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이어 박영선마저 탈당時 야권, 더불어민주당·安신당 양당 체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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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야권발(發) 정계개편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을 만들었던 안철수·김한길 전 공동대표 모두 제1야당에서 탈당, 새로운 정당 창당에 나섰다. 야권이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2016년 신년을 맞아 정치권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전망해보고자 한다. 정치권 가운데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야권의 미래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야당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 여러 신당 창당 세력들이 난립된 상황이다. 안철수 의원의 신당부터 박주선 신당, 천정배 신당, 박준영 신당 등이다.

신당 세력들이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창당이 우선이라는 입장인 반면, 또 다른 인사들은 창당이 될 경우 통합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통합을 먼저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찌됐건 현재의 야당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 여러 세력으로 갈린 상황인데 최근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얼마나, 어떤 인사들이 나오느냐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호남, 수도권 인사들의 연쇄 탈당이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인 텃밭인 광주. 8명의 현역의원이 있는 광주에선 3명만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며 5명은 탈당파다. 일찌감치 탈당, 재보선에 나섰던 천정배 의원과 신당 창당을 외치고 당을 나온 박주선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3명(김동철·임내현·권은희 의원)은 안 의원 탈당 이후 이뤄졌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에 남아 있는 3명 가운데 주류로 분류되는 강기정 의원을 제외한 장병완·박혜자 의원 역시 조만간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박 의원의 탈당이 이뤄지면 광주 현역 의원 8명 가운데 1명만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며 나머지는 모두 신당파라고 볼 수 있다.

광주뿐 아니다. 전남에선 황주홍 의원이 전북에선 유성엽 의원이 탈당을 선언한 상황이며 조만간 대규모 탈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전남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주승용 최고위원이 조만간 탈당할 것으로 보이며 전북에서도 김관영 의원 역시 탈당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가운데 박 전 원내대표가 탈당할 경우 일부 전남지역 의원들의 탈당 역시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호남 민심을 표방하는 동교동계. 동교동계 역시 조만간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의 탈당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동교동계의 이탈이 예상된다.

전·남북에서의 탈당 및 동교동계의 이탈이 심화될 경우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호남민심의 이탈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호남은 더 이상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 아닌 신당파의 텃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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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엑소더스’ 움직임은 수도권으로도 흘러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내 비주류 의원 중 가장 큰 계파를 이끌고 있는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3일 탈당했다. 김 전 대표의 탈당은 수도권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 전 대표에 앞서 인천에선 문병호 의원, 서울에선 최재천 의원이 탈당한 바 있다.

김 전 대표의 탈당으로 수도권에서의 후속 탈당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행보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따라 탈당 사태가 더욱 커질 것인지 또는 구심력이 제거될 것인지가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김 전 대표에 이어 박 전 원내대표가 탈당할 경우 힘의 균형이 신당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진다는 것이다.

만약, 김 전 대표에 이어 박 전 원내대표마저 탈당하게 될 경우 야권은 문재인 대표의 친노(親盧)·86 정당 대(對) 안철수 전 대표의 ‘비노’ ‘호남’ 신당 대결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박 전 원내대표가 당에 머물게 되면 수도권에서의 안철수 바람은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접어들 수 있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측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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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혁신과 인재 영입을 바탕으로 총선 승리를 이끌어 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의 탈당 사태에 대해 최소한의 탈당만을 이끌어내면서 확고한 제1야당의 지위를 갖고 총선에 임하겠다는 태도다. 이를 위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등의 영입을 발표하고 나섰다.

문 대표는 또 4일 국회에서 신년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더 젊고 새로운 당이 돼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어 “올해 총선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특권세력과 경제적 불평등을 바로잡으려는 미래세력의 치열한 한판 승부”라고 규정하면서 “무너진 민생과 민주주의의 벽돌을 하나하나 제자리에 놓아 대한민국을 복원하겠다”고도 자신했다.

문 대표는 “일상을 지켜주길 원하는 국민을 위해, 제대로 된 일자리와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고 위안부 협상 무효를 위해 정부 여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한국과 일본간 극적으로 타결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국민 권리를 제약하는 조약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헌법상 무효이고, 일본군 위안부는 중대한 인권침해로서 국제법상으로도 무효”라고 재차 주장하면서 “우리 당은 일본의 법적 책임, 사죄, 배상원칙을 다시 한 번 천명하며 이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자신을 도왔던 인사들의 재규합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중도보수층으로의 외연 확대까지 도모할 수 있기에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김성식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의원, 정운찬 전 총리 등에게 구애를 보내고 있다.

안철수 신당은 2개의 TF(테스크포스)와 7개 분과로 구성된 창당실무단을 꾸렸다. 또한 오는 6일까지 신당 창당 당명 공모전을 진행하며 오는 10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여는 등 2월 신당 창당이라는 목표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안철수 신당은 한 쪽으로는 신당 창당을 다른 한쪽으로는 다른 신당 창당 세력들과 협력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창당과 함께 신당 창당 세력까지 손을 잡게 될 경우 교섭단체 구성도 가능하게 된다.

안철수 신당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만들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뛰쳐나올 인사들이 현역의원 20명이라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는 김한길 전 대표다.

김 전 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의원 외에도 심각하게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그 규모는 예측을 뛰어넘을 수 있다”며 “당을 떠날 수 밖에 없다고 결심한 의원들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준(현역의원 20명 이상)을 이미 넘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각자의 지역구에서 지역구 동지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각 지역구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결심을 밝히는 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선을 앞두고 구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정치권에선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부터 일 대 일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여다야 구도의 경우 신당파들이 새정치연합 측과 연대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연일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안 의원은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연대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옛날 사고 방식이라고 본다”며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말로 들린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또 “제가 탈당하기 전에 1:1 상황에서 이길 수 있었느냐”며 “많은 사람들이 이대로 가면 무난하게 진다고 모두들 포기하는 당이었다. 희망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난하게 지는 것보다 더 모험적이지만 더 많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그런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안 의원 등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비판하면서 당을 뛰쳐나온 마당에 손을 잡게 되면 탈당 명분도 잃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총선 국면에선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가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일부의 통합이나 연대는 있을 수 있다. 특히, 중도나 보수진영으로부터 거부감이 없는 정의당에 대한 통합 또는 연대의 손길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야권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여당 완승 전망이 커질 경우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간 야권은 선거 때마다 다양한 방식의 연대 등을 추진해온 바 있다. 이 때문에 여권을 중심으로 야권이 결국 총선 국면에선 손을 잡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쳐 내지 못하고 있다.

선거 구도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든 총선 결과에 따라 야권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안철수 신당 등의 신당파 중 총선에서 국민에게 더욱 신뢰를 받은 정당이 향후 야권 재편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막 태동하는 안철수 신당의 경우 의미있는 의석수를 얻으면 야권 변화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만약, 야권이 총선서 패할 경우 2017년 대선 정국에서 야권에서 대대적인 헤쳐 모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가운데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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