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1명…탈당 예상 의원들 합류하면 요건 충족할 듯

[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주도해 본격, 창당 작업에 돌입한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 구성(현역의원 20명)에 성공할 것인지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얼핏 보면 4월 13일 치러지는 선거에서 20대 국회 구성이 결정되기에 선거가 얼마 남지도 않은 상황에서 신당에 현역의원이 얼마나 참여하는지가 중요하지 않을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경우 여러 이점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의당이 오는 2월 15일까지 창당을 마치고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총선까지 87억9000여만원의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반대로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면 국고보조금은 25억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정당을 창당하기 위해선 상당량의 자금이 소요된다. 중앙당사부터 시·도당 사무소 운영에 들어가는 경비, 또한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선 운영 자금이 필요하다.

최근 정당 창당 사례를 살펴보면 문국현 대표가 창당한 창조한국당의 경우 초기 창당자금으로 80억원 가량이 사용됐다.

안 의원이 탈당 후 창당을 선언했을 때 관심이 모였던 대목이 이른바 ‘창당 실탄’을 어떻게 마련할지 여부였다. 안 의원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창당 완료 시점을 ‘2월 초’로 못 박은 것을 두고 정당보조금 지급 시기가 2월 15일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만큼 신당 창당을 위해선 자금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안 의원은 국회의원 재산 순위 2위의 자산가다. 지난해 3월 공개된 2015년도 국회의원 재산변동 및 등록사항에 따르면 안 의원의 재산은 787억4,931만원이다. 충분히 정당을 창당할 수 있는 재산을 가지고 있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창당에 들어가는 정치자금을 사비로 충당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렇지만 국민의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경우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창당에 소요되는 자금 상당량을 국고로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경우 4월 13일 선거를 앞두고 제3당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양당 구도를 뒤흔들 제3의 세력으로 공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군소정당들이 선거판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표’다. 지지정당의 후보를 찍어봤자 어차피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당선 가능성이 있는 다른 후보를 찍게 되는 현상이다. 안 의원이 신당 창당에 나섰지만 양당 구도가 고착화된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원내교섭권한을 가지는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경우 단순한 군소정당이 아닌, 제3의 세력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고 이는 3자 구도의 선거판 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더민주내서 탈당을 고민하고 있는 의원들에게 미치는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엇다. 더민주의 탈당러쉬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취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더민주내 일부 의원들은 자칫 당을 나갈 경우 20대 총선에서 낙선이라는 결과표를 받을 것인지 두려워하고 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이들에게 불확실성을 제거, 탈당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낼 수 있게 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정치권에선 더민주가 조만간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단, 현재 국민의당에 합류한 의원들부터 보면 12일 기준, 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김한길·김영환·문병호·유성엽·김동철·황주홍·임내현·권은희·김관영·최원식 의원 등 총 11명이다. 20명에 아직 9명이 부족한 셈이다.

아직은 의원수가 부족하지만 향후 더민주를 탈당할 것으로 보이는 의원들이 상당수 있기에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충족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더민주를 탈당한 최재천 의원은 아직 국민의당에 합류하지 않았는데 향후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오는 13일 탈당할 것으로 보이는 주승용·장병완 의원, 금주내 탈당이 예상되는 박혜자 의원 등도 국민의당에 입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전 고문이 더민주를 탈당하면서 더민주내서 탈당을 고려하고 있는 의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권 전 고문이 신당파들의 통합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이면서 박주선·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합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박지원 의원은 조만간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박 의원이 탈당할 경우 김영록·이윤석·김승남·이개호 의원의 연쇄 탈당 가능성도 있다.

또한 수도권에선 노웅래·민병두·정성호 의원이 탈당을 고심하고 있다.

이미 수도권에도 탈당 엑소더스가 일고 있는데 박영선 의원이 탈당, 국민의당에 입당할 경우 분당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된다. 물론, 이들 가운데는 국민의당에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에 머무는 인원들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는 국민의당에 입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전날(1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저희가 (더민주에서) 열두 분 정도 나왔는데 앞으로 이번 주와 다음 주 여덟 분은 (더) 나올 것 같다. 20명 정도는 탈당하는 건데 원내교섭단체 할 수 있는 요건은 마련이 됐다”며 “1월 말까지는 교섭단체 등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김영환 의원 역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2월 전에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확신한다”며 “국회에 사무실이 생기고 당직자가 생기고 이렇게 해서 실제 ‘제3당’이 생길 경우 정치가 어떻게 바뀌는지 국민들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여야의 강경대치와 파국이 어떻게 조정되고 어떻게 협상과 타협이 이뤄지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이어 “(더민주내 탈당의) 물꼬가, 방죽이 터졌기 때문에 원내교섭단체가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호남 의원들이 물꼬를 튼 것이 수도권으로 북상 중이고 다음에 충청권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당 일각에선 총선에서 후보자 기호2번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총선 후보자 기호는 후보자등록마감일(3월25일) 기준으로 국회에 의석을 보유한 정당은 다수의석순, 의석이 없는 정당은 정당명칭의 가나다순, 무소속은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의 추첨으로 정해진다.

현재 기호1번은 새누리당이며 2번은 더불어민주당이다. 기호 3번으로 예상됐던 정의당은 국민의당에 밀려 4번이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

문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신당의 지지율 상승에 따라선 신당의 기호가 2번이 될 수 있다”면서 “신당 (지지율이) 5∼10%만 더 올라간다면 수도권·중부권 (현역의원) 70% 정도가 (더민주당을 탈당해) 나올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 더민주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21석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탈당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으며 안 의원의 신당 창당에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는 의원들도 상당수 있다.

한편, 새 정치를 표방하며 신당 창당에 나선 안 의원인데 여러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 의원은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전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원내교섭단체가 목표냐’는 질문에 “꼭 그렇지는 않다”며 “지금 목표는 교섭단체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저희가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을 제대로 알려드리고 좋은 인재들을 많이 모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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