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년 선거구 획정위원장 “선거구 실종 책임” 전격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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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결국 손을 들었다. 여야가 선거구 획정안을 합의하지 못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이 사퇴를 선언해버리고 만 것이다.

합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견은 됐지만 여야는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당초 선거구를 획정하는 획정위원회 구성부터 잘못됐다. 선거구획정위는 지난해 7월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로부터 독립된 기구로 출범했다.

그렇지만 위원 구성부터 잘못됐다. 여야가 각각 4명씩 추천한 획정위원들이 안건마다 여야의 입장대로 4대4로 나뉘어져 대립했다.

획정위원들이 사실상 여야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상황에 의결정족수가 3분의 2 이상으로 되어 있었다. 선거구획정 합의가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으로 사실상, 무늬만 독립기구인 셈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획정위는 지난해 10월 13일까지 획정안을 국회에 보내고, 국회는 작년 11월 13일까지 선거법 개정을 했어야 했다.

헌법재판소가 작년 말까지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2대 1 이하로 줄이라고 했지만 국회는 선거법 개정을 하지 못해 이달 1일부터는 선거구 공백 상태가 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8일 심사기일을 지정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획정위 측에 지난 5일가지 획정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획정위는 끝내 합의에 실패했고 본회의 처리도 무산됐다. 여야 당 대표까지 나섰지만 합의가 안됐는데 여야의 입장을 대변하는 획정위가 합의를 이룰 수 방법은 없었던 것이다.

선거관리와 집행을 책임지는 선관위 사무차장 자격으로 지난해 7월 획정위원장을 맡게 된 김 위원장은 그간 획정위의 지지부진한 상황에 고충을 털어놨다.

그리고 헌정 사상 초유의 ‘선거구 실종’ 사태를 맞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키로 했다.

이날 김 위원장이 밝힌 사퇴성명서를 보면 선거구획정위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여야의 대리인들이 참여하는 선거구획정위에서 선관위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을 토로했다.

김 위워장은 “위원회는 국회가 정하지 못한 지역구수와 획정기준 등을 자체적으로 정해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법정제출기한인 작년 10월 13일까지 약 3개월 간 22차례의 적지 않은 위원회의를 개최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면서도 “하지만 여야 동수로 구성된 획정위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였고, 재적위원 3분의 2이상을 의결요건으로 하는 의사결정구조의 한계까지 더해져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선거구 공백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제시한 획정기준에 따라 선거구획정안 논의를 재개했으나 이번에도 국회의 합의 없이는 독자적인 선거구획정이 불가능 하다는 현실정치의 높은 벽만 절감한 채 위원들 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김 위워장은 “위원장으로서 이러한 결과를 내게 된 점에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획정위원의 추천방식과 구성비율, 그리고 의결정족수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이며 앞으로 제도개선을 통해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명실상부한 독립기구로서 그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말했다.

끝으로 “국회는 작금의 비상상황을 무겁게 인식하여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국민의 참정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가운데 치러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의 사퇴로 수개월째 공전하고 있는 획정위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기존의 논의도 이뤄지지 않기에 획정위의 재정비가 이뤄지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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