로 역할을 할 정도로 청와대의 신임도 받고 있다.

김무성계인 정옥임 전 의원은 19대 총선 낙선 이후 김 대표와 미국 여행을 함께 한 정치인 가운데 한명이다. 지난 8월 김 대표의 미국 출장도 수행했다. 당시 수행단은 정 전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현역 의원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 대표가 출장을 앞두고 정 전 의원을 외교특보에 선임해 수행단에 합류시켰다고 한다.

탄탄한 조직력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뒤에 버틴 쟁쟁한 인사들과의 맞대결에 나선 이 전 수석. 물론 이 전 수석의 뒤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과거 권력이기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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