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물갈이설 진원지…‘배신의 정치’ 낙인 유승민 VS 親朴 등에 입은 이재만

[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내년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지난 15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물론, 선거구 획정과 관련,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등 선수가 뛸 링이 마련되지 않아 곳곳에서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일부 선거구의 경우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당의 텃밭인 대구. 정치권에선 내년 대구 총선 판세에 대해 야당 후보로 김부겸 전 의원이 나서는 수성구를 제외한 타 지역에선 여당의 압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인 것이다.

대구 지역 선거구 가운데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 대구 동구을(乙)이다. 이 지역의 터줏대감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 한 때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지금은 박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혀 친박(친박근혜)계가 총선에서 걸러내야 할 인사 1호가 됐다.

특히, 대구 동을 지역은 친박계의 20대 총선 구상의 중심에 있다. 대구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이자 정치적인 핵심 텃밭이다. 대구의 차기 주자로 거론됐던 유 전 원내대표였기에 대구 지역에는 유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데 친박계는 유 전 원내대표 뿐 아니라 대구 지역 다른 현역 의원들도 물갈이하는 그림을 그렸다. 여권 물갈이설의 진원지인 셈이다. 친박계는 반드시 대구 동을 지역 경선에서 유 전 원내대표를 밀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친박계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밀어내기 위해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내세웠다. 따라서 유승민 대 이재만의 대결이 여당 안팎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유 전 원내대표와 이 전 청장의 지지율은 막상막하다.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때구 동구을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 응답률 5.72%, 조사방법은 RDD 활용한 ARS 여론조사(유선전화) 방식을 사용했다. 여론조사 세부자료는 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고)에 따르면 유 전 원내대표와 이 전 구청장의 새누리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46.9%, 이 전 청장은 46.7%를 얻었다. 0.2% 포인트 차의 초박빙 구도인 것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홍준일 조원씨앤아이 정치여론연구소장은 새누리당 지지층의 반응을 주시하면서 “후보 적합도 조사를 보면 전 지지층에선 초박빙이나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이재만 전 구청장이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유승민 의원에게 빨간불이 켜졌다”고 분석했다.

양측이 초박빙구도를 보이는 가운데 친박계는 노골적으로 이 전 청장을 지원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대구 동구을에 출사표를 던진 이재만 전 청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현장. 개소식에는 친박계 현역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홍문종 의원을 비롯해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은 지역민들에게 이 전 청장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고 했다. 이재만이 진실한 사람이란 것을 여러분도 잘 알 것” (홍문종 의원), “의리있는 사람이 좋고 신의가 없는 사람과 함께 가기 어렵다. 이 전 청장은 겉과 속이 똑같은 사람이며 그것이 정치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이장우 대변인), “모두가 친박이라고 주장하는데 누가 진실한 사람인지 헷갈리는데 제가 가는 곳에 계신 분들이 진실한 사람”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등의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이인제 최고위원, 윤상현 의원은 일정상 참석을 하지 못해 축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이날 개소식에 대해 “친박의 유승민 축출 본격화”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친박계의 대대적인 지원을 등에 입은 이 전 청장. 지역민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이냐, 유승민 전 원내대표냐’라는 선택지를 내놓으면서 답을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전 청장의 도전에 직면한 유 전 원내대표. 3선의 유 전 원내대표는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유 전 원내대표는 당내 친박계의 유승민 추출설에 대해 ‘무대응’ 방침을 보이면서 묵묵하게 지역을 다니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최근 지역 언론인 모임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박심 논란과 관련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다”며 “내가 알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특정인들을 직접 내려보낼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유 전 원내대표는 “제 말이 맞다면 결국 대통령이 아닌 다른 분들이 그런 것을 만들어 내서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대통령 청와대를 파는 것은 공정한 경선에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앞으로 공정한 공천룰을 만들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내년 총선판이 본격적으로 열린 가운데 어찌됐건 대구 동구을 경선을 앞두고 유 전 원내대표, 이 전 구청장의 치열한 대결전은 이미 시작됐다.

박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게 된 유 전 원내대표가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에도 불구하고 공천에 성공, 몸집을 키워내는 데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그를 포함한 측근 의원들까지 한 묶음으로 희생양이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