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갓길 밤낮으로 외쳐대는 택시기사 승차 허락받는 불쌍한 승객

129969_118243_5738.jpg [투데이코리아=文海칼럼]

밤늦게 강남역 또는 강북의 번화가에서는 "분당이요, 서대문, 을지로"등을 외쳐대는 고성방가 내지는 절규에 찬 비명까지 밤의 허공을 때린다.

귀가를 위한 시민들의 애끓는 비명과 절규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진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제 돈 주고 택시 타는데 이렇게 난리를 치고 사정하고 애원하고 안되면 육두문자가 난무하고 심지어는 택시를 향한 발길질도 허다하다.
결국에는 택시기사와 승객 간에 고성이 오가고 멱살잡이가 예사인 게 연말연시에 서울의 밤 풍경이다.
세계어는 나라이던지 택시를 타기 전에 목적지를 먼저 말하고 타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가 유일무이한 곳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 6년째 거주 중인 미국인 S 씨는
"처음에는 좀 이해가 안 갔지만, 이제는 자신도 택시를 탈 때는 목적지를 먼저 말하고 택시기사의 승낙이 떨어지면 승차를 한다"고 했다.
이제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대부분이 택시를 타려면 먼저 목적지를 대고 승낙이 떨어지면 가고 아니면 다른 차를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웃음이 절로 나오는 이런 주객이 전도된 택시 승차문화가 도대체 원인이 뭔지 필자는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오랜 관습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빈 택시 등이 켜져 있다면 그냥 올라타면 되는 것이지 굳이 목적지를 물어서 기사의 동의를 받고 탈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필자는 얼마 전에 서울시 내 택시업체 CEO들의 모임행사에 초청을 받아 강의한 적이 있었는데 그날의 주제는 택시업계의 서비스문제를 한 시간 가까이 강의한 적이 있다.
이날 강의에서 필자는 늘 궁금하던 택시 승차문화의 궁금증을 풀었고 대표들에게 건의했다.
개선이 시급하고 우리나라 국격을 높이는 문제로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날 이후 언젠가 모 택시회사의 택시문짝에 "묻지 말고 그냥 타세요"라는 문구가 필자의 눈에 띄면서 강의한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를 지나 택시정류장에서 외국인 여성이 택시기사한테 어디를 간다고 하자 승차를 거부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그 여인한테 그냥 타면 되는데 왜 물어보고 타려고 하니까 "친구가 그러는데 택시기사한테 물어보고 타야 한다"고 그랬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옛날에는 그랬는데 이제는 그냥 타면 된다"고 슬쩍 코치한 적이 있다.

앞서 택시기사한테 승낙을 받고 승차를 하는 문화의 시발점은 6~70년대 자가용이 흔치 않고 최고의 부유층과 특권층만이 타던 시절이 있었고 택시를 타는 것도 부의 상징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길바닥이고 정류장이고 사람들이 많은 데서 택시를 잡으며" 서대문 어디 어디" 하고 소리치면서 나는 이렇게 택시를 탄다고 "쇼앞"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런 문화가 지금까지 전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당시는 사실 그렇게 크게 소리를 안 내질러도 택시는 얼마든지 탈 수가 있었다.
택시를 탈 돈이 없어서 못 타던 시절이니까!
꽤 설득력이 있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요즈음의 첨단을 가고 있는 신세대는 아직도 택시를 타면서 그런 "쇼앞"을 하는 것인가?
그건 아니고 반복 학습에 젖어 그런 문화가 자연히 몸에 뱄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 같은 연말연시에 하루에도 수백 건씩 일어나는 승차거부와 승객과 택시기사들과의 충돌도 그런 구습의 문화가 존재하는 한 시정되기 힘들 것이다.

하루빨리 "묻지 말고 그냥 타세요"라는 문구가 택시문짝에서 사라져야만 교통문화가 선진국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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