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이 광화문 촛불집회에 의미 있는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 수사발표에 항의하기 위해 광화문에 모인 촛불집회에 대해 <민노당>은 촛불이 무슨 죄가 있느냐? 아무 때나 촛불을 들지 말라고 했다.

비록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이 부패했다고 양비론을 펴는 <민노당>의 주장이긴 하지만, 아무 때나 촛불을 들지 말라는 충고는 경청할 만하다.

전문 사기전과자 김경준이 민주열사도 아니고, 애국투사도 아닌데 이 추운 겨울에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있는 모습은 뭔가 잘못 되었다는 의견들이 많다.

검찰은 김경준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증권거래법 위반, 사문서 위조 및 동 행사 위반혐의를 적용했다. 한마디로 중범죄인이다.

현행 형법체계상 김경준의 횡령액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만큼 혐의가 인정되면 중형이 예상되는 사안이다. 언론에 의하면 김경준은 유죄 확정 때 최고 22년 6개월이 선고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 김경준을 엄중히 수사한 검찰을 비난하고 모독하기 위해 모인 촛불집회는 주소를 잘 못 찾은 것 같다.

대한민국을 우습게보고 국민을 우롱한 범법자 BBK 남매를 위해 촛불을 밝히는 것은 넌센스가 아니겠는가?

한방을 노린 희대의 사기꾼 김경준과 이를 애통해 하는 특정후보를 위해 이 추운 겨울에 촛불을 밝힌다는 사실 그 자체가 자기모순이 아니겠는가?

광화문, 그 유서 깊은 광화문이 수모를 당한 것 같다.

촛불로 무장한 그 자리에서는“거짓과 진실”의 대결구도를 만들자, 결사항전을 하자고 선동했고, 시민들에게는 분노 할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마치 무슨 내란이나 반란을 선동이라도 하듯 섬짓함을 느끼게 하는 장면들이 아니었겠는가?

“거짓과 진실”이라는 화해할 수 없는 두 절대가치를 극도로 활성화시켜 대립시킴으로서 첨예한 대치전선을 만들고, 대중을 편 갈라 상호 적개심을 불태우자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특정후보에 대항해서 결사항전을 하자고도 했다.
결사항쟁은 단 하나, 자신이 신봉하는 그 무엇의 가치를 위해 단 한번의 소중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겠다는 단호하고 무서운 결의를 의미한다. 무엇을 얻기 위해 목숨 걸고 항쟁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시민들에게 분노할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인간심리의 근원은 생래적으로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다. 이런 심리의 시민들에게 분노할 것을 요구한 것은 폭력과 저항을 요구한거나 매 한가지가 아니겠는가?

이처럼 아찔한 발언들이 그날 밤 광화문 거리에 난무했던 것 같다. 광화문이 무슨 레닌그라드 광장인가? 광화문에서 폭력을 잉태한 분노와 증오심을 보는 것 같아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성을 상실한 폭력은 야만이자 자기파멸로 질주하는 새벽길이다.

폭력은 증오심의 표현이며, 그 기원도 의미도 모두 증오심에 있다. 간디는 일찍이 폭력은 오만이요, 분노며, 광기라고 했다.

외세에 저항하는 민족항쟁도 아니고, 무도한 팟쇼체제에 항거하는 민중항쟁도 아닌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뽑는 축제의 마당을 증오와 분노로 덧칠해 광기어린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뜻은 없는 것인지 우려 된다.

이번 대선은 자유시민들의 자유의사를 묻는 민주주의의 아름다운 절차적 행위다. 민족해방투쟁이나 반팟쇼 민주화투쟁과 같은 처절한 결전의 마당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증오심이 응축된 분노가 폭발하지 않고서야 국민들, 자유시민들을 향해 어떻게 그런 발언이 가능하겠는가?

자유시민들은 끓어오르는 분노와 증오심에 가득 차 이성을 잃고 숭고한 영혼을 빼앗긴 지도자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자유를 향한 신의 행군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법학자이자 평신도 신학자 쟈크엘룰(Jacques Ellul)은 폭력에의 호소는 하나의 무능의 표시라고 했다.

무엇이 잘 안되고, 잘 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촛불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또다시 꺼내 든 모양이다.

혹여 그 무엇을 위해 계획했던 전략전술에 차질이 생긴 것은 아닌지, 최후의 마지막 비책으로 숨겨두었던 그 무엇의 효용성이 사라졌기 때문은 아닌지 나지막하게 귀엣말로 속삭이며 물어 보고 싶은 심정이다.

그날 밤, 광화문에서는 누가 거짓이고 진실인지 순서도 뒤바뀌었다. 적반하장, 주객전도, 파렴치라 불러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래서인지 그날 촛불집회 현장의 진실은 참담한 것이었다고 한다.

명색이 여당 대통령후보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소속 당 의원들도 많이 나오지도 않았다. 시민의 뜨거운 자발적 참여와 그들을 열광시키는 감동도, 열정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지방에서 몰고 온 관광버스가 광화문 길가에 늘어서서 세워져 있었다고 했다. 십분 이해가 가는 장면이다.

집회를 유심히 지켜 본 어느 시민은 그날 광화문은 무능좌파 집권세력 몰락의 살아있는 현장이었다고 생생하게 전했다.

그들은 국정을 파탄 낸 자신들의 원죄를 BBK 한방으로 지워버리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그들은 그 “한방”이 “헛방”으로 끝나자 공황상태에 빠졌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한 때 재미를 보았던 시민의 열열한 환호와 감동과 열정은 찾아 볼 수가 없었던 것이리라. 차라리 광화문 촛불은 전기가 끊긴 경찰청 기자실을 밝혔어야 옳았다.

백 병 훈(국가연구원장, 정치학 박사) http://cafe.daum.net/go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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